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그림책! 교실로 쉽게 초대하기
어느 겨울 연수에서 한 선생님께서 그림책을 읽어주셨다.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데, 그 때 복잡했던 내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기억이난다. 그림책을 듣는 동안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 날을 시작으로 나는 그림책에 빠져들었다. ‘그림책론’, ‘그림책의 그림 읽기’ 등 그림책 이론서를 혼자 보며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 아동문학과에 진학도 하였다. 매주 한 번씩 지역 선생님들과 모여 그림책을 읽었다. 월급을 타면 그림책에 돈을 쏟았다. 그림책 전시회를 하면 대구에서 서울까지도 달려갔다. 각종 그림책 강연에도 열심히 다녔다. 그렇게 그림책을 사랑할수록 교실 안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횟수가 늘어갔다. 처음에는 아침시간에 다음엔 국어시간에, 요즘에는 시간 날 때마다 읽어준다. 신기하게 혼자 읽을 때 보다 같이 읽을 때가 훨씬 좋다.
그림책 강연을 한다고 하면 전문가 같지만, 사실 많이 부족하다. 내가 잘해서, 잘 알아서 라기 보다는 조금 더 빨리 시작했고,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우리교실에서 그림책이 어떤 모습으로 함께 살고 있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덩달아 의도치 않게 나의 공부도 늘어가고 있다. 요즘은 새로 옮긴 학교에서도 함께 그림책 읽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좋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림책은 누군가 읽어줄 때, 혹은 같이 읽을 때 더 좋은 책이다.
모두가 같이 모임을 할 수 없기에 그림책을 교실 속에 초대하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러 몇 가지 팁을 드리고자 한다.
1. 그림책은 언제 읽어야 하나?
그림책은 아침 독서 시간에 읽어준다. 우리학교는 8시 30분에 독서를 시작하는데 20분이면 읽고 이야기 나누기 충분한 시간이다. 또 주제통합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면 자연스럽게 여는 날에 그림책으로 시작한다. 주제를 펼칠 씨앗이 바로 그림책이다.
2. 목소리는 어떻게 읽어주나?
나는 고학년을 상대로 읽어주기 때문에 그 아이들은 내가 연기하면서(목소리를 바꾼다던지)읽어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읽을 때 평범한 톤으로 읽어준다. 여러 명이 등장해도 그냥 읽어준다. 그래도 괜찮다. 저학년은 연기하며 읽기를 더 좋아하겠지만, 고학년 아이들인 경우에는 같은 톤으로 읽어주어도 편안하게 듣는다. 책 넘기는 속도, 선생님의 숨결, 표정 이런 것으로 더 많이 전달되는 것 같다. (나는 슬픈 장면에서 울컥하여 우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듣다가 함께 우는 경우가 많다)
3. 직접 보여주면서 읽어주는 것이 좋을까? 실물화상기가 좋을까?
선생님들마다 의견이 달라서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둘 다 해 보았는데 나는 의자에 앉아서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한다.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인데 6학년 아이들은 나보다 큰 아이들이 훨씬 많다. 책상을 뒤로 밀고 의자에 앉아 책을 보여주면 그 큰 아이들이 달려와 내 곁에 모인다. 한 두 명 정도는 자기자리에서 보기도 하는데 편한 대로 두는 편이다. 잘 안보는 것 같으면서도 다 본다. 처음에는 너무 가까이에 붙어서 바라보는 눈빛이 부담되었는데 이제 익숙하다. 읽다가 아이들 눈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4. 읽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우리도 멋진 영화를 보거나 좋은 문학작품을 보고 무언가를 쓰라고 하면 싫지 않은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고 느낌 나누기나 궁금한 점을 이야기 하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책 공책을 한권 만들었다. (하하하, 정말 궁금해서 만들었다.) 표지를 인쇄해서 붙이고 간단한 느낌을 쓰거나 그림책으로 주제공부로 이어질 때는 더 깊이 있게 한다.
5. 그림책 선정은 어떻게 하나?
그림책 이론서를 공부하면서 거기에 나와 있는 책을 다 읽어보았다. 고전이기도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 책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안내책자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선정의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책을 많이 다양하게 읽는 것이다. 한 달에 20-30권 정도를 본다. 방학 때는 100권 가까이 몰아서 본다. 출판사 안내책자 보다 내가 읽은 양이 훨씬 많게 된다. 그렇게 많이 보면 자연스럽게 주제별로 알고 있는 책이 늘게 된다. 이것이 어렵다면 모임을 같이 하면서 여러 사람이 소개하는 책을 보면 힘을 덜 들이고 좋은 책을 많이 볼 수 있다.
6. 그 밖의 팁
*칠판 앞에 책을 두어 관심을 가지게 한다.
*작가를 교실로 초청한다.
*그림책 이론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 수준이 높아진다.
*그림책 서평쓰기를 하여 출간한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 새로운 예술형식이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각각 전달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의미를 이해한다면 그림책을 보는 즐거움과 안목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림책의 그림읽기-
그림책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
1. 최은희-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2. 마리아 니콜라예바 - 그림책을 보는 눈 3. 페리 노들먼 -그림책론 4. 현은자- 그림책의 그림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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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별 그림책 목록이 필요하신 선생님들! 가장 좋은 책(제맘대로) 목록을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