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우리엄마 이야기
일주일에 한권이상은 꼭 그림책을 읽어준다. "오늘 읽을 책은.." 하면 나보다 덩치가 훨씬 큰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조르륵 모여드는것이 너무 귀엽다. 반짝거리는 눈은 1학년이상이다. 이 때문일까, 유달리 죽이 잘맞는 올해 아이들에게는 이상하게 내 마음을 많이 보여주게된다.
6학년 2학기 국어과 성취기준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들고 그 이유를 말한다'를 달성하기위해 방학 과제로 서평쓰기를 제안했었다. 학기가 시작하면 고민할 틈 없이 형식적인 소개가 될 까봐 방학때 미리 과제를 낸 것이다. 이☆이의 과제 메일을 받고 나는 울고 말았다. 그 동안에 묵혔던 내 마음을 이☆이의 글이 툭 하고 건드려준것이다.
시립도서관에서 ‘서평쓰기 좋은 책이 어디 있을까’하고 책을 찾았다. 그렇게 발견한 책이 <나의 엄마>라는 책이다. 책을 펼치자 나오는 면지에 여러 색과 선에 “‘엄마’라는 주제로 쓴 책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나는 ‘슬프다’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나의 엄마>라는 책은 ‘엄마’라는 말만 나오는 (처음에 아기가 엄마를 부르는 ‘맘마’라는 글자가 있다.)간단한 그림책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의 상황을 ‘엄마’라는 말을 사용하는 때를 그렸다. 무서운 꿈을 꿔 엄마를 부를 때, 비밀일기장을 본 엄마에게 소리칠 때, 결혼식에서 눈물을 흘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실 때 등 엄마를 부르는 많은 상황들을 그렸다. 그러나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엄마라는 말을 부를 때의 상황을 그린 그림을 시간 순으로 모아보니 정말 생각들을 할 수 있었다. 엄마 나는 ‘엄마’라는 단어가 그냥 호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말이다. 읽고 난 후에는 아마 엄마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라고 느껴졌다. 그 이유 첫 번째는, <나의 엄마>에서 엄마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마도 엄마라는 호칭으로 불리기 전에 엄마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절반정도를 ‘엄마’라고 들어야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라는 단어가 슬프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이 책의 아이가 엄마가 되는 장면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책에서는 한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의 순간들이 나와 있다. 그래서 아이가 커서 엄마가 되었다는 것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충격을 먹었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엄마도 나만했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림책으로 보니 엄마의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서 엄마도 어른이지만 어렸었을 때가 있었다는 것이 왠지 서글펐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그냥 우리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중간 장면에 아이가 엄마에게 “엄마!”라고 화내며 소리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꼭 내가 소리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소리쳤을 때 나는 단 한 번 우리 엄마의 표정을 본 적 있었는데 굉장히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그 표정이 그림책의 엄마의 표정과 겹쳐 보여서 엄마라는 단어가 슬프게 느껴졌다. <나의 엄마>라는 책은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라는 말에 대하여 더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만약 이 책을 읽었다면, 읽지 않았더라도 남는 시간이 있을 때 엄마에 대하여, ‘엄마’라는 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다양한 그림서사에 반해 글은 '엄마' 이외에는 없다. 그러나 글도 자세히 보아야 한다.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로 상황에 따른 '엄마'가 크게 때로는 작게 진하게 흐리게 되어 있어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서평을 그렇게 멋지게 쓴 이안이는 30분 동안 한글자도 쓰지 못하고 앉아있다. "선생님.. 뭐라고 쓸지 모르겠어요"
작년에 혹독한 사춘기를 겪은 은▲이는 종이 치고 전담시간이 되어서도 묵묵히 쓰고 있다. "선생님 저 이거 다 쓰고 가면 안되요?" 글로 마음을 다 토해내고 있는거다. 가슴에 응어리를 글로 풀면 시원하다. 운만큼 말이다.
(최고의 한컷 - 지금 우리반 아이들과 20년 전의 나)
★은▲
우리 엄마는 멋진 사람이다. 컴퓨터도 잘 고치고 밥도 맛있게 해 주시고 재미있는 말도 많이 해주시는 엄마가 우리 엄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싸우고, 싸우고, 싸운다. 이제 내가 '사춘기'라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그래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 항상 그런 말을 들은 엄마의 표정은 그냥 화난 표정이었다. 그래서 몰랐다. 엄마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엄마여서,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는 항상 강해야 했다. 무슨 일을 겪든 무슨 말을 듣던지 그것을 다 감당해야 했고, 참아야했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나도 엄마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나도 상처를 받았기에..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항상 우리를 우선 순위로 여기시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그런 것이었는데 이제까지 바보같이 말한 것들이 후회된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감기가 심해질까봐 창문도 닫아주시고 이불도 바르게 덮어주셨다. 그리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으신 후 나가셨다. 어찌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는 엄마께 감사하고 죄송했다. 여태껏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안했던 난데 그런 나를 위해 그렇게 해 주셨다는 것이 너무 죄송했다.
엄마는 우리가 했던 행동과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계실것이다. 처음 태어나서 울었을 때 ,옹알이를 하였을 때 걸음마를 처음 때었을 때 지금 엄마에게 화를 낼때 등 우리가 했던 일들을 모두 기억하고 계실것이다. (뒷부분 생략)
★김0형
난 엄마가 좋다. 화를 낼때에는 살작 밉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마가 또 좋다. 잔소리할 때도 칭찬할 때도 놀러갈때도 언제든지 엄마가 좋다. 선생님께서 우리 엄마라는 책을 읽어주셨을 때 '엄마'라는 단어 밖에 없는데 왜 슬플까? 책에 있는 애가 왜 내모습과 똑같이 느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엄마는 나한테 잘해주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화를 내는게 아닌가..그래서 나도 엄마한테 앞으로 잘해야겠다.
우리엄마는 이렇게 정말로 대단하다. 그 이유는 힘들어도 한치의 불편함 없이 이 모든것을 해내니깐 .. 나는 우리 엄마가 영웅이라 해도 뭐라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엄마는 진짜 영웅이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지식과 지혜도 많고, 운동도 잘해서 만능인간이다. 하지만 그런 엄마에게도 단점이 있다. 그런 바로 나다. 나는 엄마가 가장 무서운 복병같은 존재이자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다. 나도 그렇다.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중 가장 무섭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 비슷한 주제 그림책 1. 유지연 '엄마의 초상화' 2. 백희나 '이상한 엄마' 3. 김윤정 '엄마의 선물' 4. 신혜원 '세 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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