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일기 쓰는 밤
한학기 달려오시느라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모두 방학을 잘 쉬면서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은 전소영 작가님의 <적당한거리>라는 그림책입니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 만으로도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이 그림책의 묘미는 시 적인 글에 있습니다.
글의 일부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 화분들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
오늘은 아침부터 식물들 분 갈이를 해 줬어.
그렇게 모두 다름을 알아가고 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렇듯 너와 내가 같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관심이 지나쳐 물이 넘치면 뿌리가 물러지고
마음이 멀어지면 곧 말라 버리지.
가끔은 가지를 잘라 줘야 힘을 모아 더 단단해 지고,
더 넓고 새로운 흙을 마련해 줘야 기지개를 뻗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주는 것일 뿐.
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매일매일 눈을 마주쳐 잎의 생김새를 가만히 둘러보는 거야.
구부정했다가 활짝 펴지는 모습을.
바짝 세워졌다 느긋하게 늘어지는 모습을.
안다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기도 해.
앞서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조급해 하지 않고 스스로 떨구는 잎을
거두어 주는 것.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적당한 햇빛
적당한 흙
적당한 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이 그림책이 복잡한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 책을 읽었던 그 날 밤 오랜만에 일기를 썼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여유롭지는 않다. 나는 나 혼자의 삶이 아니라, 엄마이고 아내여서 그러면서 잘해보고 싶은 선생님이기도 해서 마음이 바쁘고 꽉 차고 몸은 더 바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며 그러다 보니 실수를 하고 짜증을 내게 된다. 뭐 하나라도 좀 잘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되는 건 없고 실수만 잔뜩 하고서는 그렇게 '한발짝 물러나서 지켜본다'는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삶이었는지도 잊어버렸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지 않고 마음을 너무 주었다가 괜히 기대하고 그러다 멀어지는 관계들. 적당한 온도 적당한 햇빛 이런 게 힘이든다.
늘 과하고, 늘 과하고 그러다 지치고..
내안의 나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실지 궁금합니다.
그림책은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니까요.
혹시 이 책을 읽게 되면 저처럼 오랜만에 일기나 편지 한 편, 써 보시면 어떨까요?
어른을 위한 8월의 그림책 <적당한거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