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영화를 만나다.] - 천하장사 마돈나
2015.11.02 글입니다
천하장사 마돈나
-아버지를 위한 변명-
여러분은 혹시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이름이 특이하죠? 영화 이름은 당시에도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2006년 작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동구입니다. 잘생기지 않았어요. 집도 가난합니다.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예전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입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가족영화에 나올법한 에피소드인데 가장 큰 특이점은 오동구라는 친구는 성소수자입니다. 본인이 여성인데 남성으로 잘못태어났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시고 나면 알겠지만 사실 그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서로의 가치관 혹은 인생관들이 얽히고 섥히는 영화입니다.
그중 제게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오동구의 아버지입니다. 권투선수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한끝 차이로 졌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항상 그 순간을 되돌이키며 자신의 인생이 미끄러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높기에 자신의 그 과거를 무시당한다고 느끼면 용납하지 않습니다.
동구의 아버지는 자존심에 죽고사는 사람입니다.
" 나 아직 안죽었다."
찬란했던 자신의 과거. 그리고 일개 포크레인 기사로 전락하여 매일매일 일거리가 없을까 걱정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챔피언과 일개 노동자의 괴리에서 과거의 잘나갔던 자신을 잊지 못하고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과거의 자신을 만나고 현실을 잊기 위해선 술밖에 없습니다. 매일매일 술에 빠져 살면서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아들이 불만족 스럽죠.
그래서 술먹으면 매일 같은 말을 합니다.
" 나 아직 안죽었다."
" 이 주먹. 아직 살아있다."
상당히 직진적인 삶이죠. 그렇기에 이유없이 자른 사장도 패버립니다. 피같은 돈(동구가 성전환수술을 위해서 모아두었던 돈)을 털어서 합의금을 마련한 아들 동구에게도 화를 냅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것이며,과거 찬란했던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죠.
"가드 올리고,
상대방 주시하고 원투"
그가 사는 방식입니다.
링에는 적과 나밖에 없습니다. 어느날 그 적이 나에게 퇴직이라는 주먹을 날렸습니다. 반격했지만 구속되었고 쓸데없이 아들이 끼어들어버렸지요. 둘만의 싸움에.... 사장과 나와의 문제에 다른 놈이 끼어듭니다. 계속 상대를 주시하지만 바라봐주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을 따르던 동생이 쓰러졌을 때 그 자리를 들어가기 위해 한번도 굽힌 적이 없던 자신의 무릎을 굽히고 항복한다. 현실은 냉엄하지요. 과거 자신을 지켜주던 메달의 영광은 잊어버렸다 치고 현실의 자신이 살기 위해 조니워커 블랙과 함께 무릎을 굽히고 일자리를 얻어서 기쁜 나머지 고등어를 사가지고 온 그날! 자신의 아들이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운동을 하다 이렇게 되었는데!!!
과거의 자신을 겨우 잊으려는 그날!!
그는 또다시 현실의 위안을 위해 술을 먹습니다.
겨우 모든 걸 잊고 현실속에서 살기 위해 출근하려는 다음날, 그의 아들이 나타난다. 현재 아들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자신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는데.... 이 망할 아들은 변태 주제에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합니다. 그 사실(아들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그. 이제 현실의 자신을 잡고 비굴하게 나도 새출발을 하려 했는데....
"왜 하필 오늘이야!!!"
하지만 자신을 미워하는 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를 이길 수 없는 법이죠(영화에서는요). 자신의 안에 자신만 가득찬 사람은 남도 포용하는 자를 이길 수 없지요. 결국 그는 아들과 싸우다가 아들에게 집니다. 그리고 그는 가출했던아내를 찾아갑니다.( 드디어 자신의 링에 상대가 아닌 남을 포함시키게 되지요)
"우리 동구 어떡하냐!!"
그가 가족과 소통하는 순간이 됩니다.
그리고 그는 씨름시합장으로 찾아가서 아들에게 한마디 던집니다.
"가드 올리고, 시선은 정면! "
남자대 남자로 자신을 이겼던 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자신의 발로 딛고 나가라는 것.. 그것 하나였습니다.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자신에게 주절대던 말이 아니라 남에게 하는 조언이지요. 이때 그는 자신의 삶의 방법을 바꿉니다. 드디어 자신의 인생에도 적이 아닌 남이 포함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말은 그대로지만 살아가는 방법은 바뀐 그 순간입니다. 우리 교사들은 항상 많이 하는 말 중에초심으로 돌아가서라는 말을 사용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초심이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요?
PS. 영화를 안보셨다면 한번 보시면 참 좋은 영화라는 것 아실거에요^^
김윤석씨가 이 영화 이후에 거북이 달린다로 주연을 맡고, 류덕환이라는 배우가 연기력 넘치는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언이라는 배우가 등장하죠.(이언이라는 배우는 실제 씨름계에서도 유명했던 선수였구요. 커피프린스에서 유명세를 날리다 오토바이 사고로 아깝게 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