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선생님, 같이 먹어요!
# 시를 이야기로 , 갈래 바꾸어 쓰기
<선생님 과자 >
선생님이 과자를 잡수시네 선생님 혼자 잡수시네 야, 조거 얼마나 맛있겠노 선생님은 그래도 혼자 얌얌. 선생님요 좀 주소. 선생님은 그래도 우리들 마음을 모르시는지 맛있게 먹는다. 다른 아이들도 눈은 과자 먹는 선생님 쪽으로 간다. 선생님은 뭐 보노 공부나 해라. 이러다가 선생님이 다 먹으시면 우찌노 우찌노 선생님은 그래도 좀 안주신다. |
시만 실감나게 들려주어도 깔깔깔 교실이 숨넘어간다. 선생님도 과자를 좋아하고 혼자만 먹고 싶어 하는 내 친구 같은 기분이 든다. “너무 치사한 거 같아요.”
이제 시를 이야기로 바꿔써보자니 이때다 싶어 선생님을 슬쩍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당장 눈앞에 있는 선생님을 생각하고 바꾸어 쓴 건 아니지만 어쩐지 눈치가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선생님을 상대로 즐겁게 이야기를 만들어 볼 것인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멍석한번 깔아주자. 어디까지나 자신이 만든 이야기인데도 글을 쓰면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그건 바로 전복(顚覆)성 때문이다. 도덕적이고 바른말 만하는(?) 선생님을 부당한 일을 하는 상황으로 만든다!? 선생님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말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현실에서는 강자를 글 속에서 약자로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창작은 즐겁기 만하다. 완성된 글의 분량이 최소 한쪽부터 많은 아이들은 3쪽까지도 써내려갔다.
바꿔 쓴 이야기의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예상가능하다. ‘치사한 선생님’, ‘과자 폭동’, ‘몰래 먹는 선생님’, ‘불운의 선생님’등등 다 쓴 작품을 모둠끼리 바꾸어 보라니 벌써부터 키득거리기 시작한다.
선생님이 유통기한 지난 과자를 먹고 화장실에 들락날락했다는 이야기를 발표하자 일제히 발을 구르며 웃느라 교실이 시끌벅적해졌다. 선생님의 잘못을 고발해서 교장선생님에게 혼나게 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따져서 선생님이 미안하다며 사과하고 과자를 듬뿍 사주었다는 해피엔딩도 있다. 실제로는 아니지만 상상 속 글쓰기에서라도 은근슬쩍 바라는 점을 드러내는 법이다.
선생님의 시점으로 쓴 작품은 ‘아이들에게 과자 파티를 해주고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며, 더 많이 이런 기회를 주어야지’ 하며 다분히 의도가 보이게 썼다. 그러고서는 “시를 바탕으로 새로 창작해 내니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라며 귀여운 소감을 덧붙인다.
아이들의 발표를 마무리하고 ‘시인’의 존재를 밝히면 더 빠져 들게 된다. “이 시를 쓴 사람은 11살 어린이야”하면 놀라고 만다. 이호철 선생님 반 학생이었던 1986년 4학년 시절 지었던 시가 이렇게 훗날 그림책으로 만들어 진거다. “오-”하는 환성을 내지른다. 어린이가 썼다고 하니 마치 자기가 쓴 것처럼 좋단다.
# ‘선생님 과자’ 그림책이 주는 유쾌함
시 그림책의 매력은 그림에도 있다. 아이들이 바꿔 쓴 이야기는 시에 상상과 경험이 보태어져서 글이 완성되었다면 그림책은 그림 서사가 주는 사건 전개가 있다. 시 그림책은 시의 연과 행이 분절되긴 하지만 시어 그대로 변형없이 실린다. 간결한 시에 그림이 더해져 이미지를 분명하게 한다.
한 아이가 수업시간에 몰래 과자를 먹다 선생님께 빼앗기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아이들이 과자를 먹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들을 눈을 과자로 변하게 한다던가, 얼굴이 과자로 변하게 하여 나타내었다. 시를 읽으면 선생님은 어떤 이미지일까 상상하게 되는데, 그림책의 선생님 외모를 보면 누구나 웃을 수 밖에 없다. 김유대 작가가 선생님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여 유쾌함을 더해주었다. “제가 생각한 선생님과 너무나 다르게 생겼어요. 선생님이 너무 웃기게 생겼어요,” 선생님 외모가 충격적이라며 놀란 눈으로 책을 바라본다. 선생님은 천연덕스럽게 부러워하는 아이들을 앞에 두고 과자를 손가락에 끼워먹고 위로 던져 먹는다. 그림작가의 손에 탄생된 선생님의 모습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첫 면지의 썰렁한 과자 그림이 마지막 면지에서는 즐거움 가득한 선생님과 아이들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모두 같이 나누어 먹은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선생님 혼자 다 먹으면 어쩌지 했던 긴장된 마음은 온 교실에 과자가 날리며 그 긴장은 해소된다. 마치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온 마을을 덮는 장면과 비슷하다.
그림책의 면지는 앞, 뒤가 같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다르게 나타낼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시작과 끝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볼 때 좀 더 유심히 보아야 한다.
“아, 내일 과자파티하면 좋겠다.”
“혹시 모르지, 내일 선생님이 과자 한 봉지 사오실지!”
※같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 1. 피터 브라운 ‘선생님은 몬스터’ 2. 구스노키 시게노리 ‘혼나지 않게 해주세요.’ 3. 존 버닝햄 ‘지각대장 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