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등단기 #11. 출판기념회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1. 책 준비
11월 30일로 출판기념회 날짜를 잡아놓고 10월 말부터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편집 방법을 알려주고 11월 첫째 주까지 절반, 둘째 주까지 전체를 마무리하라고 했다.
편집한 만큼 클래스 123에 올리라고 했는데, 대다수가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전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문서 편집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버거워 보였다.
아이 한 명을 선택해서 아예 샘플 원고를 만들었다.
다행히도 클래스 123에서 복사해 붙여넣으면 한글에 설정된 형태로 붙여넣기가 되었다.
23명 원고를 내가 다 편집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다소 힘든 과정을 거쳐야 자기 책이 손에 왔을 때 더 큰 보람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떠먹여 주는 것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정말 힘들어하는 아이는 내가 도와주었다.
편집 다 했다고 가져온 것도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아이들 원고 손 봐주고, 부크크에 업로드하고, 통장 사본 올리는 것도 모두 내 일이었다.
역시나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재작년에 5명 도와주고 작년에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늦어도 11월 28일까지는 책이 와야 전시를 할 수 있는데, 자꾸만 원고 편집과 업로드가 늦어지는 아이들이 생겼다.
부크크 측에서 마지막 기한을 줬는데도 여전히 완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조금 있었다.
결국, 내가 나서고, 부모님이 나서서 겨우겨우 전원 다 자기 책을 받았다.
전시장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얼마나 속상할지 걱정되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2. 리코더 연습
출판기념회를 기획하면서부터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이들이 주인공인 행사’였다.
오프닝 공연하실 분과 특강 강사를 모실 계획이었지만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위주로 운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자축 공연은 리코더 2중주, 3중주였다.
한 달이 넘게 한 곡을 많이도 불렀다.
음악 시간마다 부르고, 시험도 보면서 공연을 준비했다.
3. 외부 손님 초대
우선 특강 강사님을 모셨다.
우리 반 아이들 글을 기사로 낼 수 있게 도와주신 독서 대통령 ‘김을호 교수님’.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시길래 출판기념회 날 와주십사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 하셨다.
아이들 공연이 준비되어 있지만 다른 문화 행사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글 쓰는 DJ 래피님께도 참석을 부탁드렸다.
생방송이 있는 날이지만 들렀다 가겠다 해주셨다.
학부모님들은 당연히 미리 초대했고, 내 주변 사람들도 모셨다.
아이들이 ‘우리 행사를 보러 외부에서도 오시는구나.’ 생각하면 좀 더 어깨가 으쓱할 것 같았다.
사실은 우리 아이들을 다른 분들에게 널리 자랑하고 싶었다.
4. 피피티 제작
식순을 머리에 그리며 피피티를 제작했다.
23명 인터뷰를 꼭 진행하고 싶었는데, 한꺼번에 하면 조금 지루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세 팀으로 나누기로 했다.
마침 아이들 졸업 앨범 사진이 있어서 사진과 이름, 책 제목을 넣고 1년 동안 봐온 아이들 특징을 몇 자 적었다.
배경음악도 고심해서 골랐다.
피피티 작업에 시간이 제일 많이 들어갔다.
5. 마무리 영상 제작
마무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아이들 사진을 엮은 영상을 틀기로 했다.
저자 소개부터 마무리 영상까지 배경음악 고르는 게 참 힘들었다.
6. 플래카드 제작
요즘은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플래카드를 제작할 수 있다.
주말에 생각나서 하는 바람에 학급비를 쓰지 못하고 사비로 제작했다.
내년에 또 할 생각으로 날짜는 넣지 않았다.
7. 네이밍
행사 이름을 잘 짓고 싶은데 ‘사서 고생’이란 말이 처음부터 떠나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사서 고생’이라는 말에 한자를 붙여봐야겠다 생각했다.
생각 사, 글 서, 높을 고, 날 생을 써서 ‘깊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고귀한 삶을 살자.’라는 꿈보다 해몽인 이름을 얻었다.
8. 간식 주문
학급비로 간식은 안 된다고 들었지만,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이런 행사에는 사용해도 될 것 같다 허락해주셨다.
추운 날이라 어른들은 차 한 잔씩, 같이 온 동생들은 과자 몇 개씩 할 수 있도록 간식을 주문했다.
9. 미니 이젤 주문
책 전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미니 이젤이 생각났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받았는데, A5 사이즈 책을 올리니 딱 맞았다.
10. 퀴즈 만들기
아이들 글에서 괄호 넣기 퀴즈를 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동안 지난 글을 다시 읽으며 아이 한 명당 한 개씩 문제를 냈다.
첫 번째 저자 인터뷰 다음에 특강, 두 번째 저자 인터뷰 다음에 퀴즈 맞히는 시간으로 구성하였다.
처음에 쉽게 생각했던 행사였는데 막상 하려니 준비할 게 너무나도 많았다.
글로 쓰니 몇 자 안 되지만 준비 기간이 꼬박 한 달 걸렸다.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절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