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수학] 9. 나눗셈(08)-분수 나눗셈에 대한 아이들의 오해
2학기 시작한 후 지난 시간까지 약 3시간 정도 6학년 1학기까지 배웠던 자연수의 나눗셈과 분수의 나눗셈에 대한 복습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6학년 2학기 분수의 나눗셈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볼 것입니다.
6학년 2학기 때 나오는 분수의 나눗셈과 1학기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나누는 수(제수)가 자연수가 아닌 지점입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6학년 1학기 때 다루었던 이 부분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6학년 2학기 때 다루는 덕택에, 두 학기 동안 약 40시간 정도에 걸쳐 나눗셈을 주제로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 반에는 현재, 전체 스물 여섯 명의 학생 중에, 도움반 학생 하나와 예중 준비를 하는 학생 하나가 있어, 총 스물 네 명의 학생이 제 수학 수업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게 듣는 수학 수업을 통해 해당 부분을 처음으로 배우는 학생이 전체 여섯 명. 이 아이들이 배우는 - 성취기준 상의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 수업을 하는 것이 2학기의 목표입니다.
매 시간 앞선 배움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배움을 위해서 이전 배움을 이용하도록 할 생각으로 배움을 준비하고 있는지라 이에 대해 간단하게 다시 다루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얼마 전 김리나 선생님의 책 시리즈가 창비를 통해서 출판된 바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카드보드에는 김리나 선생님의 경험담이 담겨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을 잘 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 결국 부족한 부분은 앞서 배웠던 과정에 있었다는 깨달음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수학 특유의 계열성 특징에 따라 앞선 부분에 초점으로 두고 이를 메워가라는 취지에서 이 책을 썼다고 카드보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을 아이들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아주 극소수만이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려는 생각을 실천할 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낙심하고 포기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사가 해 주어야 합니다. ‘이전 학년 가서 다시 배우고 와’, ‘학원 가서 배워 와’, ‘초등학교 가서 다시 배우고 와’ 같은 말로 아이들의 부족함을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떠 넘기지 말고, 부족함의 원인을 알고, 부족함을 메우려는 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일을 바로 교사가 해야 합니다.
심지어, 요즘 학원은 되어 있는 아이들만 받으려고 합니다. 학원은 부족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되어 있는 99%에서 나머지 1%를 채우려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교육자들이 되어있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때, 우리 교사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하였던, 1학기 때 배웠던 분수의 나눗셈 푸는 방식을 다시 한 번 아이들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1학기 때에는, 직사각형의 넓이 모델을 활용하여 나누는 수(제수)를 역수로 고치고 나누기를 곱하기로 바꾸어 푸는, 전형적인 분수의 나눗셈 풀이 방식과 함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교사중에서는 그 의미를 2학기 수학과의 연계성으로 찾기도 하시는) 나누는 수를 분자로 올려 (분자)÷(분자)로 해결하는 방법 두 가지를 다시 확인하고 안내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이를 토대로, 이번 2학기 때 배우는 방식인
(자연수)÷(분수)
(분수)÷(분수)
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제시하였습니다.
구체적인 질문은 먼저
아래는 이에 대한 아이들의 답입니다. 미리 배운 아이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교사와의 수업이 처음 배움인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질문하였습니다.
자신있게 손 들어준 친구들이 나와서 푼 것은 두 가지 였습니다.
두 풀이 다 1학기 때 배웠던 풀이를 기반으로 푼 풀이입니다. 위 풀이는 (비록 틀렸지만) 분모를 통분한 후 풀이한다는 방식을 기억하여 이를 새로운 풀이에 확장한 것이며, 아래 풀이는 나누는 수(제수)를 역수로 바꾸면서 피제수에 곱하여 푼다는 방식을 기억하여 적용한 것입니다.
첫 풀이의 문제를 찾자면,
1) 자연수를 분수로 고치는 과정에서 수의 동치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를 해내지 못하는 점이며
2) 분수의 곱셈 풀이 방식이 분수 나눗셈 풀이 방식과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점
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와 같은 오류를 스스로 드러내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람은 시행착오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여 교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수학 수업은 시행착오를 드러낼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방법이 사고 경험 전에 주어지며,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모른 채 방법들을 차곡차곡 머릿 속에 쌓아 올립니다. 그러다가 개념과 개념이 결합하여 방법을 확장하는 단계에서, 이런 방법 우선의 배움은 반드시 문제 상황을 드러냅니다. 많은 아이들의 어려움이 시행착오 없는 방법에 기인한 것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저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한 죄 밖에 없는데, 아이들은 항상 수학 머리가 없고, 노력을 안 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말을 늘상 부모와 교사/강사들에게 듣는 것이죠.
다음 문제로 아이들에게 제시한 것은,
앞 문제와 마찬가지로 교사와의 배움이 처음인 아이들에게 풀이를 물었습니다. 대답한 아이들이 셋인데, 그 아이들 모두 아래와 같이 말하였습니다.
이 풀이가 교실 안에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미리 배워 온 아이들은 이 풀이가 틀렸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입이 근질근질합니다. 야, 저 풀이는 틀렸어! 저건 저렇게 풀면 안돼.
그런데 왜 틀렸는가, 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방법적으로 접근합니다.
제가 아는 방법과 달라요.
그럼 너가 아는 방법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겠어?
음...
한 편,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 저렇게 푸는 이유를 유추해보면, 풀이를 이전 배움에서 가지고 왔지만 조금 멀리서 가지고 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학기 때 배웠던 분수의 나눗셈에서 풀이를 가지고 온 것이 아닌, 분수의 덧셈/뺄셈에서 풀이를 가지고 온 것인 셈이죠.
즉,
처럼,
으로 나눗셈 문제를 푼 것이라고 봐야할텐데...
이 지점에서 학교 교사가 해 주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이미 배워 온 아이들이 잘 푸는 것을 보면서, 잘 못 푸는 아이들이나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이 아이들의 수준에 도달하게 하려는 목적으로 배움 시간을 구성하였던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실의 배움은, 이미 배워 온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배운 것이 무엇을 토대로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면서, 이제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토대로 하여 방법을 적용하게 될지 배워갈 수 있도록 과정을 구성해야 할 것이며, 잘 못 푸는 아이들의 문제 지점은 어디인지 발견하여 이를 메워가면서 배움을 완성할 수 있도록 배움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준별 학습의 요구가 아닙니다. 이 세 가지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한 번에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초등 과정에서는 -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저학년 과정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 이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의 구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 김리나 선생님의 책은, 그래서 학생들이 보아야 할 것이 아니라, 교사가 보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드러내는 배움의 결과물을 보면서 무엇을 채워나가고 보완해야 할지 교사가 스스로 결정하고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구성하여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수의 나눗셈에서 나누는 수(제수)가 분수인 나눗셈을 푸는 과정에서,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이전 배움의 어느 지점을 토대로 문제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며, 다음 시간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생각하여 풀어야할지 알려주는 수업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