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6부장 #4. 진로체험현장학습: 과천 vs 잠실
2016~2018: 국립과천과학관 + 서울랜드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현장학습에 ‘진로’가 붙는 바람에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우리 학교 6학년은 오랫동안 국립과천과학관과 서울랜드를 묶어 4월 진로체험 현장학습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6학년 부장을 했던 2016년, 4월 초에 동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먼저 과학관에 들렀습니다.
버스 내려 이동하는 동선도 체크하고, 200명 넘는 아이들 줄 세워 놓을 장소도 봐 두었습니다.
과학관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도 둘러보았습니다.
그때, 우리 학년 꼼꼼한 선생님 한 분이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학생 단체 입장료가 더 싸다는 것을 알아 오셨습니다.
하마터면 걷은 돈 환불하느라 일을 한 번 더 할 뻔했습니다.
서울랜드에서도 마찬가지로 버스 내리는 곳과 입장하는 문, 아이들이 모여있을 장소를 체크했습니다.
졸업앨범에 들어갈 단체 사진 찍을 곳도 미리 봐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심 식사 장소.
그때는 미세먼지에 민감할 때가 아니어서 노천극장을 점심 장소로 찜해두었습니다.
2016년 첫 현장학습 날.
답사를 다녀왔는데도 여러 돌발 상황이 생겼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에게 티켓 나눠주고, 아이들과 다시 만나고 이동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 와중에 약속 시각을 안 지키는 한 선생님이 계셔서 참 곤란했습니다.
아홉 반이나 되는데 개인행동을 하시니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힘들었습니다.
첫해 시행착오 때문인지, 2017, 2018년에는 조금 수월했습니다.
과천과학관에 체험할 거리나 구경할 거리가 별로 없어서 시간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고,
서울랜드에서 점심 식사까지 하고 나니 아이들이 놀이기구 탈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2017년부터는 과학관에서 보내는 시간을 대폭 줄였습니다.
그리고 도시락을 싸가는 것보다 단체식으로 해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2017년부터는 서울랜드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2017년에도 그랬지만, 2018년에도 행사 당일 날씨가 걱정되는 것입니다.
날씨가 좋기를 모두 다같이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3년 내내 날씨가 괜찮았지만 이제 더이상 이렇게 진행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액: 시설이용비 15,500원
차량비 16,800원
점심 5,000원(총 37,300원)
장점: 진로체험 현장학습 이름에 걸맞은 활동이 포함되었음.
단점: 날씨(비, 미세먼지) 영향을 많이 받음.
과학관이 생각보다 매우 재미없음.
2019: 롯데월드
제가 잘못한 것이 있습니다.
실외 체험학습을 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 순간에 다음 해 체험학습 장소를 찾아봤어야 했습니다.
손 놓고 있다 학년 말 교육과정 회의 때 이야기를 꺼냈고, 학사력 제작과 버스 예약을 위해 날짜와 장소를 빨리 정해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면서, 진로와 관련이 있으면서, 실내인 곳을 찾으려니 막막했습니다.
결국, 작년까지 서울랜드를 방문했다는 사실과 수학여행이 없어져서 아이들이 슬퍼한다는 이유로 롯데월드에 가면 안 되겠냐고 교장, 교감 선생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세 분은, 미세먼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데다 딱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아시고 흔쾌히 승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진로체험 현장학습 장소를 롯데월드로 선택하였습니다.
가계약한 업체와 연락해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버스 주차장부터 매표소까지 동선, 입장한 후 단체 사진 찍을 장소, 점심 식사 장소를 확인했습니다.
버스 주차장에서부터 매표소까지는 쭉 직진만 하면 되는 길이라 문제가 없었습니다.
입장한 후에는 바로 옆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 되고, 그렇게 도착한 곳이 회전목마 앞이라 그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점심 식사는 매직 아일랜드 나가는 길 바로 근처 중식당에서 한다고 했습니다.
짜장면, 짬뽕, 볶음밥 중에 선택해서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롯데월드는 답사를 하려면 많이 까다롭습니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답사가는 인원과 이름, 전화번호를 넘겨주어야 합니다.
당일은 공무원증이나 재직증명서 또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사 명찰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일일이 확인한 후에 답사권을 줍니다.
현장학습 날.
학생 단체가 몰릴 것 같아 8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9시 반 전에 롯데월드에 도착했고, 아니나 다를까 많은 학생들이 줄 서 있었습니다.
9시 반이 되자마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이용권을 받아서 담임 선생님들께 나눠드리고 티켓은 입장해서 주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입장하는 곳 직원이 아이들에게 모두 티켓을 나눠주라고 했습니다.
잃어버릴까 봐 들어가서 나눠줄 거라 했더니 안 된다고 정색하며 당장 나눠주라고 했습니다.
굉장히 불친절한 직원이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들 손에 자유이용권을 쥐여 주었습니다.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은 입장한 후에 잃어버리면 문제가 없습니다.
입장하기 전에 잃어버리면 문제가 됩니다.
아이들에게 잘 가지고 있으라고 신신당부해야 합니다.
입장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회전목마 앞입니다.
사진 찍는 단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하나도 없었고,
반별로 사진을 찍은 후 밀쿠폰(점심 식사 쿠폰)을 줘서 보냈습니다.
입장한 직후라 인기 많은 놀이기구에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도착하고 1시간 안에 여러 기구를 체험했습니다.
점심 식사도 편한 시간에 하면 되고, 맛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시간이 겹치지 않으니 식당이 번잡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후가 되면 사람들이 몰립니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롯데월드 앱을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매직 패스로 예약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가면 놀이기구를 탈 수 있습니다.
하루에 3개 정도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돈을 더 내면 더 많이 예약할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런 비교육적인 시스템은 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롯데월드 체험학습이 좋은 건 우선 실내이기 때문에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가족과 놀이공원에 간 적은 많지만 반 친구들과 간 적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롯데월드는 비교적 안전합니다.
입장한 이후에 놀이공원 밖으로 나갈 일이 없습니다.
약속 시각만 잘 지키고, 안전 수칙을 잘 따르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다른 것은 모두 둘째치고, 모둠 편성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놀이기구 체험할 수 있는 레벨을 모두 체크해 모둠을 편성해주신 모양입니다.
저도 그렇게 할까 하다가, 친한 친구들끼리 다니게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맡겼습니다.
결과는….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2명에서 3명 정도로 모둠을 만들라고 했더니, 누가 자기를 끼워줬니 안 끼워줬니, 저 모둠에 들어가고 싶니, 저 친구랑 친하니 안 친하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습니다.
우리 반에는 크게 따돌림당하는 친구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혹시나 아이들 관계에 문제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모둠 편성할 때 아주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평화롭고 원만하게 해결되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특수 아동이 있는 경우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학년 한 반에서는 친구들이 돌아가며 특수 아동을 돌보겠다는 아주 기특한 생각을 해서 아무 문제 없이 지나갔지만, 이렇게 모두가 행복했던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현장학습도 올해 6학년 선생님들이 정해놓아야 해서 고민입니다.
동학년 선생님들의 의견을 아직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여쭤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뒷받침된다면 고학년 아이들이니만큼 롯데월드 현장학습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금액: 자유이용권 22,000원
점심 6,500원
차량비 17,300원(총 45,800원)
장점: 날씨에 구애받지 않음.
아이들이 좋아함.
단점: 가격이 다소 비쌈.
모둠 편성 할 때 헬임.
너무 놀기만 한다는 인상을 주기 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