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제국 운영법] 2. 무알시
[진영제국 운영법] 2. 무알시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학급을 운영한다. 진영제국 운영법은 본인의 학급운영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학급운영법은 본 교실에서는 효과가 있던 것들이다. |
#0. prologue
교실은 다양한 아이들의 집합이다. 이 아이들은 모두 성격이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르다. 하지만 모든 것에 무관심한 아이들은 드물다. 몇몇 아이들은 역사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연예인에 대해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 수업이 진행되다 보면 모든 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것은 드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자.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본다면 더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1. 짜투리시간
수업시간은 내가 말하기도 바쁘니 수업시간은 안되겠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만한 시간을 따로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 본 시간이 몇개 있었다.
첫번째는 아침자습시간. 20분이란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무언가를 하자니 아침에 온 아이들도 축축 쳐져 있고 갑자기 준비를 시키는 거 같았다. 그래서 패스.
두번째는 방과후. 그런데 아이들에게 학교일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점심시간과 종례시간이었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구나를 몇번의 경험으로 체득하고 이것도 패스.
세번째는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은 50분이다. 예비종까지 하면 10분인데 아이들의 행동패턴을 보니 예비종이 쳐도 10분의 시간이 있으니 잘 들어오지 않았다. 혹 다른 몇몇 아이들은 점심먹고 책상에 누워서 계속 있다. 이 둘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예비종이다. 예비종이 치고 나서 존재하는 10분을 활용해보고자 했다.
학교에서 예비종의 의미는 아이들이 오후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게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하는데 5분 정도의 시간이 소모가 되고 나머지 5분을 아이들의 발표시간으로 확보한 후 시켜보고자 했다.
#2. 무알시
그렇게 해서 만든 시간이 무알시(무엇이든 알려주는 시간)다. 처음부터 이 이름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13년도부터 아이들과 활동을 했었는데 올해 우리반 아이들과 이것을 할거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네이밍을 좋아하는 학생이 무알시라고 하자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 진행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이 치고 수업시작 전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된다.
시간 : 10분 내외
주제 :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등등 제한을 두지 않음.
방법 : ppt, 스마트폰등의 도구 이용가능.(도구가 없이 해도 괜찮음)
다만 처음에 아이들이 부끄러워 하기도 하고 어떤 식으로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아서 담임이 첫 무알시를 진행을 한다. 이때 무거운 주제보다는 현재 나에게 가장 큰 관심사. 혹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이런 것들을 가지고 발표를 한다.
#3. 다양한 내용.
아이들은 꽤 다양한 주제들을 발표했다.
기억에 남는 아이들을 추려보자면
요리사가 꿈인 아이는 자신이 만든 요리를 가지고 왔다. 초등학생이니 어려운 요리는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방식의 요리였다.
영어교사가 꿈이었던 아이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우주에 빠진 아이는 우주에 대한 영상을 한없이 찾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아이는 그 직업에 대해 자세히 조사를 해왔다.
#4. 발전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표를 하고 나서 꽤 아쉬워한다.
"선생님, 제 ppt 글씨가 너무 많고 작았어요."
- 나만 안보인게 아니구나 발표하는 너도 안보였구나.
"아이들이 제대로 안들어요."
- 응 너무 어려워...
"더 많은 상품을 가지고 올 걸 그랬어요"
- 아니야.... 한명씩 다 돌리고도 남는데 왜.....
한번 발표를 해본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음 친구가 말할 때 주의깊게 듣는다. 주의깊게 들으며 질문도 하고 퀴즈를 내면 퀴즈도 맞춘다. 그리고 상품도 받는다.(주로 아이들이 가져오는 사탕인데 아마도 그게 꽤 큰 동기유발이 되는거 같긴 하다.) 상품이 없어도 친구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는다.(대부분은...)
#5. 무알시의 장점
첫번째. 담임으로서 학생들의 관심사항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무알시를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두번째. 발표를 해본 학생은 다음 발표를 위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생각하고 보완하려고 한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다.
세번째. 발표를 한 학생은 다음 발표하는 친구들의 발표를 잘 듣는다. 서로에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Epilogue
무알시는 처음이 좀 힘들다. 하지만 처음에 담임교사가 진행을 하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2학기에는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어서 요청을 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이다.
ps. 어제 우리반 아이는 10분도 하기 어려운 무알시를 혼자 50분을 사용했다.. 덕분에 6교시 수업은 학생의 특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