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8. 교실에서의 보드게임
교실에서의 보드게임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창의 보드게임 운영 이야기 &
가장 즐겁게 교실 보드게임을 즐겼던 2013년과 2014년에는, 매 창의 보드게임 시간이 든 그 전 날, 각기 다른 보드게임 대여섯 개의 목록을 제시한 후 모둠별로 함께 플레이 할 보드게임을 고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꼭 새로운 보드게임을 하나 이상 끼워 넣었습니다. 그 다음 날, 등교하면서부터 새 보드게임을 고른 모둠을 모아서는 쉬는 시간마다 규칙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시작하자마자 어린이들은 모둠별로 일제히 보드게임을 시작하였습니다.
미리 어린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각 교과에서 한 시간씩 빼낸 다음 창의 보드게임 시간과 묶어서 격주로 두 시간씩 보드게임을 플레이 하였습니다. 그 때는 물론 난이도 있는 보드게임이 한 두 개 씩은 있어서 담임 교사 옵션과 함께 플레이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이 되면서 조금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어린이들도 좋아하고 저도 즐거웠지만, 매 쉬는 시간마다 어린이들을 붙들고 규칙 설명하느라 진을 너무 많이 빼기도 했고... 즉흥적으로 보드게임 목록을 제시하다보니 어떤 어린이들은 맞지 않는 보드게임을 고르는 바람에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검증된 하나의 보드게임을 한 학급 분량만큼 확보해서 한 번에 보드게임을 즐기자'라는 생각으로, 보드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 생기는대로 족족 보드게임을 구매해 나갔습니다. 제 돈도 보태고, 학교 예산도 사용하고...
보통 보드게임은 소모품 취급을 받기 때문에 1년 사용하고 버릴 수 있지만, 카드에 비닐 씌워가며 깨끗하게 사용하고, 분기별로 컴포넌트 확인하고 박스 테이프로 게임 상자 보수하고 하면서 어떻게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렇게 교실 보드게임을 즐겨 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면 원격 등교 상황은 이런 교실 문화를 송두리째 앗아 갔습니다. 2020년도 어린이들은 6월이 되어서야 교실에, 그것도 1주일에 두 번, 절반씩 등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실에서 보드게임을 한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의 교실 놀이 문화를 아예 없이 할 수는 없어서, 라텍스 장갑 끼워가며 간간이 보드게임을 플레이 하였습니다. 2020년도에는 러브레터, 달무티, 스플렌더, 영리한 여우, 루미스 등, 손에 꼽을 정도의 보드게임 만을 즐겼습니다.
2021학년도에는 조금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교실 밀집도에서 학교 밀집도로 밀집 정도의 기준이 바뀌면서, 그래도 일주일에 이틀, 혹은 사흘씩 한 학급 전체가 교실 등교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어마어마한 제약을 가하더라도, 교실에서의 놀이를 빼앗아 갈 수는 없다. 선생님의 교직을 걸고, 올해는 교실에서 어떻게든 놀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
물론, 몇 가지 전제가 뒤따랐습니다.
- 보드게임 전후 반드시 손 깨끗이 씻기
- 마스크 반드시 착용하기
어느 정도 확신도 있었습니다. 당시 감염이 이루어지던 경로를 생각컨대,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교실로 들어오는 경우는 있지만, 교실에서 감염되어 바깥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의 방역 안전 준수를 믿었고, 덕택에 어렵게나마 보드게임으로 함께 놀이할 수 있었습니다.
1학기에는 쉬는시간에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안내하였습니다.
2014년 이래로, 교실에서의 첫 보드게임은 러브레터 보드게임입니다. 정식 룰에서의 하트 마커 대신 멘토스나 ABC 초콜릿을 가운데 쌓아두고 승자가 먹는 것으로 하면 어린이들의 집중력은 배가됩니다.
2021학년도의 러브레터 보드게임은 거의 학년 말까지 어린이들의 쉬는 시간 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러브레터 보드게임을 한 그 다음 주 그 시간에는 항상 달무티 보드게임을 안내합니다. 매년, 달무티가 더 인기 있던지, 러브레터가 더 인기 있던지 하는 경우는 있지만, 둘 다 버림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둘이 카드 40장씩 나누어 갖고 앉아서 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웃음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교실에서 이렇게라도 노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필요하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코코너츠 보드게임은, 여러 덱스터리티 류의 보드게임을 시도하여 본 후 가성비의 측면, 리플레이성을 고려해서 고른 보드게임입니다. 그러나 막상 몇 년 운영하여 본 결과, 게임할 때는 즐거워하는데 이후에 다시 꺼내어들진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2022학년도에는 루핑루이 보드게임으로 바꿔 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영리한 여우 보드게임은 제가 너무 재미나게 플레이했던 보드게임이라 교실에서 함께 돌려보았는데, 의외로 어린이들의 규칙 이해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방과 후에 교실에 남아있던 어린이들에게 다시 한 번 영리한 여우 보드게임을 알려 주었을 때, 굉장히 즐겁게 여러 차례 게임하기도 하였는데, 진입장벽이 조금 높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리코셰 로봇 보드게임은 순식간에 온 교실을 정적에 빠뜨리는 아주 훌륭한 보드게임입니다. 어떤 해엔가는 이 보드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쉬는 시간마다 대여섯 명이 모여 앉아 펼쳐두곤 했었는데... 그 다음에는 그런 일이 발생하진 않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1학기 말, 전면 원격 등교로 전환되었을 때, SET 보드게임을 실시간 쌍방향 원격으로 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원래 SET 보드게임은 모양/무늬/색깔/개수가 서로 같거나 다른 세 장의 카드를 가지고 가는, 실시간 보드게임이지만, 실시간 쌍방향 원격 상황에서는 SET을 이루는 세 장의 카드를 찾아 번호를 쓰는 것으로 게임을 진행하였습니다.
여타 다른, 예컨대 스트림스 보드게임 같은 것들이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보드게임으로 많이들 추천되는데, 저는 그다지... 제가 스트림스 보드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두어판 하고 나니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쨌든.
이외에도 딕싯 보드게임을 교과 배움 도구로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2학기에는 조금 더 다양한 보드게임을 소개할 기회가 닿았습니다. 이런저런 계기교육 때문에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시간의 창의 보드게임 커리큘럼 운영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보드게임 몇 가지.
스플렌더 보드게임은 간단한 규칙으로 굉장히 전략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보드게임이라 어린이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것은 간혹 점심시간 같은 때 펼쳐두는 어린이들도 있어, 교실에서 함께 배워볼만 합니다.
텔레스트레이션 보드게임은, 한 어린이 표현대로, 트롤 한 명이 중간에 끼어있을 때 발생하는 그 상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어린이들이 좋아합니다. 특히 모래시계를 미리 준비해서 '잘 그릴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야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고, 그래야 재미가 배가되기 때문입니다.
뱅! 보드게임은 2013년도 1학기 때 알려준 이후로 너무나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서, 그 이후로는 항상 2학기 중간쯤, 많은 보드게임을 알게 된 후에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선풍적인 흐름을 못 갖고 가더군요. 2022학년도에는 1학기 보드게임을 알려줘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보드게임을 배우는 것보다, 하나의 보드게임만 배우더라도 1년 내내 즐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게 더 중요하니까요.
도미니언 보드게임은 2008년에 제작된 후 덱빌딩 류 보드게임이 대중화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덱빌딩 류 보드게임으로 '유희왕', '매직더개더링' 등이 유명하지만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미니언 보드게임은 너무나 간단한 규칙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카드로 구현되는 왕국 건설의 즐거움을 알려주었습니다.
도미니언 보드게임 이후로 방과후 교실 보드게임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이 게임을 남아서 하고 가는 어린이들이 생겨났고, 그런 어린이들이 본격적으로 7~8명씩 교실에 남기 시작한 것이 이때쯤 입니다.
교과 배움 보드게임으로 루미스(블로커스 3D) 보드게임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간혹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돌아가기도 해서, 참 좋은 보드게임이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학기 때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보드게임반을 운영하여 이 때도 몇 보드게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우봉고 3D는 독일어판으로 나온 것을 난이도 조정하여, 프로 버전과 일반 버전, 패밀리 버전이 한글판으로 출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프로를 좋아하는데...
미니빌 보드게임은 의외로 어린이들이 쉬워하지 않습니다. 주사위 눈이 나왔을 때 돈을 벌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한 두 번만 해 보면 직관적인데, 매년 어린이들은 어려워 합니다.
카탄의 개척자 보드게임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지만 초기 준비 과정의 난이도가 있습니다. 맵을 깔고 번호를 올리고, 도로와 마을, 성 피규어를 나누어 갖고, 초기 배치까지 하면 10분 이상이 훌쩍 갑니다. 아마도 그래서 어려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2학년도에는, 혹시 조금 익숙해지는 어린이들이 생기면 집에 있는 카탄 3D를 학교에 갖고 가서 플레이 해 봐야 겠습니다. 2013년에 한 번 가지고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방과후에 남아서 담임 교사와 함께, 혹은 담임 교사의 규칙 설명으로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플레이 한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지만, 생각보다 정적이어서 그런지 어린이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카르카손 보드게임.
2021학년도 게릴라 보드게임으로 우리 반에서 가장 핫했던 메모아르 보드게임. 2022학년도에는 한 학급 전체가 돌리려고 여러 카피 준비해 두었습니다.
블러핑 경주 보드게임인 슈퍼미니 보드게임. 곤충 일러스트가 징그럽다고... 하는 이야기를 올해 처음 들었습니다.
궁궐 건설하는 알함브라 보드게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어 하더라구요. 역시 베스트는 4인.
남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핫했던 스파이폴 보드게임.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각 상황을 지퍼백에 담아 준비해 두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소개해드렸던 선생님들이 참 좋아하셨던 노땡스 보드게임.
아기자기하고 손에 땀을 쥐며 생각보다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해저탐험 보드게임. 이 보드게임은 2018년도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2021년도 신작인 캔버스 보드게임. 미술 교과 배움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카피 시범 삼아 구입한 후 플레이 해 보았는데,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교실 이사 준비하다가 짱박혀 있는 것을 꺼내었더니...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루핑루이 보드게임.
협상 보드게임으로 초등 교실에서 그나마 접근성이 나은 차이나타운 보드게임. 이런 보드게임은 담임 교사가 붙어서 계속 해 주어야 합니다.
눈치싸움 경매 보드게임인 포세일 보드게임. 작금의 부동산 열풍과 맞물려 어린이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2학기 세계지리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 시범삼에 구매해 본 방방곡곡 세계여행 보드게임. 의외로 재미난 요소가 있어 어린이들이 학년말에 간간히 플레이 해 주었습니다.
이런 블러핑도 가능할까 싶어서 구매해 보았던 스컬 보드게임. 한 게임에서만 끝나진 않았고, 저 없을 때 자기네들끼리 한 번 더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년 말 광풍이 되어주었던 우노 보드게임. 올해는 러브레터로 4분의 3가량, 우노로 나머지 4분의 1 가량의 시간 동안 어린이들의 놀이가 이루어졌습니다.
드로잉 보드게임인 픽토매니아 보드게임. 텔레스트레이션 보드게임이 묘한 휴지기가 있다면, 픽토매니아는 실시간 트롤링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 저는 더 나아 보였습니다. 2022학년도에는 드로잉 보드게임으로 이걸 전체와 함께 플레이 해 볼 생각입니다.
2021학년도 보드게임 놀이 시간을 되짚어보고, 이를 토대로 2022학년도에는 어떻게 1, 2학기 교실 보드게임 시간을 운영할지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역시, 2022학년도에는 원활한 교실 등교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