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쉬는시간 보드게임] 8. 메모아르
매년, 격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보드게임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수업이 없는 주에는 모여있는 아이들 중 한 무리에게 보드게임 하나를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퍼져가도록 - 혹은 담임 교사가 함께 쉬는시간, 점심 시간에 놀면서 - 알려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메모아르' 보드게임을 알려주었던 터라 이에 대해 두드려보고자 합니다.
메모아르
메모아르의 규칙
메모아르 보드게임은 기억력 보드게임입니다. 기억력 보드게임으로 유명한 것은 치킨차차 보드게임인데, 치킨차차의 가장 큰 어려움은 단순 기억력에 의존하는 보드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저같이) 이미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 혹은 훈련된 암기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는 - 저같은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보드게임이라서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잘 소개해주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메모아르 보드게임은 기억력 보드게임이지만, 기억력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도 별 소외감(!)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총 스물 다섯 장의 동물 카드가 게임판 역할을 합니다. 각 카드는 펭귄, 물범, 거북이, 문어, 꽃게 다섯 종류로 이루어져 있고, 각 동물들은 꽃밭, 수풀, 용암, 바다, 사막, 다섯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섯 동물이 다섯 배경. 그렇게 스물 다섯 장의 카드를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뒤집은 상태로 5×5 형태로 카드를 배열합니다. 그런 다음, 제일 가운데 카드를 보이지 않는 상태로 빼고, 그 가운데 점수 카드와 화산 카드를 쌓아둡니다. 점수 카드는 보이지 않게 아래 쪽에 섞어서 쌓고, 화산 카드는 그 위쪽에 보이게 쌓습니다.
그런 다음, 각 플레이어는 5×5 형태로 놓은 카드의 모서리 방향에 앉아, 자기가 앉은 모서리 방향에 있는 (각 꼭짓점에 위치한 카드를 뺀) 앞 세 장의 카드를 미리 봅니다.
즉, 기억력에 의존하면서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기억력 무기 카드도 미리 주는 셈입니다. 이 규칙이 게임 초반의 진입 장벽을 확연히 낮춥니다.
게임은 돌아가면서 카드 한 장을 뒤집는 것입니다. 그런데 뒤집은 카드가 반드시 앞선 사람과 같은 동물, 혹은 같은 배경이 그려진 카드를 뒤집어야 합니다. 만약 틀린 것을 뒤집으면 게임판 가운데의 화산 카드를 한 장 집어오면서 이번 라운드에서는 탈락합니다. 그렇게 가운데 놓인 세 장의 화산 카드가 다 떨어지면 남은 한 사람이 보물 카드 한 장을 받습니다. 그리고 화산 카드를 다시 놓은 후, 화산 카드에 그려진 새가 가장 많은 사람부터 새로 시작합니다. 물론, 놓인 카드는 그대로 둡니다.
그래서 게임을 해 나갈 수록, 아이들은 계속 같은 카드 더미를 뒤집다보니 놓인 카드를 잘 외우게 됩니다. 혹은 카드를 잘 몰라서 찍더라도, 대강 맞을 확률은 3분의 1 언저리가 나옵니다. 그러니 진입 장벽이 낮고, 기억력 보드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메모아르가 가진 아쉬움
저는 보드게임 모임에서 참 재미있게 했었는데, 아이들도 재미나게 하긴 했는데, 줄곧 돌아가는 보드게임이 되진 않더군요.
기본적으로 기억력 보드게임들이 가진 리플레이성 - 다음에도 또 하고 싶어지는 마음 - 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맞추는 것보다, 아이들은 버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듯 싶기도 합니다. 잊을 만하면 아이들이 포커 카드 가지고 와서 원카드 놀이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무티와 러브레터가 있는 교실에서 당연히 아이들의 손이 덜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달무티나 러브레터 이외에도 아이들이 찾는 보드게임들이 있습니다. 복잡하지만 적절한 시간에 끝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보드게임들이 그렇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메모아르 보드게임은 성취감은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비등비등한 상황에서 보드게임이 이루어지니 무언가 도전하는 마음이 잘 들지는 않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들이 쉽게 펼쳐들지는 않는 모습이긴 합니다.
그래도 교실에 기억력 보드게임이 하나 필요하다면, 저는 치킨차차 보드게임보다는 메모아르 보드게임을 더 추천하고 싶습니다. 싸고, 아이들 모두가 조금 더 비슷한 상황에서 게임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