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밝은 달은 누가 훔쳐 갔을까?
유승희 작가의 <불편한 이웃>을 읽은지 한 달이 되어서야 마지막 장을 읽을 수 있었다. 16챕터라서 16일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하면서 이야깃 거리가 너무 많아서 2배의 시간이 걸렸다. 매일 "읽어주세요!"이야기를 들었던 책이니, 반은 성공했다고 본다.
이 작품은 어른들이 읽으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장애인, 난민, 성 소수자들이 떠오른다. 나와 다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향한 적대감을 표현하는 어른들이 떠오른다. 조금 다른 그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꽃슴이네 가족은 다른 부모님들과 달리 다른 종과 사랑하여 결혼했고, 꽃슴이를 사랑으로 입양했다. 같은 종끼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한 '정의'라고 외치는 마을의 사람들은 그들을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 그래서 제목이 '불편한 이웃'이다. 어른들은 그런 마음을 숨기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영향을 그대로 표출시키게 되고 이는 꽃슴이가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모두에게 드러난다.
작품 속의 가해자들은 사과는 커녕 "너희같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이들 때문에 가해자로 몰린 우리 자식들이 피해자"라며 꽃슴이 부모님을 더욱 밀어낸다. 학교에서 아이들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친했던 친구로부터 억울한 누명까지 쓴 꽃슴이네 가족은 마을을 떠나며 이 작품은 그렇게 끝이난다.
"엄마, 하늘의 밝은 달은 누가 훔쳐 갔을까?"
"꽃슴아, 그건 누구도 훔쳐가지 못해. 다시 떠올라 세상을 비출꺼야."
p169 16. 달없는 밤. 中
<불편한 이웃>을 읽었던 한 달 동안 1학기 '서찰'보다 훨씬 몰입도 있게 읽었다. 아마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각 인물들 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절정에 이르는 위기 상황이 여러번 등장하기 때문이다. 학교나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꽃슴이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까, 얼른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야지!'하며 답답해 하기도 하고 원래 꽃슴이와 친했지만 마음이 돌아선 토돌이를 비난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주동하는 멧돌이를 향해 '옳지 못한 일이야 야'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아이들도 꽤 있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의 부모님이라 가정하고 여러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다.
더군다나 이 마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의 '노루선생님' 또한 아이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우리 교실에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 "꽃슴이 네가 조심해야지!" 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노루 선생님'의 등장으로 우리 반 아이들은 분노를 일으키며,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 알지 못하는 노루선생님을 향한 비난도 엄청 거셌었다. '눈치없다.' '선생님 그만 둬야지!' 라며 강하게 노루선생님을 비난했다. 그렇게 비난하며 통쾌해하기도 했다.
16장 달없는 밤의 대사를 보면 '달'은 잠시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다시 나타나서 빛을 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끝난다고요?" "이게 무슨 동화에요.. 너무 슬프잖아요 "
대부분 아이들은 사과하고 화해하고를 예측하며 뒷이야기를 썼었는데, 작가는 그렇게 쉽게 결말 짓지 않았다. 새로운 마을로 가는 꽃슴이 가족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해피앤딩이 아니라서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에게 덧붙여서 이야기 했다. 진짜 이야기의 시작은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난, 내가 노루선생님이라 생각해. 나도 알려고 애는 쓰지만 너희가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내 앞에서는 아무일 없던 것 처럼 하고 결국 뒤에서는 나쁜 짓을 하니 말이야. 거기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함부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모른척, 못들은척 '하지마!'라고 외치지 못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던 우리반의 많은 사람들! 결국 너희도 그 교실에 아이들과 무엇이 다르지?"
6학년을 오래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아이들의 일탈도 조금은 허용할 수 있고, 이해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 많이 벗어났다. 허용의 범위도 뛰어넘었고, 세대차이를 느끼는 부분도 많아서 6학년을 더 이상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욕설이야 내 뒤에서는 학원에서나 개인적인 공간에서 하는 줄 알았지만, 그걸 넘어서 부모님을 지칭하는 패드립, 그리고 성적인 패드립까지..
그걸 교사 없는 교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 하나 막지 않고 보고 있다는 것이 화가났다. (이 화는 나에게 내는 화이기도 했다.) 물론 혼자서 맞설수 없는 마음도 안다. 하지만 여러사람이 목소리를 높여 그런 말들을 멈출 필요가 있는데 .. 왜냐면 그 말 때문에 불쾌하고 두려운 마음, 상처를 받는 친구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유행처럼 번지는 패드립이 일상화 되어서 들어도 무덤덤하고 불쾌하지 않니? 나는 참 불쾌하다. '정의'를 외쳤던 친구들 어디있지? 멧돌이가 왜 무섭냐며, 할 말을 해야한다 했던 사람들은 어디있지? 선생님이 눈치없이 잘못을 꼬집지 못한다고 비난했던 사람들 어디 있지?"
불편한 이웃은 살짝 우리반 이야기같다. 이야기에서 친구들이 모른체 할 때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도와줄 수 있을것 같은데' 생각했다. 근데 그런일이 바로 앞에 다가섰을 땐 피하기 마련이다. 우리 눈앞에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무도 제대로 말린이가 없었다.
- 6학년 2반 000의 책 일기 중에서-
* 꽃슴이 가족의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고, 우리반 이야기도 끝나지 않았다. 다만, 희망적이기를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