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교실 보드게임] 04. Rumis
Kim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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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1 21:44
교실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보드게임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알려준 보드게임이 세 가지,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알려준 보드게임이 다섯 가지. 동아리활동 보드게임 학급에서 알려준 보드게임까지 하면, 저희 반 아이들 중에는 벌써 아홉 가지의 보드게임을 할 줄 아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아이들에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이들이 굉장히 쉽게 질린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두부왕국 보드게임이 선풍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기를 얻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두부왕국 보드게임으로부터 모두가 손을 떼었습니다. 이유는, 질렸다.
물론, 블러핑 류의 보드게임으로부터 아이들이 멀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질렸다, 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인지라, 고민이 더 큽니다. 이제는, 쉽게 질릴 수 없는, 복잡성이 조금은 더 큰 보드게임들을 소개해 주어야 할 때가 오는가봅니다.
고민끝에, Rumis 루미스 보드게임을 소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보드게임 규칙에 대한 안내는 위 그림을, 보드게임의 전반적인 배경 이야기와 규칙 안내를 한 번에 보시려면 아래 그림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이제는 구할 수 없는 보드게임, Rumis 루미스 보드게임
2002년 독일 보드게임 상 Spiel des Jahres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Rumis 루미스 보드게임. 지금은 완전히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판권을 가진 디자이너나 퍼블리셔가 판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중국판 카피 제품으로 유통되는 듯 합니다. 그래서 구하시려면 'Magic Square 3D'라는 이름으로 구하셔야 합니다. 가격은 팝콘에듀 사이트에서 2만 5천원 정도. 저는 교실에 일곱 카피 정도 가지고 있어서, 한 학급 용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규칙으로 조금 더 생각하게 하는 룰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들과 보드게임을 하다보니 눈높이가 그렇게 바뀝니다. 룰은 간단하지만, 양상은 조금 더 복잡한, 그런 보드게임들을 찾게 됩니다. 루미스 보드게임은, 다른 여타의 블럭류 보드게임에 비해서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은 정도의 생각할 여지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높이와 평면 쪽에 제한이 가해지는 룰입니다. 루미스 보드게임은 주어진 입체 블럭을 쌓아나가며 게임이 진행됩니다. 쌓아가다보면 높이가 증가하는데, 이 높이가 한없이 높아질 수 없습니다. 딱 정해져 있는 높이만큼까지만 블럭을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불규칙 입체의 모양을 생각하면서 빈 공간에 어떻게 이 불규칙 입체를 넣을까를 고민해야합니다. 사고가 삼차원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죠. 물론 대부분의 블럭류 보드게임들이 다 그렇게 사고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지만, 루미스 보드게임은 특히 이러한 사고가 비정형화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른 블럭류 보드게임인 라보카나 우봉고 3D, 또는 에니그마 같은 보드게임을 생각해봐도 분명합니다. 다른 블럭류 보드게임들은 모두 퍼즐 형식으로 룰이 구성되어 있는데, 루미스 보드게임은 자유도가 보장된 제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있는 답을 찾아내는 것과, 답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답을 고민하는 것은 사고의 폭이 다르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루미스 보드게임은 정해진 높이와 제한된 밑면의 넓이 안에 자신이 가진 불규칙 도형을 밀어넣어야 한다는 데에서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적절한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6학년 2학기 수학 1단원인 쌓기나무와 연계할 수도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쌓기나무 단원이 아이들의 공간감을 위한 단원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큐브들을 쌓아보고 만져보고 구성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루미스 보드게임이 이러한 쌓기나무 단원의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게임성을 제공한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Rumis 루미스 보드게임 활용안내
생각에는, 6학년 2학기 수학 1단원 쌓기나무 단원과 연계하여 수학 교구로 사용하여도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보드게임을 수업용 교구로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왜냐하면 보드게임이 교구로 사용되는 순간, 아이들은 보드게임이 가진 놀잇감으로서의 의미보다는 수업 진행의 연장선에서 수업 도구로 보아버리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사용한 온전한 놀이를 즐길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루미스 보드게임을 그렇게 사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놀잇감이니, 아이들이 충분히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여타의 제약을 없앤 체 놀잇감으로써만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어쨌든, 구성물이 플라스틱이라서 분실만 하지 않으면 특별히 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 학교 안에 한 학급용 세트를 갖추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드는 생각이 그렇습니다. 한 학급용 세트로 서너 종류를 준비해 놓으면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죠. 러브레터, 달무티, 코코너츠, 미니빌, 루미스 같은 보드게임을 각 7카피 정도 준비해두고, 필요로 하는 교실에 빌려주어 각 반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면 어떨까라는 생각 말입니다.
쉬운 보드게임이 위와 같다면, 조금 난이도 있는 보드게임으로 카탄, 스플렌더, 리코셰로봇, 티켓투라이드, 도미니언, 에니그마 같은 보드게임을 구성하고, 난이도가 조금 더 있는 보드게임으로는 파워그리드, 엘그란데, 푸에르토리코 같은 보드게임으로 구성하여, 학교 안에서 한 학급이 모두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하게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목표도, 저희 학급 안에서 위 보드게임들을 다 한 번 갖추어 보는 것입니다. 조금 더 부지런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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