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수학] 1. 각기둥과 각뿔 09-10
1. 각기둥과 각뿔
06 단원평가와 풀이
평가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어야 할 시점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자, 평가에 대한 변화된 인식 중 하나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까지 학교 평가는 교수-학습 과정과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평가의 대표 출제가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초등학교에서도 국어 평가는 1반, 수학 평가는 2반, 사회 평가는 3반이 출제한다, 같은 식인 것이죠. 평가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평가는 교사의 교수-학습 과정을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평가가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적정 수준에서 교수-학습 과정을 진행한 후,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성취수준에 도달했는가를 교사가 알기 위한 것입니다. 교수-학습 과정의 진행은, 같은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더라도 결국 교사의 교육철학과 교육관, 교사의 수준과 역량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교수-학습 과정과 관련없는 옆반 교사가 출제한 문제로 평가를 치룬다면, 이 평가는 학생의 성취수준을 적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또한, 선다형 평가 주류인 평가 방식은 과연 학생들의 성취수준 도달여부를 어느 정도까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보니, 근자에 과정중심평가라 하여 학생들의 교수-학습 과정 중에 학생들의 인지적, 기능적, 정의적 영역의 평가를 하는 방향의 논의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결국 수행평가의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엄밀하게 말하여 수학 과목의 단원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아니, 단원평가라는 것이 과연 교육 현장에서 의미있는가도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단원은 교수-학습 과정의 편의를 위하여 임의로 묶어놓은 기준일 뿐, 실제 학생들의 배움은 연속적인 과정과 절차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평가의 범위를 무 자르듯 딱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단원평가를 치루고, 이를 단원의 마무리짓는 과정으로 삼는 것이죠. 단원평가보다는 형성평가가, 수학 과목에서만큼은, 더 효과적인 평가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성평가를 매 교수-학습 과정 단위마다 실시할 수 없다면, 단원평가를 형성평가의 형태로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의 배움의 각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혹은 배움의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드러낼 수 있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어디에선가로부터 다운받아 치루는 방식의 단원평가는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벌써 3~4년 전 일이네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 중, 초등선생님 99%라 활용하는, 이라는 문구를 앞세워 광고하는 것을 본 후, 저는 나머지 1%가 되기로 하고는 계속 그렇게 1%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가지마저도 그렇게 교사의 교수-학습 과정과는 관계없이 구하여 치루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아울러, 평가는 배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부족한 점, 보완해야 할 점, 더 배워야 할 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배움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도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열 문제의 단원평가 문항을 교수-학습 과정에 맞게 출제하고, 학생들과 평가를 수행하고, 채점한 후, 피드백까지 해 주었습니다.
아쉽게도, 문항 출제가 조금 빠듯하게 이루어진지라, 에듀넷 사이트의 문항 중 두 세 문항 정도를 그대로 출제하기도 하였고, 그림을 인터넷으로부터 다운로드 받아서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기본적으로는 배움 내용을 되새길 수 있는 방식의 평가를 수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피드백.
정/오답 체크를 하지 않았습니다. 맞는가 틀리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단원평가에는 이를 반영하고자 하였습니다.
문항 옆에 빈 칸을 두어 학생들이 문제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자기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자신의 배움을 조금 더 폭넓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는 지난 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얻었습니다. 평가에 관련된 수업이었고 평가 문항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같은 팀 선생님께서 평가 문항을 학생들이 피드백을 통해서 다듬자고 말씀하시고 이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학생들의 피드백이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답에 대해 맞다/틀리다로 반응을 주려고 하지 않았고, 조금 더 생가해 볼 수 있도록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물론 문항의 짜임새가 덜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아이들과 충분히 이야기 나눌 기회를 가졌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답안은 모두 스크랩하여 학생들과 하나하나 보면서 함께 이야기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메모에 부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그런 부분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밑면의 중심에서 꼭짓점까지' 라는 표현보다는 '꼭짓점에서 밑면에 수직으로'가 더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의문을 던져보았고, 아이들과도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중요한 답안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자신의 문항을 조금 더 다듬어보자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번 평가가 끝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학부모께도 다음과 같은 안내 메시지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꾸벅)
오늘 학생들에게 단원평가 결과지가 나갔습니다. 점수를 따로 매기지 않았고, 정답/오답을 따로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답안을 함께 보면서, 가장 좋은 답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었고,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첨삭도 해 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였습니다. 물론, 하지 않는 학생도 있겠지만 놔 두셔도 괜찮습니다. 시기를 보아, 학생들이 필요한 순간에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평가가 배움의 끝이 아닌, 새로운 배움의 시작, 더 깊이 있는 배움으로의 나아감이 될 수 있는 수업과 평가가 될 수 있도록 1년 내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평가가 아이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의미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항이 선다형이나 단답형이 아닌, 서술형이 되면, 학생들의 성취수준에 따른 답안이 작성되고, 이에 걸맞는 피드백을 통해 학생 개개인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학생들의 배움일지 내용.
물론, 단원평가와 풀이 사이에 채점이라고 하는 어마어마어마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위와 같은 평가를 할 수 있다면,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하여 이를 토대로 교수-학습 과정을 계획할 수 있고, 학생은 학생대로 자신의 성취수준을 드러내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게 됩니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어려워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는 평가가 되었다는 것에도 작은 위안을 가지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