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해 한 승진제도의 모든 것(3): 학교를 움직이는 '근평의 덫'
마일리지 형식의 승진제도가 좋지 않다고 하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단연 교직문화를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근무평정의 덫’이다.
승진을 하고 싶은 사람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근무성적평정 즉, 근평인데
문제는 근평이 승진 기본점 200점 중 무려 100점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70점은 교장과 교감이 평가하게 되어 있어,
승진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교장과 교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소불위의 권력자’처럼 학교에 군림하는
학교장이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근평 하나면 교무, 연구, 방과후 등 학교 업무를 맡고 있는 대다수의 부장들을 쥐락펴락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근평의 덫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막강해서, 교직생활 전반 곳곳에 영향을 끼친다.
교감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교무의 경우에는 교장, 교감의 말에 납작 엎드리게 된다.
근평이 ‘나가리’ 되는 순간 승진 스텝도 확 꼬여버리기 때문에 처신이 쉽지 않다.
교무가 교장, 교감의 뜻을 받들어 평교사들과 척을 지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교감을 굳이 목전에 두지 않은 경우라도 승진을 생각하고 있다면 근평 관리는 필수다.
근평 점수라는 것이 매우 교묘해서 한두해 만으로 평가받지 않도록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무려 10년! 10년의 세월을 합해 근평 점수가 결정된다.
그 10년 동안 삐끗한 적이 한 두 번 있다면, 당연히 승진 대열에서도 후순위로 밀린다.
이러니 교장, 교감에게 ‘항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승진제도가 학교문화를 결정짓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에 반해 승진에 큰 관심이 없는 교사에게 근평은 그리 무서운 무기가 아니다.
근평을 잘 받든, 못 받든 학급에서 아이들과 지내는 것과는 별반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장, 교감은 승진을 원하는 교사들을 매우 선호한다.
승진을 원해야만 다루기가 쉽고, 다루기 쉬워야 뜻을 관철하기 편하니까.
조금이라도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래가지고 승진하겠어?” 한 마디로
모든 것을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근평의 마법’이다.
그렇기에 분위기가 좋지 않은 학교는 근평을 받아야 하는 교사 vs 필요없는 교사들로
극명하게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기에 바쁘다. 이 또한 '근평의 마법'이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한 관리자라고 하더라도 승진제도가 이러한 막강한 권한을
주는 쪽으로 설정되어 있는 한 언제든지 돌변하여 교사들을 압박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반드시 바꿔나가야 하는 적폐다.
마일리지 승진제도와 근평의 환상 콜라보가 학교 문화를 얼마나 수직적이고, 폐쇄적으로
만들어 놨는지 우리 모두 고민해 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