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보드게임] 05. Ricochet Robots
벌써 지난 주에 소개해 준 보드게임이 되었습니다. 글이 늦었습니다. Ricochet Robot 리코셰 로봇을 다섯 번째로 소개시켜주게 된 까닭은, 아이들이 앞서 소개해 준 보드게임들을 쉽게 질려하는 것을 관찰한 후, 과연 이 아이들에게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이 잘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겁이 났다고나 할까요. 혹시 모든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그닥이면 어떻게하나, 라는 걱정이 앞선 탓에 Rumis 루미스 보드게임을 먼저,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을 원래 계획과는 나중에 소개해주게 되었습니다.
이후 포스팅에서도 두드리겠지만, 이러한 제 생각은 기우였음이 드러났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놀이라면, 그것도 새로운 놀이라면 즐겁게 흥겹게 재미나게 받아들이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교사가 좋아하는 놀이라면, 교사가 즐겁게 참여하는 놀이라면, 아이들도 그 놀이에 함께 좋아라 해주고 즐겁게 참여하여 주는 존재들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Ricochet Robots - 2014 초등학교 보드게임 프로그램 세 번째 시간
보드게임의 규칙이나 관련 이야기들은 위 링크를 타고 확인하시면 될 듯 싶습니다.
영재들의 보드게임?
일전에 한 번, 신작 보드게임 테스트 플레이 차 여러 선생님들과 보드게임 유통/제작 업체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었습니다.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하던 도중에 선생님들과 교실에서 사용하는 보드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저희 교실에서 Ricochet Robots 리코셰 로봇이 어렵지 않게 플레이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한 선생님께서 놀라움 반 의아함 반의 표정으로 '선생님 학급에는 영재급 아이들이 많나봐요' 비슷한 말씀을 하셨더랬습니다.
그런데 리코셰 로봇을 벌써 다섯 해째 학급에서 함께 가지고 놀고 있지만, 이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특별한 아이도 아니고, 똑똑한 아이도 아니며, 그저 놀이를 좋아하고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일 뿐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호불호는 있습니다. 호불호가 꽤나 갈리는 보드게임이긴 하지만, 불호 쪽보다는 호 쪽이 훨씬 더 강한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불호인 아이들의 까닭을 한 번 청취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어쨌든.
개인적인 생각에, 이 보드게임은 영재성과는 그다지 큰 상관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을 잘하게 되는 것은 경험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누구랑 이 보드게임을 하던지 제가 제일 잘하는 편인데, 그것은 제가 이 보드게임을 벌써 십 수년간 접해왔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보드게임이 영재들의 보드게임이라고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쉬운 규칙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진행되는 양상이 워낙 건조하기 때문에 과연 아이들이 이런 보드게임을 흥미로와 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시는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추상전략 류의 보드게임들을 아이들이 쉽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함께 작용하여, 역으로 이 보드게임을 영재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으로 판단하시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이 보드게임을 즐기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보여왔고 - 뒤에 두드리겠지만 -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음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리코셰 로봇의 장점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함께 할 수 있는 인원의 수가 (이론적으로는) 무한하다는 것입니다.
보드게임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플레이 상황을 카메라로 찍은 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플레이해도 되는 보드게임입니다. TV 바둑 중계처럼 말이죠. 그런 방식으로 플레이한다면 정말 한 교실의 모든 아이들이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즉, 하나의 플레이 상황에 불특정의 다수가 달려들어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게임의 시작과 끝을 굳이 지키지 않아도 상관 없습니다. 펼쳐진 게임판 옆을 그저 지나가면서 참여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빠졌다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몇 명이 게임판을 가운데 놓고 생각에 잠겨 있으면, 슬쩍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같이 생각에 잠길 수도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그래서 교실 한 켠에 보드게임을 상시 비치해 둘 수 있는 테이블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테이블에 리코셰 로봇 같은 보드게임을 상시 깔아두면, 쉬는 시간, 점심 시간에 오고가면서 보드게임 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추상전략이기 때문에 규칙 속에 스토리가 없다는 장점(이자 단점)도 있습니다. 장점인 측면은 규칙 설명이 단순하다는 것이 있으며, 단점이라면 바둑같이 무미건조하다는 측면이 있겠습니다. 비교하자면, 두부왕국 같은 보드게임이 있는데요. 두부왕국은 두부공주와 찹쌀떡 왕자의 사랑이야기가 보드게임의 진행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에 대한 아이들의 몰입감이 조금 더 클 수 있을 것입니다. 추상전략 보드게임은 그런 부분들이 없다는 것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게임 접근성을 막는 요소가 될 것이고, 어떤 아이들에게는 룰의 단순함 때문에 쉽게 배우고 플레이할 수 있는 장점이 될 것입니다.
추상전략 보드게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초등학교 보드게임 사용 설명서 (13) 추상전략 보드게임
계획에 따라서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을 지난 주에 소개하여 아이들과 플레이하였고, 그 이야기는 위에서 누차 두드린대로 조만간 포스팅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