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온 편지] 06 쓰레기통에 꽂히다 - 디자인의 힘
너무나 헷갈리는 그것. 당기세요. 미세요.
살면서 수 백번은 해봤을텐데
문을 열 때 당겨야 하는 지 밀어야 하는 지는 여전히 헷갈린다.
그런데 미국 대학원에 와서는 더 이상 헷갈리지 않는다.
심지어 당기세요/미세요 Pull/Push는 쓰여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대학원 내 문에서 밀어야 하는 방향은 아예 문고리를 없앴다.
(맺음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원래는 있었는데 없앤 것 같다.)
그리고 당겨야 하는 방향에는 문고리가 있다.
간단하다. 손잡이가 있으면 당기고, 없으면 밀면 된다.
땃!!!!! 혁신적이야!!!
한국에서 온 내게 이 문고리는 너무나 혁신적이었다.
짧은 문장이나 강렬한 단어보다도 의도된 디자인이 발휘하는 힘은 명쾌하고 강하다!
쉽게 행동을 이끄는 디자인의 힘에 푹 빠져 미국에 도착한 초창기엔 한동안 이곳 저곳 디자인을 관찰하고 다녔었다. 후후
그러면서 내가 꽂힌 건 바로바로
쓰.레.기.통!
뚜껑 디자인만 잘 해도, 분리수거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컬럼비아 교육대학원 쓰레기통.
때로는 색깔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위는 컬럼비아 학부 도서관 쓰레기통. 아무래도 종이 수요가 많으니 종이 분리수거를 따로 배치했다. 뚜껑 디자인에 색깔을 더하여 초록색, 파란색, 검은색(회색)으로 종이/재활용/ 일반 쓰레기를 구분한다.
색깔로 쓰레기통을 구분한 또 다른 곳. 센트럴 파크 쓰레기통. 자세히 보니 뚜껑이 열려있는 크기도 다르다. 이런 디테일이! 순서대로 일반 쓰레기/ 재활용 / 잡지(종이)
런던 개트윅 공항도 쓰레기통 색깔과 뚜껑 디자인으로 내가 분리수거를 잘 하게 만들었다.
지난 달 잠깐 들렸던 런던 정경대의 쓰레기통.
쓰레기통에 그림으로 추가 설명을 붙여놓았다. 글로 설명한 것보다는 그림이 직관적이지만, 친절한 만큼 쓰레기통만 있을 때보단 직관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통을 따로 배치한 것을 매우 높이 산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컬럼비아에도 시급히 필요하다!
흠흠! 쓰레기통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나오며...
런던 빅토리아역. 지하철, 기차, 버스가 다 모여있어 워낙 크고 유동인구가 많은 역이다.
사진처럼 주요 목적지로 가는 길을 바닥에 선으로 표시해두었다.
덕분에 허공을 날아다니는 화살표를 좇아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 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았을까?
대전에서 공주로 가는 길, 중간중간 논산, 세종, 부여 등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빠지는 길목이 있다.
복잡한 표지판 화살표를 따라가기 여간 헷갈리는 곳이 아니었는데, 도로 바닥에 분홍색 안내선을 그어 혼선을 줄였던 디자인이 떠오른다.
사진을 찾을 수가 없었지만, 명쾌하고, 직관적이고, 아름다웠다!
사람들에게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은 다양한 형태로 가능하겠지만서도,
직관적이고 아름답고 강력한 디자인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나저나, 내겐 무엇이 당연하게 불편한가? 그 무엇을 어떻게 한 번 바꿔볼 수 있을까?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