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요 우간다!] 03 두근두근 첫 학교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내일 8시까지 숙소 앞으로 픽업 갈게요^,^"
와... 장난 아니다. 여기.
우리 지금 30시간 걸려서 밤 아홉시 반에 간신히 우간다 글루에 도착했는데, 내일 8시부터 일정 시작이라니
와... 진짜.. 와...
하면서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아침도 든든히 먹고 모든 준비를 마친다! (교사들이란...)
그렇게 우리는 첫 학교로 향했다.
모든 활동, 아웃!
첫 우간다 교실 방문. 떠오르는 건
국제개발협력의 살아있는 전설!
그 깊고 넓은 경험적지식과 전문성에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던 존재!
국제개발협력학교 교장 김동훈님이었다.
작년 호이아카데미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옳기만 한 주옥같은 현장 이야기를 들려주셨었다.
그 예로,
"여러분이 가져간 리코더 100개? 창고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수업 한 번 하고, 리코더만 두고 가면, 현지 교사들이 후속 교육을 할 방도가 없겠죠."
"해외봉사 갔다 오면 사람들이 '제가 한 것보다 얻어온 게 많아요'라고들 말하죠. 정말 맞습니다. 왜냐면 현지 사람들이 여러분을 위해 봉사해줬기 때문이에요. 매년 같은 한국 노래, 같은 활동 가지고 가죠. 그들도 얼마나 지겹겠어요. 그런데 여러분을 위해서 한 거 또 하고 또 해주는 거에요."
"아예 계획을 세워가지 마세요. 실제로 계획이 안 나와서 한국에서 걱정했던 팀이 오히려 현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와서 더욱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말씀들이었다. 이 강의는 내 머릿속에서 '봉사'라는 단어를 지웠다. 국제개발협력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현지 문화 존중, 지속가능성, 현장성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강의에서 해주신 말마따나, 처음으로 직접 목격한 우간다 교실은, 사진으로 보았던 교실 모습, 들었던 교실 모습과는 또 달랐다.
한국 교실에서 재밌고 요긴하게 써먹던 놀이들, 활동들 중 나름 학생 수 많은 교실에서도 써먹을 만한 것으로만 목록을 쭈욱 골라왔는데, 모두 다 아웃이다. 다 다시 시작이었다. 와우...!
빼곡히 적다
▲Hope is Education Int'l에서 꾸준히 해오고 있는 교사수업공동체 지원사업에 함께 하다.
수업을 참관하러 교실에 들어갈 때 참관록을 한 장씩 주신다. 세세히 나눠진 칸이 답답하여 뒷장으로 돌려 떠오르는 것들을 가리지 않고 적는다. 참관록 쓰기. 참 오랜만이다. 사실 이렇게 진짜 참관록을 적어본 건 처음인 것 같다.
9월 6일 오늘은 학교에서 동료장학이 있던 날. 교과실 선생님 모두가 수업공개를 했다. 동료교사끼리는 서로의 수업을 보러 안 가는 게 위해주는 거라는 문화는 암묵적이면서도 공공연하다. 오늘 내가 쓴 참관록 0. 내가 받은 참관록 0.
그래서였나, 우간다에서 쓰던 참관록은 참 오랜만이었다. 크게 수업의 장점. 궁금증. 제안이나 아이디어를 적었다.
이상하다. 수업을 보는 데 자꾸 자꾸 뭔가가 떠오른다. 나도... 수업 보는 눈이 좀 생긴 건가? 그래도 내가 4년을 헛 한 건 아니구나. ㅜㅜ 다 흘러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나한테 뭔가.. 남은 게 있나 보다.. 이상하다.. 이띵... 수업참관... 이거 뭔가 재밌다... 사실 너무 재미있다... ㅜㅜ
수업참관 후 이어지는 사후협의회는 장점. 보완할 점. 앞으로의 액션플랜 순으로 진행됐다. 동료교사의 수업을 참관한 우간다 선생님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한다. 한국에서는 선배교사 수업에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게 예의 같았는데, 여기서는 수업을 참관했으면 적어도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매너 같다고 느껴졌다. 그리하여 얇은 레포 위에 인상적인 장점 한 가지와 조심스럽게 개인적 제안 하나를 나눴다.
ㅜㅜ 이것도 너무 재밌었다... 동료교사의 수업을 함께 보고,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의견을 보완하고, 이를 다음 수업에 반영할 계획을 세우는... 이 모든 과정... 못 해봐서 몰랐는데... 너무... 재밌다... ㅜㅜ
그냥 교육에 관련된 일을 했다는 것
첫 사후협의회 참여 후 너무 좋아서 팀리더에게 무턱대고 같이 사진 찍자고 했던 나.
우간다의 첫 학교 방문에서 나는 무엇이 그렇게 재밌고 좋았을까. 그냥. '교육'에 관련된 일을 했다는 것. 그것 하나인 것 같다.
어떤 분야든 본인이 좋아하여 하고 싶은 부분과,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부분이 공존하리라.
교사는 교육을 전공하고 교육을 업으로 삼아 학교를 일터로 살아가는데.
학교에서 교사의 하루 중 몇 퍼센트가 교육이 아닌 일에 잠식되지 않고 오롯이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있을까. 왜 우리에겐 수업을, 교육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 것일까.
"본질을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개인은 살아난다"
매일매일 똑같은 노을인데 라오스 여행 중 메콩강에서 보던 노을은 유독 더 아름다웠었다.
이러한 타지가 주는 특별함이나, 우간다에 단기간 손님으로 찾아갔다는 특수성 및 한계도 물론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간다에서 교육이라는 본질을 공유하는 시간을 참 많이 경험했다. 그 안에서 나는 내가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큰 게 아니다. 그냥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거였다.
난 이게 참 재미있는데.
일상의 학교에서도, 그냥 이렇게, 교육을 맛보며 살아있는 교사로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