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요미들 집 보내기,1학년 하교 지도-셀프 인정+칭찬 나눔.
나는 (거의) 매일 감사한 일과 잘한 일을 일기에 적는다.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기 위해서다.
우리반 아이들도 스스로가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서 셀프 인정 하교지도를 시작했다.
*셀프 인정 하교 지도
1. 하교 시간에 "착한 일 한 사람 비타민 받으러 나오세요."라고 호객행위를 함.
2. 오늘 한 착한 일 0가지를 말하게 한다(우리 반은 3가지부터 시작해서 7가지까지 늘렸고, 지금은 매일 7가지를 말한다). 대략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
-수업 시간에 바르게 앉았어요.
-발표를 했어요.
-친구들 발표를 잘 들었어요.
-복도에서 걸어다녔어요.
-친구한테 연필 빌려줬어요. 등등
3. 생각이 안나면 줄 맨 뒤에 가서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한다. 그래도 말문이 막히면 관찰했던 착한 일에 관해 유도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복도에선 어떻게 했는데?" "받아쓰기 공부할 땐?"
그럼 "아, 복도에서 조용히 했고요 받아쓰기도 열심히 공부했어요."라고 대답이 나온다.
4. 0가지를 다 말하면 비타민을 집어간다. "감사합니다."인사는 필수!
*내가 말할 수 있는 착한 일들 토의하기
-착한 일 말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고, 다른 아이들도 거의 같은 착한 일만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아 이야기를 나눴다.
1. 아침 시간, 수업 시간,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발표하는 시간, 교실에서, 복도에서 이렇게 시간과 장소별로 할 수 있는 착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 절대 거짓말하지 않고, 스스로 인정할 만큼 잘 했을 때 착한 일로 말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너희들을 믿어."하면서.
3. 학년이 조금만 높다면 모둠별로 브레인스토밍하여 최대한 많이 적어보고 발표하도록 했을 것 같다.
*칭찬 나눔
-친구를 칭찬하고 친구가 그 칭찬을 받아들이면(납득할 만한 칭찬이면) 칭찬 하나당 착한 일 하나로 친다. 그럼 7가지를 모두 말하느라 드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고, 교실 분위기도 훈훈해진다. 일석이조.
1. 한 사람당 스티커 5개를 주고, 스티커를 받을 종이도 한 장씩 나눠준다.
2. 노래 2곡이 끝날 때까지 1:1로 친구를 만나 친구의 좋은 점, 고마운 점을 칭찬한다.
"싫은 점, 부족한 점은 절대 말하지마요. 그건 본인이 제일 잘 알아요.", "'~~는 별로지만, ~~가 좋아.'"라고 하지 말고, 그냥 '~~가 좋아.'라고 해요."
3. 칭찬을 받은 사람이 칭찬이 마음에 와닿으면 스티커 하나를 칭찬해 준 친구 종이에 붙여준다.
4. 스티커는 최대 7개까지 모을 수 있다. *그런데 왜 한 사람당 5개를 줬느냐, 그래야 인기 많은 아이들 스티커가 빨리 떨어지고 다른 아이들과도 다양하게 칭찬을 주고 받을 것 같았다. 어차피 모자른 것은 착한 일을 말하며 채울 수 있으니까.
*지도 효과
1. 수월해진 생활지도. 가령 아침 시간에 "아침 시간에 어떻게 해야하지?"하면 아이들이 "똑바로 앉아서 조용히 공부해요."라고 대답한다. 그럼 "그래~ 지금 제대로 한 사람은 이따가 착한 일로 아침 자습 잘 했다고 말해줘."라고 말한다. 그럼 애들 허리 빠딱! 입 딱! 지도 효과가 참 좋다.
2. 교우관계 개선. 칭찬나눔 지도를 끝내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이제,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친구들을 관찰해봐.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칭찬나눔 시간에 칭찬해줘. '00아, 아까 국어 시간에 발표 잘 들었어.'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본 걸 칭찬해주면 친구가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으쌰 으쌰하며 비타민 먹고 있다.
3. 자존감 상승. 스스로를 스스로가 인정하니 아이들이 스스로 더 잘하려고 하는 게 눈에 보인다.
4. 귀염뽀작. 한 줄로 서서 눈 위로 굴리면서 스스로 잘한 점 말하고 두 손으로 공손하게 비타민 받고 펄쩍 좋아하고 "감사합니다."말하는 아이들 보고 있으면, '선생이라서 너무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힐링타임. 1학년 1학기의 고통을 이미 까먹어버린 나란 여자, 유인원.
*고민점
-'보상,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있다. 사실 교사가 되고 개별 보상은 일부 문제행동이 심한 아이 말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스티커나 먹을거로 보상하는 게 애들을 맹목적으로 조종하는 것 같아 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면서 내 성대는 발그레해져갔고 기초 습관을 딱 잡아줘야하는 1학년에겐 어느 정도 즉각적인 보상과 그로 인한 행동교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셀프인정, 칭찬나눔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절충한 대안이라는 점에선 만족스럽지만, '보상' 자체에 대한 찝찝함은 남아있다. 교육이란 게 정답은 없겠지만 아동심리나 교육학적인 측면에서 더 많이 배우고 고민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