[첫째딸 이야기] 4. 아이의 학부모 상담
중학교 2학년짜리 첫째 아이 상담을 이번 주에 다녀왔습니다.
아빠가 학부모 상담을 가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저도 6년간 담임을 하면서 아빠가 단독으로 오신 상담 1번, 함께 오신 상담 2번을 경험하였을 뿐, 대부분 학부모 상담의 몫은 엄마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저희 부부에게도, 넘겨짚어보자면, 첫째 아이 담임 선생님께도 의미있는 상담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한 시간 가까운 상담 시간 동안, 저희 부부는 아이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렸고, 아이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별 것 아닌 결론이지만, 중학교 2학년 아이의 상담으로는 참 적절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의 성품과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작년 교과로 아이를 만날 때, 아이가 수업 시간에 항상 눈을 선생님께 두고 집중하는 모습으로 참여하였는데 그것 때문에 올해 아이를 맡게 되셨을 때 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는, 아이가 아마 집에서 다른 프레셔를 당하지 않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에너지가 소진될 일이 없으니, 아이가 학교에서 집중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순하고 선하게 이런저런 일에 항상 집중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아이가 그저 순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활동 중에 자신이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도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네요.
저희도 작년에 있었던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같이 동아리활동 하는 아이들이 주말에 저희 집에 모여서 활동을 하다가 같이 노래방 간다고 짐을 모두 두고 나갔는데, 조금 후에 저희 아이 혼자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을 어디에 갔냐고 물으니, 친구들은 피자 먹으러 갔다고, 자기는 별로 생각이 없어서 먼저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은 관계에 몰입하는 성향들을 가지고 있는데, 저희 아이는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저 자기가 필요하고 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친구들과 이런저런 어울림을 아예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 항상 삶에서 친구들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확실히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희는 아이가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자기 소개문의 올해 목표에 수학 60점을 넘고 싶다는 목표를 적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저희도 조금 놀랐지만, 결국 아이들은 가만히 두면서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면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일인데, 모를 리가 없겠지요. 그런데 혹시 부모가, 어른들이, 거기에 조바심과 안달을 내면서 자꾸 끼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미적미적거리다가 끝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결국, 아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과 부모가 느끼는 것 사이의 불일치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무엇이든지 자기 자신을 움직이는 일을 끊임없이 한다면, 그 행동의 이유가 부모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 행동 자체를 믿고 지지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와이프가 두어달 전에 제게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애도 안다, 그냥 하지 마라 하면 될 것을 한 시간 씩 잡고 앉아서 주저리주저리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면 되겠냐. 설명충이라 기승전결을 갖추지 않으면 성미에 차지 않는 제 행동 패턴에 일침을 날리는 말이었습니다. 항상 아이를 믿는다고 해 왔지만, 아이의 조금 덜 갖추어진 부분 - 가족 간 예의와 배려에 대한 - 에 대한 노파심을 너무 강력하게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았나 싶어 반성하는 마음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도 저희의 그런 대화 내용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저희는, 아이를 지지한다고 말이죠.
담임 선생님께서는, 다가오는 중간 고사를 맞이하여 아이들의 학습 태도와 습관을 독려하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학교의 모든 방향을 지지한다고, 담임 선생님의 아이를 향한 케어를 항상 응원하고 돕는 입장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 부부는 공교육을 신뢰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교육보다 가르치는 능력이 떨어져보이는 이유는, 학교 현장이 단지 가르치는 것을 위해서만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것 만큼이나 아이들의 정서를 보듬어주고 아이들의 행복함을 끊임없이 유지시켜 주는 일도 공교육의 몫입니다. 그래서 수업하다가 말고 눈싸움도 하러 나가고, 수업 시간에 같이 과자도 까먹고 하는 것이죠. 학원에서 그러면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일이지만, 학교에서 그러면 교사가 수업하기 싫어서 그런다는 시선이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의 역할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학생을 보호하는 시설이기 때문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나이스해 보이지만, 항상 감추는 것이나 가리는 것, 숨기는 것 없이 겉으로 보이는 그 모습이 전부인 저희 첫째 아이지만, 항상 아이를 지켜보고 유심히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살피며,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관심을 잃지 않겠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 잘 교육해 달라는 말씀.
비록 공부에는 큰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지만, 건강하게 씩씩하게 자기 할 몫을 항상 다 하는 저희 첫째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을 다시 한 번 갖는 그런 상담이 되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