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2022] 교실살이 System 만들기 - 01 교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20220329
지난 일곱 시간에 걸쳐, 어린이들은 차례대로
1 정치란 무엇인가
2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민주주의의 이상과 대표적 실현 방법
3 민주주의와 민주적 제도를 지키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
3-1 4·19 혁명
3-2 5·18 민주화 운동
3-3 6월 민주항쟁
4 87년 체제 이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
5 시민의 정치 참여 의의와 참여 방법
에 대해 배웠습니다.
항상 이렇게 배운 후, 매년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탐색하면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시스템을 헌법을 토대로 배워 나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은, 민주 정치의 원리인 국민 주권의 원리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삼권 분립 제도가 어린이들에 가 닿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입법/사법/행정의 분립이 어른들의 삶에서도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닌데, 어린이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배움이 민주적 삶의 이상과 가치를 체화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 편으로, 현재 교실살이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현재 전국의 많은 초등 학급에서 민주적 자치 제도가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다모임'이라는 시스템이 학생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전반적 의사결정기구로 현장에 도입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를 볼 때마다 항상 반쪽짜리 의사결정기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발제가 교사에 의해 제안되고, 주로 무언가를 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는 생각. 캠페인 활동을 하거나, 행사를 조직·운영하거나, 또는 학생 대표로 학교 행사의 얼굴 마담 정도의 역할에 머무는.
그런 와중에, 저의 교실살이 또한 꽉 짜여진 규칙의 틀 아래에서 어린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이를 교실살이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도 있었습니다. 항상 급식은 번호 순으로 로테이션한다든지, 자리는 항상 남녀 짝으로 로테이션하며 앉는다든지, 교실의 모든 결정에 교사가 반드시 개입한다든지 하는. 교사의 통제가 초등 교실에서는 어느 수준에서 필요하겠지만, 조금 더 어린이들에게 '결정권'을 넘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민주적 의사결정원리와 민주 정치의 원리를 배우기 위해, 어린이들 스스로 '교실살이 System'을 설계·운영하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으로 배움을 계획·조직하였습니다.
그 첫 시간으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습니다.
지난 시간까지의 배움을 간단하게 되짚어 보며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상을 초등학생이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교실이 되어야 함을 확인하며 오리엔테이션을 시작하였습니다.
- 그렇다면 배운 것을 토대로 교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자유롭게 이야기 해 보자.
어린이들은 학급자치회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교사는 학급자치회의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를 되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학급자치회를 통해 규칙을 정한다는 이야기로 답하였습니다.
교사는 규칙은 어떻게 정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회의·토론·투표 등의 방법을 언급하며 발표하였습니다.
교사는 회의·토론·투표 등의 방법을 어떻게 실행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잘'이라고 답하였습니다.
국가에서의 법은,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규범으로써의 역할도 수행하지만, 비대한 힘과 예산으로 나랏 살림을 하는 정부 정책의 바운더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우리가 정하는 규칙은 교실을 살아가는 구성원의 일상적 관계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교실 속 중요한 정책과 방침에 대한 것이기도 합니다.
교사는 교실의 대통령은 누구일까를 물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선출된 학급 회장과 부회장이라고 답하였습니다.
교사는 선출된 학급 회장과 부회장은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제가 올해 구상하고 있는 것은, 학급운영비를 어린이들 스스로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가이드 라인 없이, 어린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어린이들은 학급운영비로 아무거나 살 수 있어요?, 라면 파티 하면 안돼요?, 라는 이야기를 꺼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교직에 들어선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교실에서 라면 파티 같은 것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교육과정에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은 실과 음식 만들기와 라면 파티를 연결하자고 말하였습니다.
교사는 어린이들이 교육과정과 하고 싶은 활동을 연결하여 결정하는 것이 교실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라고 답하였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오리엔테이션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회의와 토론과 투표를 통해 규칙을 결정하기 위한 규칙도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교사의 이 말을 듣자마자 한숨을 쉬면서, 그럼 규칙은 끝도 없겠네요... 라며 탄식하였습니다.
그래서 교실살이 System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린이들과, 교실 일상을 규율하고 교실살이의 한 부분 한 부분을 결정하여 실행할 수 있는 '교실살이 System'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1년의 교실살이를 해 볼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주제로 어린이들과 의사결정 System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