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과정이란
KimTeacHer
0
2068
0
2018.06.04 23:14
교육과정이란
교육과정을 다른 말로 Curriculum이라고 합니다. 이를 백과사전에서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선택된 교육내용과 학습내용을 체계적으로 편성·조직한 계획'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 교육과정은 수업계획서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 syllabus 실러버스를 보신 기억이 있으시다면, 이 속에는 학습목표와 매 시간의 학습내용, 평가에 대한 사항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수업계획서에도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과 함께 학습목표와 학습내용, 평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니,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학습목표가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교수-학습 과정에서 사용하는 교과용 도서가 학습목표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에서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을 선정하고 있으며, 학습목표와 학습내용은 교과용 도서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습니다.그러나 최근 들어 교사의 교수-학습 과정의 재량권을 점차로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Taylor의 교육과정개발모형에 따르자면,
[교육목표설정 - 학습경험선정 - 학습경험조직 - 평가]
정리하자면,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은
[총론 - 과목별 각론 - 성취기준 - (단원) - 학습목표 - 교수-학습 과정 - 평가]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면, 우리들 사이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의미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성취기준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이 각 교과별로 도달해야 할 인지적·기능적·정서적 수준을 명시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2) 학교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학교 운영 계획
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교육과정이라고 하면,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학교 운영 계획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즉,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의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의 역점·특색 사업을 결정하고 이를 포함하여 학교 교육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학년 교육과정과 학급 교육과정이 수립됩니다. 짧은 교직 경력에 기획위원회 교육과정 워크샵을 참여하면, 주로 나오는 논의는 학교 교육목표와 이에 부속된 일련의 행사 또는 역점·특색 사업에 대한 것이 대부분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학생들이 성취기준을 기반으로 한 개별화 된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서도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고, 작금의 불필요한 행사 혹은 사업에의 지양은 바로 이러한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의 운영이 학교 수준이 아닌 교사 개인 수준에서 이루어 질 수 있기를 바라는 방향의 전환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쯤에서 학급 교육과정 계획서의 편성과 관련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는 구호를 되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새학년 시작 전에 전통적 의미의 교육과정 편성을 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러나 1년간 함께 지낼 학생들을 미처 만나보지 못한 상태에서 세워지는 1년 계획이, 과연 얼마나 현실적인 가치 위에서 수립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는 줄곧 있어왔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이러한 전통적 교육과정 운영 문서를 '캐비닛 교육과정'이라고 부르는 듯 싶습니다. 왜냐하면, 새학년 시작 전에 만든 이 교육과정 운영 문서는 학교장의 결재를 맡은 후에는 열람되는 일 없이 캐비닛안에 그저 보관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으면 캐비닛 교육과정이라는 말보다는 HDD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렇다면 차라리 형식적으로 작년 틀에 맞추어 그저 년도만 바꾸어 제작되는 교육과정보다는 아예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으로 실제적인 운영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는 주장이 교사 사회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말과도 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운영 자율성이 자칫 교사 마음대로라는 의미로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할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교사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보장하는 하나의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아마 의사들도 표준화된 수술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을 것입이다. 병을 고치는 의사만큼이나, 발달 도상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에게도 표준화된 무언가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전에 학생 신분으로 교육 현장을 겪은 많은 분들이 아마도, 교사 마음대로 대충대충 운영되었던 교육과정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분이셨던 것으로 기억되는 5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이유 만으로 단 한 번도 체육 수업을 하지 않으셨던 기억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적인 제안은, 학년 시작 전의 교육과정 편성 및 결재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므로 문서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적절치는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년 말에 교육과정 운영 백서의 형태로 1년의 교육과정을 정리하는 문서가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가급적이면 학년 연임제도를 통해서 백서를 수정 보완한 형태로 새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정리해보자면,학교 현장에서의 교육과정이라는 단어는 중첩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1년 살이에 대한 계획서, 또는 학생들로 하여금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교수-학습 과정 운영 계획서.
질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수립과 학교·교사 수준에서의 교육과정 수립 사이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