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4. 원격 등교에 대처하는 방법
안타깝게도, 학기를 시작한지 4주째를 맞이하는데도, 어린이들에게 제출받은 원격 배움 결과물을 '검사'하지 못했습니다.
원격으로도 제대로 배우고 하고 싶은 생각에, 질문도 고민하고, 배움 활동도 촘촘하게 구성하고, 동영상 하나 띡 던져주고 말지는 않기 위해 고민도 하는데,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자꾸 뒤로 미룬다고 해야할 듯 싶습니다.
사실, 어린이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검사 이상이 되먹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껏 배움 설계를 잘 하더라도,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배우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특히 원격 등교를 통해 배우는 상황이 이런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도율은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원격 연수의 경험이 많은 교사들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자발성을 띄지 않는 원격 연수에서, 진도율은 허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배움 운영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가서 닿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은, 우리 어린이들 대다수가 배움의 자발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격 등교는 배움의 자발성을 불러 일으키는 것까지 같이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적어도 검사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온-오프라인 등교가 번갈아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배움을 이으려면 당연히 지난 시간 배움부터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에서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을 배운 어린이들은, 실시간 쌍방향 원격 배움을 마친 후 교사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적어 주었습니다. 교사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한 번 쭈욱 읽어본 후,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더 배우게 할 것인가 고민하여 그 다음 시간의 배움을 교실 등교 상황에서 조금 더 심화하여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온-오프라인 배움의 연계는 '지식의 배움-실제로 적용'의 구조로 의미를 갖기도 하고, '배움 활동-배움 나눔'의 구조로 의미있게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순서를 바꾸어 '배움의 안내-자기주도적 배움'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배움이 의미를 가지려면 '검사'를 넘어서서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 스스로에게 아쉬운 장면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원격 등교 상황에서의 배움에 대해, 그 배움 자체에 대한 되먹임을 돌려주어 어린이의 성장을 도운 후 교실 등교 상황에서 그 이상을 배우도록 할 수 있다면?
어린이들의 온라인 배움에 대해서, 그저 '잘 했어~'라는 댓글 달고, 별표 다섯 개 찍고, 간혹 우수해 보이는 과제를 우수 과제로 지정하는 것 이상으로, 어린이들의 온라인 배움에 대해 교사의 생각을 충분히 안내하고 그 안내에 따라 어린이가 충분히 되짚어 본 후 교실에서 그 다음과 그 이상을 넘겨다 보는 것.
이번 주에는 어린이들이 제출한 배움 결과물을 꼭 '검사'해야겠습니다.
좋은 배움을 설계하고 운영하였다는 것에 스스로 만족해버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도대체 이 배움이 어떻게 가 닿았는지 살펴보고 더 가 닿도록 안내하여 다시 되짚어 보는 일까지.
2021학년도의 1088시간(576시간과 512시간)이 이렇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올해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