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4학년 1학기 첫 번째 주제명은 ‘나,너,우리’.서로 많이 다른 스물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1년간 지내게 되었다. 특히 많이 다른 선생님까지 스물 여덟 명이 말이다. 일주일이 지나도 서먹서먹하고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신규 때는 이름도 하루면 다 외웠는데 도통 외워지지도 않는다. 아이들도 아직 서로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 ‘내 마음’, ‘네 마음’, ‘우리 마음’이라 알려주고 그 의미로 주제명을 ‘나, 너, 우리’로 지었다. 서먹한 분위기를 훈훈하게 바꾸는 데에 책만 한 것이 없다. 만난 첫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읽어주었다. 그리고 그 책으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틀려도 괜찮아’로 우리가 바라는 교실도 이야기 나누고, ‘너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니’를 읽어주며 내가 가진 좋은 점과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이야기 했다. 또 ‘파란의자’로 모둠 협동할 수 있는 퀴즈도 내어서 으쌰으쌰 분위기도 냈다.
그리고 한 주를 마무리 하는 금요일. 보물 같은 ‘알사탕’을 읽어주었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 중에 읽어 본 책 있니?”
“구름빵이요. 달샤베트, 장수탕 선녀님이요” 하며 척척 대답을 한다.
역시 유명한 작가는 다르다 싶었다. 오늘 읽어줄 ‘알사탕’도 너무 많이 보았으면 김빠질 텐데 하며 걱정했건만 다행이 읽어본 아이가 한명 밖에 없었다.
“어떤 내용일까?”
“사탕 먹다가 목에 걸린 이야기요”
“알사탕이 마법이 있을 것 같아요”
면지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뒤표지까지 빠짐없이 놓쳐선 안 된다고 당부하고 천천히 읽어주었다.
늘 혼자 노는 동동이는 우연히 문구사에서 알사탕 한 봉지를 사게 되었고, 모양이 제각기 다른 알사탕을 먹을 때 마다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까칠한 사탕을 삼키며 엄청난 잔소리 뒤에 숨겨진 아빠의 사랑을 알게 되고, 구슬이(강아지) 무늬의 사탕을 먹으며 동물의 마음도 알게 된다. 심지어 하늘로 가신 할머니의 그리운 목소리까지도 듣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 남은 투명 사탕은 먹었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자 용기를 내어 동동이가 자신의 숨겨왔던 마음을 친구에게 들려준다. 앞 면지에 쓸쓸한 가을 풍경은 뒷 면지에서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며 쓸쓸한 기운을 따뜻한 가을 햇살로 데워준다.
<나눈 이야기>
1. 내가 알사탕을 만든다면 누가 먹었으면 좋겠는지
2. 내가 듣고 싶은 속마음의 대상은
가장 많이 듣고 싶은 속마음은 ‘부모님’ 그 다음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이는 엄마 아빠가 잘 때 무슨 이야기를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아마 잘하는게 없는 자기를 욕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또 돌아가셔서 더이상 볼 수 없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 사탕을 자신이 아닌 엄마, 아빠에게 드리고 싶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4학년 아이들이 쓴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그 아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 없이 질문했더라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학기 초에 선생님이 가장 빨리 이름을 외우는 아이는 가장 말썽을 부리는, 자꾸만 혼내게 되는 아이다.
00이는 첫 날 내어준 기초조사표를 일주일째 가지고 오지도 않고 준비물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작년에도 많이 말썽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온 00이는 첫날 바로 이름을 외웠다.
00이가 듣고 싶은 목소리는 ‘엄마’였다. 엄마가 매일 일이 늦어져서 12시가 되어서 들어와서 목소리를 들어본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알사탕을 먹고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다그친 나는 이 글을 보며 반성했다. 미안해 00아.
어쩌면 알사탕이 제일 필요한 사람들이 바로 선생님들이 아닐까 싶다.
각기 다른 모양의 알사탕을 먹으며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