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학생들을 풍요롭게 할 교실밖 여행
우리는 보통 꿈꾼다. 바깥세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교대 다닐 때 발령난 선배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나들이를 가는 것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실제로 담임이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첫번째는 결재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사적으로 데리고 가도 교사가 인솔을 하고 밖으로 나가면 사고가 날 경우 책임소재를 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실제로 그런 사례도 종종 듣는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 거기에 있다. 결재를 받고 나갔을 경우 아이들이 사고가 나거나 해도 안전공제회로 처리할 수도 있고 책임소재에 있어서도 살짝 자유로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관리자들의 결재가 쉽지는 않다. 문제가 터질 경우 그 책임을 지는 부분에 있어서 관리자들도 자유롭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교사는 몰래 간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손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학급교육과정에 체험학습 부분을 넣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환경에서 학급교육과정은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학급교육과정을 결재를 받을 때 이 내용을 포함시켜 놓는다면 차후에 그닥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이미 학급교육과정에 포함시켰고 결재해주셨으니 가도 되지 않겠냐고 한다면... )
아무튼 결재를 받는 걸 허락 받았다면 그래도 나갈 때마다도 당연히 출장신청과 함께 내부기안은 올리긴 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동료교사들이다.
교실밖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체험학습은 본의아니게 다른 반에 피해를 주게 된다.
이윽고 도착한 대공원 주차장.
이미 아이들은 슬슬 지켜간다. 가져간 물 한 병을 아이들과 나누어 마신다.
그리고 대공원 입구로 들어서니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마법의 장소가 보였다.
매점!!!
여기를 보더니 아이들은 오아시스를 맞이한 것처럼 기운을 내며 단체로 주문을 영창한다.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드려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선생님 뭐 사먹어도 되요? ”
마음대로 돈 되는 한도 내에서 사먹으라 허락을 해주면 아이들은 번개와 같이 사라지고
잠시 후 먹을 것을 들고 온다.
이 때에도 아이들의 특성이 드러난다.
어떤 아이는 뻥튀기를 사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하나씩 다 나누어 준다.
어떤 아이는 웨하스를 사가지고 오더니 가운데 앉아있는 애에게 맡기고 하나씩 먹는다.
어떤 아이는 메로나를 사오더니 저기 돌 위에 누워서 먹는다.
어떤 아이는 음료수를 사와서 마시더니 토를 한다.
응?!
토!!
아... 난리났다. 토하는 것도 치우고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 고민했는데 아이가 한숨을돌리더니 괜찮다고 더 있겠다고 한다.
아이들과 공원을 조금 더 들어간다.
들어가며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하며 뒤따라 간다.
아이들은 즐겁게 스스로 자신들이 놀 것을 찾아서 논다.
아이들이 노는 것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장소와 시간이었던 게다.
더군다나 남자5명, 여자5명이 갔는데 서로 다툼도 없이 같이 잘 어울려 논다.
저쪽에 놀이터를 발견하더니 조금만 놀아도 되냐기에 이십분 정도 시간을 주고 나는 정자에 가서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한참 놀다가 정자에 오더니 정자에서도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다양한 게임을 하며 논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봐주고 조금씩 새로운 게임을 알려주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놀아주고 오는 길에 매점이 보인다.
“라면사먹어도 되요?”
“그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라면, 김밥 등을 사먹는다.
고구마스틱 4컵을 사주었더니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먹기는 하지만 아이들 입맛은 아닌거 같다.
조금 있다 보니 아이들이 컵라면과 김밥을 한줄 주며 선생님 드시란다.
정리도 스스로들 다 하고 이제 버스를 타러 간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 이야기한다.
“선생님, 오늘 진짜 재밌었어요. 이렇게 신난 건 처음이에요”
“오늘 우리가 진짜 재밌었던 건 우리반끼리 와서 그런거 같아요. 선생님이랑 오고 그러니까 좋아요. 우리 매주와요”
아이들은 의외로 많이 놀러 다니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다녀보자.”
사실 교실 밖 여행이라고 해도 별 것은 없다. 나는 그냥 같이 가주는 역할이다. 오가면서 노는 것은 아이들이 정한다. 같이 다녀주며 노는 것을 봐주는 것. 그 정도로도 아이들에게는 행복을 주고 또한 교사는 아이들을 관찰할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된다.
아이들이 다 다르듯 교사도 다 다르고 교실도 다 다르다. 어느 것 하나가 진리요 빛이요 생명일리 없다. 때문에 모든 교사들이 이것을 해야 할 이유와 필요는 없다. 다른 식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간다고 훌륭하고 좋은 교사일리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른 반에 자랑하지 못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자랑을 하는 순간 다른 반에게는 그 반 선생님이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다녀오고 나면 우리반의 모토는
"우리반이 한 일을 다른 반이 모르게!"
가 된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 당신의 시간을 투자해서 학교 밖을 같이 두어시간 나가본다면 당신은 교실에서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의 교실은 분명 더 행복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