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에서 해돋이를 보면 공작이 도망다니고 애들은 전쟁을 한다. - 체험학습 이야기2
dumog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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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3 00:46
오늘은 고학년(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 야영, 수학여행에서 어떤 무덤들을 팠는지 경험을 공개합니다.
2004년
교직생활 첫 체험학습에서 출발시간이 되도록 버스에 도착하지 못한 한 인간을 찾아 30여분을 해메고 다녔다.
극기체험으로 한 산행 도중 남자아이 하나가 무릎을 다쳐서 산 중턱에서 30여분을 업고 내려왔다. 완전 좋게(?)되었다는.
2005년
6학년을 처음으로 맞고 간 첫 수학여행. 6학급짜리 학교라 나, 우리반 아이들(30명 정도), 교장 선생님, 행정실 주사님. 이렇게 단촐하게 갔다. 교장 선생님의 석굴암에서 해돋이를 보겠다는(본 게 좀 있으셔서) 열망으로 일정이 바뀌어서 새벽부터 나갔다. 문제는 해가 뜨고 나서야 입장시간이 되었다는 것. 뭐 이 외에 차량용 네비게이션 도입 초창기라 우릴 태운 버스가 네비를 따라 가야할 하회마을은 안가고 산중에서 헤메다가 공사장에 도착했다는 건 번외.
첫 수련활동도 썩 좋지는 않았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 5, 6학년이 수련활동을 같이 진행했고 당시 담당 선생님이 완전 스카웃 형식으로 야간 행사를 진행하셨으며, 모든 취사도구와 음식 재료를 아이들이 직접 준비하다보니 하룻밤 지내고 나서는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2009년
경주 불국사에서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다보탑 앞에서 시체놀이로... 주위에서 보는 그 많은 시선(한 3개 학교 학생들이 불국사 안에 같이 있었던 듯하다.)은 애써 무시. 그 후로 한동안 시체놀이 샷은 체험학습마다 잘 써 먹었다.
2007년
편도 2시간 30분짜리(왕복 5시간) 코스로 박물관 현장체험학습을 갔다. 몸은 편했으나 아이들은 별로 한 것도 없어 심심해 했다. 비효율적인 체험학습을 몸소 체험했다고나 할까.
2010년
무도와 1박 2일이 쌍벽을 이루던 시기. 6학년 수학여행에서 이것들을 써 먹어보자고 결심했다. 수학여행을 직영으로 준비하다보니 여행 코스에 있는 많은 장소를 직접 발로 뛰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 철저히 준비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미션이 호암미술관에서 공작과 모둠단체 사진찍기. 조용하던 미술관 정원이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공작 우는 소리가 계속 들리다가 아이들이 단체로 나에게 왔다. “공작이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난 그 날 생전 처음으로 나무 위에 올라간 공작을 보았다. 미션 종료!
(이 분들이 호암미술관의 그 분들. 참 몹쓸 꼴을 보셨다. 애도 !(_ _)! )
두 번째 미션 에버랜드에서 시체놀이. 놀이기구에서만 놀까봐 아래쪽 동물원과 정원을 둘러보라고 내준 미션. 이 정도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세 번째 미션과 네 번째 미션의 장소는 경복궁. 외국인과 사진 찍기와 복불복 사진 찍기. 복불복 사진찍기는 무작위로 장소를 지정해 주고 그 곳에 가서 조별로 인증샷을 찍는 것. 경복궁 깊숙한 곳까지 둘러보자는 의도였는데 말 그대로 됐다. 장소를 잘못골라 집옥재까지 갔다온 조는 죽으려고 했다는 게 함정. 이 후 내가 인솔한 체험학습에서는 복불복 사진찍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점령전이 가능한한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내 체험학습 활동 다양화의 첫 출발이기도 했다.
(보통 체험학습가서 향원정이나 집옥재는 가지 않는다. 그런데 미션을 주니 자연히 여러 장소의 사진이 모이더라.)
2011년~2015년
점령전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학습 미션을 시험해 본 시기. 점령전 스킬이 갈수록 늘었다. 경험치가 쌓이고 쌓여서 2~3랩은 올라간 느낌.
점령전 뿐만아니라 모둠 대항 놀이를 끼워서 해 봤다. 로맨틱 성공적.
동학년 선생님들과 이걸 공유했더니 만족해하셨다. Why? 교사는 편한 구석이 있는데 아이들은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고 더욱이 힘들어하니까. ^^;
덤으로 여러가지 아이들의 활동 사진도 나한테 다 모이고 나름 좋았다.
dumognim의 체험학습 미션 Tip
1. 점령전에 대하여
1) 점령전 조건: 출입구가 한정된 곳. 점령할만한 장소가 여러 군데인 곳. 시간적 여유
2) 점령전 순서
- 점령전 안내(점령 가능 시간, 구역, 장소 등)
- 조별로 연락자 지정(얘들만으로 단톡방을 만든다.)
- 첫 구역 점령전 개시 선언
- 각 장소를 먼저 점령한 팀이 인증샷 보내기(인증샷은 조건을 단다.)
- 다음 구역으로 이동
- 두 번째 구역 점령전 개시 선언(이 후는 반복)
3) 주의사항
- 점령지역 및 주의사항은 종이 문서로 제공한다. Why? 항상 숙지할 수 있다.
- 점령보고 시간을 지정해 줘야 한다. Why? 안그러면 수시로 카톡이 와서 짜증난다.
- 모든 조가 한 곳씩은 점령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Why? 그래야 계속한다.
- 점령 지역은 의도하는 동선에 맞춰서 지정한다. Why? 출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2. 내가 체험학습에서 해 본 쓸 만한 모둠 놀이
1) 모둠 가위바위보: 무도빠들은 그 녀석이 한참 활약하던 시절에 비슷한 걸 본적이 있을 거다. 1인당 가위바위보 카드 중 1장씩을 뽑아 갖게 하고, 생명력 카드를 같이 가지고 다니면서 다른 조와 대결을 하는 놀이.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생명력 카드를 1장씩 뺐을 수 있다. 생명력 카드를 많이 모은 모둠이 승리.
2) 재미있는 사진찍기: 장소나 그 곳의 물건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사진을 찍는 활동. 요즘 보면 미술책에도 이런 거 나온다.
3) 단체점프샷: 1박 2일에 나와서 유명해진 활동. 확실한 점프만 인정해주는 깐깐함이 생명.
4) 외국인과 사진찍기: 영어 학습의 활용을 위해서 써 본 활동. 나름 재미있기는 한데 한 번은 일본 사람과 찍었다고 해서 보니 우리나라 사람과 구분이 안되서 애매하였더라는.
5) 꼬리잡기: 역시나 무도의 그 게임을 응용한 활동. 꼬리 잡을 조를 미리 지정해서 잡기를 계속 시켜서 다 잡은 조가 승리. 무도에서는 꼬리를 만들어 줬지만 난 귀찮아서 몰래 도촬를 하라고 하기도하고 런닝맨처럼 등에 이름표 붙여서 뜯기를 시켜보기도 했다.
6) 우리학교 선생님과 사진 찍기: 아이들과의 동선이 멀어졌거나 같이 간 선생님의 숫자가 많을 때 시도할만한 활동. 단 선생님들께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난 양해를 음료수로 구하기도 했다. ^^;
오늘의 교훈
1. 교사의 치밀한 준비가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만들다.(덤으로 힘들게 해 줄 수도 있다. 으흐흐흐흐~)
2. 체험학습 미션으로 적합하다면 뭐든지 써 먹어봐야 한다. 단, 잘못됐을 때 바로 수정하거나 버릴 마음의 준비도 해야 한다.
3. 내가 만든 활동이 효과적인지 알아보려면 옆의 동료들과 함께 오픈베타테스트를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