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담임일기]10월
10월은 다시 읽어보니 뭔가 빵빵 터지는 게 많네요.
(저만 그런가요?)
#10월 4일
#큰깨달음
"너 머리 안감았지?"
"어제 밤에 감았는데요?"
"야~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 감아야지~ 안그러면 머리 그렇게 뜨잖아`"
"아!!!"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10월 11일
학예회 때문에 아이들 단체티를 주문할 예정이다. 조금 큰 사이즈를 커보이는 아이들에게 입혀본다. 대체로 예상대로인데 작은데 통통한 아이가 한명 있다.
그 아이에게 옷을 입자 하니 싫단다. 아이들이 다 도서관 가고 입혀봤다. 품은 큰데 배는 딱 맞다....
"여기가 딱 맞는구나~ " 라고 하며 톡톡하자.
"형들도 맨날 톡톡쳐요. 그래서 제가 안빠져요~"
라는 대답을..
아! 내가 그래서 그랬구나!
#10월 12일
김은진송
지은이 : 김은진
김~~~~~ 은진 김김☝ 은~~~~~~ 진⇗⇗(숨깊게쉬고) (랩하기)
김은김은김은진 김은진진진은진김은진!(숨깊게쉬고 랩 끝)
김은~~~~~진 김~~은~~~진~ 진은김 김은진 진은김
김은진⇗ 김김은은진진.... 김은진!
은!
진
ㅋㅋ
#이름은고쳤습니다
#받아쓰기시험지뒤의보물
#정말얌전한아이인데...
#10월 12일
그러니까 어제 점심시간 전 보람이는 울었다.
옆에는 은진이가 서있었다.
보람이를 불렀다.
"왜 울어? 무슨 일이야?"
"은진이가 화냈어요. 엉엉"
"왜?"
"몰라요. 제가 물어봤는데 화냈어요. 엉엉"
"뭘 물어봤는데?"
"엉엉. 몰라요. 기억이 안나요. 엉엉"
"은진아 이리 와봐~"
"네."
"은진이 화냈어?"
"아뇨~ 그게 아니구요~ 얘가 절 째려봐서 왜 째려보냐고 물어본 거에요"
"어?"
"얘가 자꾸 저한테 화냈어요~"
"어?"
"자꾸?"
"아니~ 저 한번 물어봤어요~"
"너 아까 도서관에서도 한번 물어봤잖아~~"
"그거는~~"
"잠깐. 잠깐!! 그럼 도서관에서 뭐라 물어봤어?"
"아니요~~ 저 아까 엄마가 준 문제집 풀어야 하는데 보람이가~ 있다가 유미랑 놀거냐고 물어보잖아요~ 그래서 아니라고 했는데~~ 조금 전에~~ 또~~~"
"아. 그러면 은진이 니가 도서관가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고 있을 때 보람이가 있다 유미랑 놀거냐고 물어봐서 니가 아니라고 했어. 근데 교실에 와서 또 물어 본거야?"
"네."
"그럼 두번 물어본거네?"
"네."
"그럼 자주는 아니고... 두번 물어봐서 넌 기분이 좋지는 않았구나."
"네."
"그리고?"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보람이가 절 째려 보는 거에요~"
"아냐!!! 난 안그랬어~~"
"니가 그랬잖아~~~"
"잠깐잠깐.. 그건 지금 은진이가 기분이 좋지 않았고 그걸 째려봤다고 느낄 수는 있는 거야. 근데 보람이는 아니라고 하지?"
"네."
"아까 보람이는 은진이가 화냈다고 그랬는데 은진이는 화냈니?"
"아뇨.."
"그래 둘다 보니까 지금 서로 아닌데 그렇다고 하는 말들이 있잖아.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거지 친구 마음이 그런지 아닌지는 우린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그렇다고 생각해서 친구한테 막 그러면 안돼~ 이제 둘다 문제는 해결됐니?"
"네."
"그럼 밥먹으러 가자."
아이들은 자기관점에서 이야기 한다.
근데 부모님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이걸 그냥 피상적으로 이해하시는 거 같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정말 기분이 나빴는데 뭐에 기분이 나빴는지 까먹기도 한다. 아이들의 대화의 초점은 언어와 행동이 아니라 감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체의 흐름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려면 아이들의 증언+이야기 조합능력이 없으면 어떤 일이 진행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다. (내가 주로 겪은 것들은 그렇다. 다른 선생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
#10월 15일
#큰깨달음
가을 수행평가 중
일주일 동안 동네를 위해 내가 할 일을 기획하고 적는 활동이 있었다.
"나는 눈을 치워야지!"
"눈을 왜 치워? 지금 가을이야~"
"일주일동안이잖아~"
"일주일 지난다고 눈이 오겠냐!"
"아!!"
#10월 16일
"선생님이 너희들 그려줄까?"
"네~~~"
"저요저요!!!"
그림들을 본 순간
당사자들은 자신이 아니라 하고 아이들은 손을 내렸다 한다.
#나한테왜그러세요
#10월 16일
#큰깨달음
"아! 내거야!! 선생님 얘가 제거 훔쳐갔어요~"
"아 뭔 소리야~~ 이거 내가 잃어버렸던 건데~~"...
"내거 왜 가져가~~ 선생님 얘가 제가 어제 주운 건데 가져가요~~"
"어... 대영아. 어제 주웠다며?"
"네."
"쟤는 잃어버렸다잖아."
"네."
"그럼 주인은 쟤겠네?"
"네!. 아!!!"
#10월 16일
#글이꼼지락꼼지락
우리 아빠는 나랑 자는데 일어나면 엄마랑 같이 있다?
- 아이의 최대 의문.
#10월 18일
오늘은 에그쉐이커 만드는 날
"얘들아 여기보고~"
"얘들아 여기보고~"
"얘들아 여기보고~"
"얘들아 여기보고~"
"아니, 다 감싸라고~"
"아니, 다 감싸라고~"
"아니, 다 감싸라고~"
"아니, 다 감싸라고~"
"아니, 다 감싸라고~"
"이제 치우자~"
"이제 치우자~"
"이제 치우자~"
"이제 치우자~"
"이제 치우자~"
"이제 앉자~"
"이제 앉자~"
"이제 앉자~"
"이제 앉자~"
"야!"
#10월 18일
"선생님 저기 아파트 지하창고에 시체창고가 있어요?"
"선생님 원래 우리 학교가 생기기 전에 공동묘지였어요?"
이... 괴담들은 어찌 그렇게 변함없이 나오는지..
#10월 18일
#글이꼼지락꼼지락
오늘아침에 쌀을 가져왔다. 맞으면 아프다.
#귀신퇴치? #던져봤군
#10월 23일
"얘들아, 지금부터 종이를 잘라서 자를 만들거야"
이게... 한시간반짜리 활동이 될 줄은 몰랐지....
#10월 30일
오늘은 그랬다.
학예회 연습을 위해 분주한 김교사는 아침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강당에 간다. 강당에 가서 다른 반과 보조를 맞춰서 학예회 입퇴장 및 공연 연습을 한다. 공연연습을 하고 나서 다른 반을 돕고 김교사 반은 뒤에서 관람을 하고 있다.
흥에 겨운 아이들은 앉아서 보지 않고 일어나서 무대에 있는 반의 공연을 따라하다가 이윽고는 다른 친구를 밀쳤다. 밀쳐진 친구는 넘어져서 코를 부딪혔고 코피가 줄줄줄.... 정리가 다 끝나니 아이는 보건실에 가있고 보건실에 가서 아이를 교실로 데리고 왔다.
교실에 오니 쉬는 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밀친 아이와 밀쳐진 아이 둘을 데리고 교무실로 가서 이야기를 듣는다. 서로 사과를 시키고 부모님께는 연락해야 한다고 말한 후 교실에 오니..... 아이들은 수업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딱지치기 중이다. (사자후!)
아이들을 정리하고 학습을 하는 도중 불용물품 때문에 연락이 와서 확인을 한번 하러 다녀온다. 아이들은 잠시 김교사가 시킨 일을 한다.(원래 받아쓰기 연습중..)
3교시 중간에 인형극관람을 해야 한다고 갑자기 연락이 왔다. 시간을 잘못 알았던 김교사는 아이들을 부랴부랴 데리고 인형극을 보러 간다. 인형극이 끝나고 난 후 강당의 의자들을 아이들과 같이 정리하고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원래 다이어트를 하려고 밥을 안먹으려던 김교사는 밥을 먹고 교실에 와서 일기 검사를 한다. 아이들은 주변에 몰려들고 일기검사 하는 걸 올망졸망 보고 있다.
5교시가 시작되었다. 수학과 수학익힘책 답을 확인하려다가 우선 수행평가포트폴리오, 안내장 3장, 안내사항 전달 등등을 하다 보니 벌써 5교시가 끝나간다. 답을 확인하고 알림장을 쓰고나니 종이 쳤다.
매일매일이 그렇다. 아이들이 있는 동안은 쉴새 없이 들어오는 민원들("선생님 쟤가 때렸어요." "선생님 누가 놀려요") 은 시간이 지나면 정신이 없다.
5교시는 결국 나눠주다가 끝났다. 수업 진도는... 또 다시 밀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