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우간다!] 04 My Favourite Things: 변화의 시작점
"이띠에 니니!"
"아띠 마베!"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는 한국에서 온 Karen 그리고 Seoyeon 입니다. :)
어제, 우간다 학생들에게 배운 노래가 하나 있어요.
한번 들어볼래요?"
Karen 쌤과 눈빛과 멋쩍은 웃음 교환 후 하나 둘! 노래 시작!
"♬Welcome our dear parents~♬"
학생들 모두가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We are happy to see you today~♬"
어색함을 물러내고 우리 노래가 교실을 가득 채운다. 이 노래. 오늘 처음 만나는 우리에게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제격이었다. 어제 아이들하고 놀면서 노래를 배워놓길 잘했다!
"같이 노래 불러서 기뻐요! 있지요. 이 노래는 나의 favourite 노래랍니다.
궁금해요. 여러분의 favourite things는 무엇이에요?
오늘 우리들의 favourite things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봅시다."
이렇게 우리는 수업 문을 열었다. :)
"띠, 띠, 띠." "슈욱~!"
우간다 학생들은 우리가 내는 의성어를 특히나 좋아했다.
미니북 만들기 활동에서, 종이를 접으면서 손으로 꾹꾹꾹 누를 때 한 번 '띠.띠.띠~'하는 소리를 냈더니 무진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한국식 의성어가 특이한가 보다. 우리는 종이를 펴고 접을 때마다 요상한 소리들을 냈고 ㅋㅋ 같이 웃었다.
나의 짝꿍쌤!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남긴 수업을 마무리하기까지 나의 짝꿍 선생님, 청아쌤과의 팀워크가 나는 너무 좋았다.
준비할 때 수업 아이디어를 내면 다른 한 명이 아이디어를 더 해서 조금 업그레이드 시키고, 또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수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수업 진행 준비도 머릿속에 교실 상황을 그려가며, 서로 교사 발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함께 했다. 계속 전체 흐름을 쭈~~욱 같이 공유해 나갔기에 실제 교실에서도 호흡을 착착 맞추며 진행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청아쌤이 나에게 많이 배웠다고 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나도 청아쌤에게 많이 배웠다. 특히 나 같은 우유부단형이 결단력 있고 쿨한 청아쌤과 합을 맞추게 된 건 행운이었다!
우리 수업, 우간다 교육과정과 연계가 가능할까? 하고 찾아봤던 교육과정. 우리 수업보다 수준이 훨씬 높다. 하... 우리 수업은 너무 쉬운데... 다 뒤집어야하나...하던 내게 '이대로 갑시다!' 해준 덕분에 시간 지체 없이 준비하고 진행했다. 교육과정과 학생성취수준이 너무 차이 난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준비한 수업이 학생들 수준에 어느 정도 적절했던 건 다행이었다. 청아쌤은 수업에서도 마인드맵 정리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줘서 핵심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고, 과감히 마지막 놀이활동을 날리는 것으로 한 차시내 적절한 정보량과 활동, 평가로 시간 내에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했다. Special thanks to Karen!
나 청아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히 챙겨주셨던 학급 담임선생님과 함께. 우리 수업이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참관을 했던 모든 선생님들께 조금이라도 의미있었기를/
Self SLC
Hope Is Education Internationl은 우간다 현지 학교에 SLC-School based Learning Community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교사배움공동체라고나 할까. 이로써 HoE팀이 현지를 떠나더라도 교사들은 주체적으로 이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인 교사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그리하여 수업 당일, 우리 한국교사팀도 HoE에서 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Self SLC, 우리끼리 수업성찰과정을 갖기로 했다. 클루오띠트학교에서 학생 대상 수업을 진행한 팀은 한 팀이 더 있다. 우리 넷은 수업이 끝난 것을 자축할 겸, 맛있는 샐러드, 주스와 함께 우리 수업의 장점, 보완할 점, 우간다 학생대상 수업 프로그램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기록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진짜 멋지다고 자축하며... ^^
(자연스럽게 찍는 척하는 어색한 사진 호호호)
변화의 시작점
김서연양에게
(...)
그 미션을 멀리 찾을게 아니라
아마 초등교사로서 할 만한, 해야 할 범위에서 찾아야 할게 아닌가 싶네.
(...)
우간다 가기 전, 교수님께 안부 메일을 드리기가 무섭게 바로 도착한 답장. 나는 학교가 싫다는 이야기는 사실 단 한 마디도 안 썼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콕 짚어서 말씀해주시는 지. 그땐 속으로 '왜 꼭 초등교사 안에서만 찾아야 하나?.' 하면서 '5년? 10년? 몇 년을 더 하고 그만둘까~' 하는 생각만 하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가 점점 좋아진다.
지난번, 우리네 학교에서 교육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느냐는 글을 쓰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교육을 이야기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는 기회들이, 그런 시간들이 자꾸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요소들의 화학적 작용이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 변화의 시작점은 이 날, 이 수업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다시, 수업이, 교육이라는 분야가, 재밌다고 분명하게 느낀 날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