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주제통합] '나, 너, 우리' 소주제 3 계획 (2019)
소주제 1 활동계획
소주제 2 활동계획
세 번째 소주제는 '내가'라는 이름으로 총 5차시에 걸쳐 진행합니다.
예전에는 진로교육과 연계하여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학년 교육과정에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하는 바람에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진로활동 관련 시간을 끌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실과도 전담 선생님이 가르치는 덕에 진로 관련 단원을 주제통합수업으로 끌어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은 간단하게 네 시간 정도로 마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간은 정리. 총 21시간에 걸친 주제통합수업을 이렇게 종료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중에,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학년 초등학생들은 하고 싶은 것에 크게 집착하는 모습보다는 그 때 그 때 상황에 맞게 유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막 떼쓰다가도 금새 주위 환기를 통해 다른 것에 몰두하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 해야하는 것이 주어지면 그것을 꽤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저학년 교실에서 일인일역을 정하면 고사리같은 손으로 자기 맡은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고, 선생님들께서 흐뭇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시는 것을 들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인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갑니다. 저희 첫째 아이를 보니까, 3~4학년 지나면서 이것저것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풀을 사서 액괴도 만들고, 만화책 트레이싱도 시작하고 한 것이 4~5학년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누군가가 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그런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도하는 모습.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같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지나면 하고 싶은 것쪽의 무게가 점점 커져가는 모습을 가지는 듯 싶습니다. 아이가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기존에 조금 더뎠던 영역의 성장이 부쩍 이루어지는 시기가 있지만,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잘 어우러진 덕택에 어느덧 잘 하게 된 것에 더 몰두하는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은 잘 하지 않게 됩니다. 익숙해진 것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더 몰입해나가는 것이죠.
6학년 교실은 이런 상태의 아이들이, 특히 여자 어린이들이 많이 머무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씩 표현하곤 합니다.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싶지만, 해야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짊어지고 있는 상태.
그러나 막상 학교 현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깊이 있게 할 시간이나 기회가 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과에서 다루는 것은 피상적인 이야기이며, 체험 영역에서 다루는 것은 일회적인 경험 중심의 행사들. 부모님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도 저걸 그냥 두어야하나 끊임없이 번민하다가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충돌하게 되고, 학교에서는 진로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직까지 둘러보고 찾아보며 느끼고 생각할 아이들에게 이제는 그만 생각하라며, 구체적으로 정하고 돌진하라며 자꾸 등떠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 이야기를 넉넉하게 듣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그것이 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여건이 잘 나질 않네요.
더 나아가, 아이들의 부담감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들 자기 그릇만큼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작고 하찮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스스로 발판 삼아 뛰쳐 오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면 좋은데... 어른들에게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어보여 자꾸 재촉하고 등떠밉니다. 고작해야 4~5년인데... 스무 살이 되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갈 아이들인데... 그래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네요.
제가 계획한 주제통합수업의 소주제 3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입니다. 그러나... 전술한대로 시간이 여의치 않네요. (쿨럭) 아쉬울 따름입니다.
17~18차시는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입니다. 방식은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합니다. A4 용지를 주고, 그 위에 손바닥을 둔 후, 연필로 손바닥 윤곽을 그리게 합니다. 손바닥 안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채워넣게 합니다.
아래는 작년 활동 모습.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예컨대 영화를 좋아하면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음악을 좋아하면 어떤 장르나 가수를 좋아하는지, 운동을 좋아하면 어떤 종목을 좋아하는지 써보게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 키워드도 함께 쓸 수 있으면 써 보도록 안내합니다. 손바닥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혹시 글자와 글자 사이에 빈 공간이 있다면, 한글의 자모음으로 채우게 합니다. 검정색 자모음으로 여백을 채우고 자신이 끄집어낸 키워드는 색깔을 입혀서 쓰면 예뻐 보입니다.
활동 전에 이야기를 나누는데,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시간이 더 넉넉했으면 좋겠지만... 제 마음대로 교과 시간을 이리저리 옮길 수는 없으니, 적절한 시점까지 이야기나누고 활동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을 표현하는 활동을 마치면, 19~20차시는 잘 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표현하게 합니다.
아래는 작년 활동 모습.
작년에는 뇌 그림을 주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손, 해야하는 것은 뇌. 그런데 올해는 타이포그래피 방식 말고, 그림 글자로 꾸며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술 교과에서 성취기준을 하나 끌어왔는데, 그에 맞으면서도 활동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미술 교과용 도서에 나오는 활동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잘 하는 것, 해야하는 것에 대한 키워드 한 개를 고르게 한 후, 그 키워드 주위를 스스로 생각하는 잘 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으로 꾸미게 하는 것입니다. 올해 활동을 해 보아야 예시 작품이 나올 듯 싶어 제시할 무언가는 아직 없지만... 위에 언급한대로 역시 목표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에 있으니, 여러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20차시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학생들의 활동 소감을 듣고, 학생들이 활동하면서 배움일지에 기록하였던 내용을 같이 보고, 우리가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들,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기며, 내 삶의 현재와 앞날에 대한 책임감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모습으로 한 해를 지내자고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전체적인 활동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