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학교문제집] 4. 2004년 어찌그리 구하기 힘든 기간제.
#0. 부재중 전화
2004년 졸업을 했다. 졸업식날 동기들과 밤새 놀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왠 부재중 전화지?'
라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
"부재중 전화가 와서 전화드렸는데요."
"아! 선생님 다른게 아니라 여기는 ㅇㅇ초등학교인데요. 기간제를 일년짜리를 구했었는데 선생님이 전화를 안받아서 다른 사람을 구했어요. 기간제 잘 구하세요~"
그래... 뭐 기간제 딱히 할 생각도 없었는데 한번 놓친거 뭐 어떠랴라는 생각과 함께 졸업식 다음날을 친구들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번에는 눈이 저절로 떠졌다. 전화기를 한번 만져본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럼 샤워나 할까?"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설마하는 마음에 전화를 했다.
"아! 선생님 다른게 아니라 여기는 ㅇㅇ초등학교인데요. 기간제를 반년짜리를 구했었는데 선생님이 전화를 안받아서 다른 사람을 구했어요. 기간제 잘 구하세요~"
'헐!!! 이거 뭐지?'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샤워도 하지 않고 기다렸으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1. 똥줄타는 전화기
두번의 전화를 놓치니 이제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화는 오지 않았다. 몇번 전화가 오긴 했는데
발령등수가 어떻게 되는가? 지금 자리가 있긴 한데 학교랑 이야기 하고 전화주겠다 이런 식으로 두세번 전화가 오고 끝났다.
그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났고 갑자기 마구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또 교육청에 졸업증명서와 교원자격증을 등록해야 하는 일이 있었던 듯 하다.(이 부분은 제대로 기억은 나지 않는다만..) 교육청에 서류를 내고 동기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둘다 기간제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잘해보자라는 의미로 그당시 핫플레이스였던 아웃백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가 온다.
"아. 선생님? 나는 XX학교 교감이에요. 저번에 한번 통화했었죠? 지금 기간제 자리가 하나 필요한데 혹시 생각 있어요? 생각있으면 지금 오고요~지금 오면 좋은데."
나는 밥을 같이 먹던 친구를 뿌리치고 XX학교로 뛰어갔다.
그랬는데 도착했는데..
있어야 할 교감선생님이 없다!!!
교무실에 뻘줌하게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니 교감선생님이 오셨다.
냉장고를 여시며 캔커피를 하나 주신다.
'오.. 기간제 계약은 캔커피와 함께 하나보다.'
악수도 했다.
'오!! 나는 이제 돈버는구나! 교사가 되는구나!'
"선생님 미안해요. 우리학교에 기간제 자리가 둘이 필요했었는데 아까 다시 살펴보니 한자리만 있으면 되네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다른 학교에 알아봐야 할거 같아요."
"아.. 네..."
"곧 다른 학교에서 연락 올거에요~"
"아.. 네..."
그렇게 기간제는 또 멀어졌다.
#2. 저쪽도 급해진다.
전화는 오지 않고 원래 생각도 없었던 기간제가 본의 아니게 몇번 떨어지니 갑자기 급해졌다. 전화도 두세번 오는데 다 이런 식이었다.
"김진영 선생님이죠? 여기 FF학교인데요. 여기 기간제 할 수 있어요?"
"아. .네.. 그게...(거기가 어디지?)"
"해요 못해요?"
"아.. 그게... 제가 위치를..."
"아. 그럼 다른사람 알아볼게요."
그렇게 두세번 전화가 오고 나니 왠지 우울해졌다.
기간제라는 건 나랑 전혀 상관이 없는거 같았다.
#3. 바다는 희망이었어라.
나는 기간제가 계속 떨어지고 고등학교 친구 한명은 공무원 시험을 계속 떨어졌다. 그렇게 계속 떨어지던 우리 둘은 바다를 보러 갔다.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서로 하고 있었다. 과연 우리는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걱정하다 집으로 오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김진영 선생님이죠? 여기 cg초등학교인데요. 기간제 한달 짜린데 할 수 있어요?"
다음날 기간제 계약을 하기로 했고 2월 28일 나는 기간제 계약을 했다.
차후에 알게 된 것인데 그 당시는 임용합격자들의 명단을 교육청에서 암암리에 학교에 나눠줬던 거 같다. 그래서 그 명단을 보고 뒤에서부터. 남자 위주로 전화를 했던 듯 했다. 다행히 등수가 앞 번호는 아니었던 터라 그래도 2월 안으로 기간제를 구했다.
현재는 기간제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교대 졸업생수도 많이 줄었고 임용고시에서도 10년전에 비해 많은 사람을 뽑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임용고시를 준비한다.
그래서 10여년 전에는 임용대기생들이 몸이 달아서 기간제를 구했지만 지금은 학교가 몸이 달아서 기간제를 구하는 듯 한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