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통합>목기린씨가 우리에게 준 선물
이번 글을 프로젝트라고 해야할지, 책 읽어주기라고 해야할지 헷갈린다. 책 읽어주기로 시작된 씨앗이 프로젝트로 꽃피웠다고 해두자.
그림책은 아니지만 그림책만큼 짧고 강렬한 단편동화다. 3주간 수업했던 '세상을 바꾸는 힘'은 '목기린 프로젝트'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닮아있었다.
목이길어 버스를 타지 못하고 회사까지 걸어야하는 목기린씨의 간절한 바람은 한가지! '버스 출퇴근'이다. 고슴도치 관장이 질려할만큼 편지를 가득보내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한다. 관장에게 목기린씨는 불편한 문제거리라 다음 선거까지 미룰작정이다. 다행히 목기린씨 옆에는 다정한 친구 '꾸리'가 있어서 그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준다. 결국 마을 주민의 회의를 거쳐 목기린씨를 위한 특별한 버스가 만들어지고, 고슴도치 관장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모두를 위한 마을버스의 탄생이다.
읽어주는 중간 중간 끊고, 다음을 예상하게 하며 읽었더니 안달이 났다. 목기린씨가 타는 버스를 공개하기 전 한번 그려보기도 하고 비슷하게 그린 아이들을 칭찬해주었다.
"이렇게 편지를 보내면 정말 들어주나요?"
"그럴지도 모르지. 우리 동네에도 불편해서 건의하고 싶은게 있어?"
"에이. 그래도 안들어줄거 같아요."
"그럼 한번 해보자."
4학년 1학기 사회 3단원 두번째 소주제는 '지역문제와 주민참여'다. '목기린'씨의 사례가 딱 맞는 단원이 아닌가!
우선 가상의 시민단체를 만들고 '지역문제'를 찾아보았다. 엄마, 아빠, 학원선생님, 분식점 아줌마, 학교 언니, 오빠를 총 동원해서 10명씩 설문조사를 해왔다. 그리고 모둠마다 문젯거리 한가지씩을 정했는데 크게 두가지였다. 한가지는 학교앞 공원 쓰레기 문제와 다른 한가지는 학교 앞 불법주차 문제였다. 본격적으로 현장에 나가 취재하고 (나간김에 봉사활동도 하고) 분석하는 탐정 활동도 했다. 단체마다 '꾸리'처럼 해결 아이디어를 내서 그 결과를 모아 시장님께 제안하는 편지를 썼다.
여기까지는 늘상하던 것과 비슷했다. 기대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아이들도 많았다. 지난주 목요일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바로 고슴도치 관장같은 사람이었다. 민원이 잘 접수되었고 답변서를 보내준다는 이야기였다. 여기서 부터는 정말 목기린씨처럼 기뻤다. 다음날 우리반은 리허설만 하고 해보지 못한 '시민단체 홍보의 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시청공무원은 시장님의 편지를 대신 낭송해 주었고, 건의한 문제에 대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못한 부분을 설명해 주었다.
공원 화장실의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광경들에 대한 문제점 제기에 다음주 부터 공사에 들어간다는 말씀에 다들 박수를 쳤다. 아이들은 뭔가 해냈다는 분위기?!
목기린씨처럼 누군가의 특정한 불편한 사례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제기하고 바꿀 수 있다면 이런 수업은 모두가 했으면 좋겠다.
(뒷이야기) 이 수업에서 제일 좋았던 건, 이걸 핑계로 출근할 때 마다 괴로운 장면! 공원에 산더미 처럼 쌓인 쓰레기를 아이들과 같이 치웠더니 속이 다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