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담임일기 - 여학생들 1년 관찰기
1년간 교실 일기 –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우리반에는 10명의 여학생들이 있었다. 당연히 모든 학생들은 다르다.
희정이는 탐구심과 욕심이 많다. 희정이는 자기 위주로 분위기를 끌고 가는 아이는 아니다. 다만 어느 상황이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아이다.
성영이는 쉽게 표현하면 여장부스타일이다. 적극적이며 잘하고 싶은 의지도 강한 학생이다. 성영이에게 반 분위기는 자기 위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자기 위주로 끌고 갈 수 있는 목소리와 힘도 있다. 주로 남자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맞았다고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혜는 자존심이 강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돋보이고 싶어서 열심히 한다. 더불어 항상 새로운 아이템이 있으면 가지고 와서 꺼내 놓는다. 이 행위가 중요하다. 꺼내놓는 것. 그러면 친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유미는 직설적인 아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한다. 운동도 잘하는 편이나 공부쪽에서는 약한 편이다. 친해지면 장난이 좀 과격한 편이며 당황하면 말문이 막히는 편이다.
선아는 여장부타입이긴 하다. 하지만 선아는 자기 주장을 많이 하는 친구는 아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잘 해주며 자신과 놀자고 하는 학생들을 거절하지 않는다.
보람이는 얌전하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글로는 자신의 생각을 항상 잘 표현하는 학생이다. 보람이는 친구들에게 호의적이며 항상 웃으며 대한다.
보명이는 잘 웃는다. 친구들을 좋아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잘 한다. 하지만 친구들의 말에 상처도 많이 받는 편이다.
상희는 수업시간에 집중을 받으면 운다. 발표하라고 지목해도 운다. 수업시간에 손을 들었다가 지목을 당해도 운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는 꽤 즐겁게 논다. 다만 많은 아이들과 친한 것은 아니고 선희와만 친하다. 또한 활동을 할 때 제시간에 하지 못한다.
선희는 말을 잘한다. 다만 목소리가 작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자꾸 하려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자기 주장도 잘하는 편인데 친구는 주로 한명만을 사귀려고 한다. 그래서 상희랑만 친하다. 은근히 친구들 사이에서 편을 가르기를 한다.
은진이는 9월에 전학을 왔다. 가정의 방치로 한동안 힘든 세월을 보냈고 우리 교실에 와서는 특수학급과 교실을 왔다갔다 하는데 한글을 잘 모르며 읽는 것도 잘 모른다. 친구들 사이에 끼고 싶지만 1학기동안 같이 공부하지 않은 것이 크다. 또한 8개월 가까이 학교를 떠나있던 아이기 때문에 학교 자체가 낯설다.
3월초 교실의 분위기는 꽤 전쟁터였다. 2학년 학생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보통은 자기 이야기를 한다. 이건 자기 주장을 한다는 게 아니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거다.
“선생님 있잖아요~~ ” 로 시작하는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들은 주로 끝이 없다. 이야기 속에서 마치 혼돈 속에서 공허함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런 공허함 속에서 빅뱅이 일어나는 법이다. 우리반에서는 여학생들의 충돌로 시작되었다.
충돌은 작은 별들이 아닌 큰 별들이 부딪히는 법. 성영이와 지혜는 앞뒤자리인데 틈만나면 배틀을 벌였다. 지혜는 학기초부터 항상 신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꺼내 놓는다. 이 꺼내놓는 것이 중요한 행위인데 그래야 친구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별들의 충돌은 여기서 발생하는데 성영이는 그 물건을 꼭 만진다. 만지는 행위는 지혜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행위다. 이 물건들은 모두 자신의 아빠가 사주었고 만지는 것은 자신에게만 허락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물건을 성영이는 지혜 몰래 만졌고 열에 세 번은 부품을 빠뜨렸다.
“누가 만지래!”
“그럼 니가 만지지 말라고 하진 않았잖아?”
“이걸 왜 맘대로 만져서 망가뜨려!!!”
“왜? 내가 일부러 그런게 아닌데 왜!”
이런 대화를 열 번도 넘게 들은 김교사는 둘을 불러서 이야기를 한다. 대화의 ABC를 가르쳐주고 시켜봐도 그때 뿐이다. 망가뜨렸다고 하는 게 보면 부품만 끼우면 될 것을 그런게 사실 지혜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가져온 것을 성영이가 망가뜨린게 중요할 뿐...
선희는 상희하고만 논다. 다른 친구들과 아예 안노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친하기로 마음 먹은 친구와만 노는 모습니다. 상희는 선희가 자신을 끌고 다니지만 크게 개념치 않으며 둘이 계속 같이 어울린다. 문제는 그 둘 사이에서도 다툼이 조금씩 생긴다는 거다. 상희는 슬슬 선희가 자신을 끌고 다니는 것에 대해 불만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티격태격을 한다. 또한 선희도 반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성영이에게 꽤 도전을 하기도 한다.
희정이는 혼자 노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긴 하는데 다른 아이들과 확실히 다른 것이 자기 의견을 항상 낸다. 친구들과 놀다가 슬쩍 불편하면 그때부터는 혼자 논다.
보람이는 마음이 착한 편인데 여리기도 하다. 한번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책을 읽는데 선희가 보람이에게 배신자라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울었다. 물론 선희는 자신이 안했다 했으나 상희는 옆에서 했다고 말했다.
유미는 성영이와 친하면서 잘 싸운다. 같이 노는 친구들이 겹치는 편이다. 선아, 지원 넷이서 자주 같이 노는 편이다. 유미와 성영이는 서로 그 무리에서 주도권을 가지려 한다. 6월 경에는 짝줄넘기 대회를 나가기로 했다. 성영이는 유미와 약속하고선 가족여행을 갔고 유미는 그게 짜증이 나서 줄넘기 짝을 바꿔 버렸다. 성영이는 그것에 충격을 받고 눈물을 뚝뚝 흘렸더랬다. 결국 규정을 이야기 하며 짝을 바꿀 수는 없으니 같이 연습하라 했고 둘은 또 즐겁게 대회를 했다.
1학기가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은진이가 전학을 왔는데 은진이는 학교에 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 교실도 못들어 가고 울고 있었다. 은진이를 교실에 데리고 와서 아이들에게 소개하고 바로 게임을 했다. ‘점이 생겼어요’ 라는 게임을 하니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행이다. 하지만 또 문제가 있는 것이 은진이는 특수반을 간다. 아이들에게는 따로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2,3교시에 슬쩍 사라지는 은진이를 보며 아이들이 궁금해 하긴 했지만 그냥 어디 갔다고만 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디를 가는지 알긴 했다. 아마 은진이가 말을 했을 거고 성영이를 비롯한 몇 명은 “걔는 도움반 다니는 애야” 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더랬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조합이 바뀌었다. 먼저 상희와 선희는 엄청 싸우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겠지만 둘이서 같이 안다니기 시작했다. 더불어 생기는 문제는 선희가 상희의 모든 행동에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는 거다. 상희는 보람이, 희정이와 다니기 시작했는데 선희는 자꾸 보람이에게 붙으려 하면서 상희에게는 계속 시비를 건다. 그래서 한번 불러서 서로 사이가 안좋으면 서로 신경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슬쩍 해줬다.
성영이와 지혜는 친해졌다. 더불어 서연, 지혜, 선아, 지원, 선희, 유미 이렇게 여섯이서 같이 다니기 시작한다. 이렇게 같이 다니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데 너무 시끄럽다.... 쉬는 시간에도 시끄럽도 수업시간에도 시끄러우며 점심시간에는 다른 반 아이들이나 우리반 남자 아이들과 싸우기도 했다. 희정이는 초반에는 예원, 상희와 함께 했으나 점차 이 아이들과 같이 지낸다.
11월인가 부터는 유미와 성영이의 관계는 살짝 애매해지기 시작했는데 성영이는 유미를 무시하기 시작한다. 유미는 성영이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유미의 어머니가 전화오셔서 하소연을 하시기도 했다. 12월에는 선희가 성영이와 다투기 시작한다. 유미는 성영이와 급 친해졌다. 선희는 성영이에게 날을 세우나 성영이는 계속 무시로 대응한다. 선희는 어느 날 은진이를 데리고 놀고는 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성영이와 친해졌다.
의외로 아이들이 어울리며 헤어지는 건 빈번하다. 선희는 상희와 같은 모둠이 되었다. 조금 걱정했는데 둘의 관계는 건강해졌다. 같이 놀지는 않지만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며 웃으며 지낸다.
성영이는 지혜, 선희, 유미, 희정이 등과 한번씩은 다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친해졌으며 지혜가 전학가는 날 선물을 준비해올 정도였다. 그날 지혜는 아파서 결석을 했는데 성영이가 정말 슬퍼했었다.
3월에 아이들을 맡고 8월까지도 참 힘들었다. 11월까지도 다툼이 끊임없으니 2학년 담임을 괜히 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문득 돌아보면 다들 잘 어울려 지낸다. 다툼은 끊임이 없고 아이들의 조합 또한 계속 갈린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켜봐주면 아이들은 서로 어울린다. 그게 교실 속의 아이들의 삶인 듯 하다.
밖에서는 "요즘 아이들 장난 아니라면서요?" 라고 말하지만 글쎄.... 그냥 아이들은 변함이 없는 듯 한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게 아닌가 싶을 때가 종종 있다.
PS 2학년 남자들? 딱지를 치고, 총싸움을 좋아하고 축구를 하며 논다. 그리고 잘 잃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