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예회에서는... 자랑인가? 자기반성인가? - 학예회 이야기 3
dumog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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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01:00
이제야 겨우 학예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ㅠㅠ
오늘은 저에게 피와 살이 된 좋게(?) 된 사연들입니다.
#1 우리마을 심시티
교육과정 발표회처럼 준비하다보니 전시 작품을 준비할 필요가 생겼다. 우리 학년은 각 반별로 다른 종류의 작품을 선보여서 좀 더 다양하게 보이도록 하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동학년에게 이것저것 나눠맞기고 나니 남는게 없었다. 그래서, 도전한 게 페이퍼 크래프트. 2학년은 아직 가위질, 풀칠이 서툴고 제작도면을 잘 보질 못하다 보니 계속되는 시행착오. 결국 심시티를 하듯이 우리 마을을 완성하긴 했지만 계속 떨어지는 건물과 차량으로 인해 수시로 수리작업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 교훈; 뭐 든지 꾸준히 익혀야 효과를 보는 법인데 너무 꽂히는대로 하다보니 오히려 엉성해졌다.
(이것이 심시티! 도로, 철길에 차량 만들고 건물 올리는데 며칠 걸렸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세종대왕 동상도 집어 넣고, 우리 반 녀석들이 쥐띠라는 얘기에 심시티 상황 중 괴물 출현 상황도 연출해 봤다. ^^;)
#2 오카리나, 처음은 창대했으나 마지막은 삑사리일지니
처음에는 2중주로 멋진 곡을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애들을 과대평가한 것인지. 오카리나 기본 운지법을 익히고 계이름을 제대로 부는데 3주는 걸린 것 같다. 거기에 화음을 넣어봤더니 지들끼리 헷갈려서 난리법석. 결국 빠른 곡 변경을 통해 <가을바람>과 <넌 할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를 부는 것으로 결정. 그런데 1학년도(난 2학년 ^^;) 오카리나를 분다는 소식에 실로폰에 리듬악기를 섞기로 결정했지만 문제는 택배. 내가 제안해서 <카주>를 몇 명 집어넣기로 했는데 물품구입이 늦어지면서 카주는 제때 도착하지 않았고, 카주를 하기로 한 애들은 결국 립싱크를 했다라는 후문이... ㅜㅜ (결국 카주는 학예회가 끝난지 일주일 후에 도착했다. 더 웃기는 건 배송조회를 해보니 학예회 2일전쯤에 이미 우리 지역에 도착해 있었는데, 우리 지역 안에서 배송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는 것.)
- 교훈: 물품은 미리미리 사자. 담당자를 닦달해서라도.
(이 녀석이 바로 카주. 노래를 허밍할 줄만 알면 다 연주할 수 있다는 전설적으로 쉬운 악기다. 교무행정사님이 "OO택배는 우리학교에 제때 안갔다주던데"라고 말하셨을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3 이걸 자랑해야하나 말아야하나
오카리나 연주에 비해 모둠북&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목적이긴 했지만 앵콜 공연까지도 했고... 우리 반에 특수학급 학생이 있다는 얘기는 이미 했던 것 같고, 그 녀석이 계속 북치는 것에서 삑사리를 내는 통에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러다가 그 녀석이 막춤을 꽤 춘다는 사실을 감지(박자를 아주 잘 맞춰서 막춤이 나온다.)하고 급히 이벤트를 만들었다. 맨 뒤에 있다가 노래 2절 중간에 앞으로 나와서 막춤을 추는 것. 그 녀석과 함께 막춤을 출 2명을 더 뽑고 몇 번 연습을 했는데 이 녀석들이 내가 나가라고 해야 나가고 아무 말도 안하면 그냥 북만치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본 공연 때는 방송실 쪽에서 몰래 숨어있다가 나가라고 얘기해줘서 부랴부랴 막춤에 성공했다. 하지만 앵콜 공연 때는 내가 얘기를 안하고 동영상 촬영만 했더니 또 북만 치다가 넘어가 버렸다.
(이 공연을 교장, 교감은 꽤 좋아했는데 난 끝나고 났더니 좀 허무하더라는...)
- 교훈: 역시 어린 애들에게는 무한 반복만이 살 길인 것 같다. 몇 번 해봤다고 방심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https://youtu.be/JUE--YJQZv8 ---> 여기로 가면 앵콜 공연을 볼 수 있다.
#4. 자질구레한 실수들
옆반이 전부 신규라는 걸 잠시 망각하고 넋을 놨더니 공연 입장부터 교사도 가르치고 학생도
가르쳐춰야 하는 상황에 급 당황.(물론 내색하지 않았다.)
학교에 있던 공연복(반팔 티)을 아이들에게 놔눠줬더니 발육이 좋은 아이들이 많아서 다 입히지 못한 일도 있었고, 공연 준비물을 대충 안내했더니 문의 문자에 전화가 계속되기도 했다.
사회를 볼 아이들을 뽑아 놓고 수정 대본을 늦게 주는 바람에 학예회 당일에 완전 버벅대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일도 있었다.(전날까지만 해도 잘 읽더니 --;)
학예회 공연을 진행하면서 시간이 부족할까봐 입장과 퇴장을 빠르게 진행시키다보니 시간이 남아돌아서 앵콜 공연을 몇 팀이 해야했던 일도 있었다.(덕분에 우리 반도 앵콜을 했습니다.)
학예회가 끝나고 아무 생각없이 애들을 하교시키고 나서야 남은 짐이 있다는 걸 깨닫고 혼자 택배기사 놀이를 하면서 옮겨야 했던 슬픈 과거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