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할 시기! 올 한 해 삶!
2020년까지 20일정도 남았습니다. 2020년, 이거 미래사회 나타낼 때 쓰던 숫자 아닌가요? 그런데 20일 뒤라네요. 세월놈이 미친듯이 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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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달리는 시간을 잠시 붙잡고, 올 한 해 삶을 연말정산 해봅시다. 코 시렸던 1월부터 다시 코 시린 12월 지금까지, 350여일을 지내오시면서 박장대소는 몇 번이나 하셨나요, 왈칵 울어버렸던 적은요. 기념비적인 사건은 있으셨나요? 혹은 아주 평온하고 평탄하고 안전한 한 해를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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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려운 질문만 던졌나요? 그럼 아주 간단하게!
올 한해 일어난 좋은 일 3가지, 안 좋은 일 3가지를 떠올려봅시다.
일기장에 끄적이셔도 좋은데 댓글로 달아주시면 더더더 좋습니다. 자랑도 팍팍하고 불평불만도 팍팍 하자고요. 익명인데 뭐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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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익명이 아니어서 심히 부끄럽지만) 올 한 해 삶, 연말정산 해볼게요.
우선 좋은 일부터 세 가지!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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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째! 아주 호수처럼 듬직하고 산처럼 큼직한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다양한 분들과 정서적 교류를 해왔는데, 그 분들과 견주어 봤을 때 단연 BEST입니다. 처음엔 몬 생겨보여서 이목구비가 단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생겨보입니다. 단점이 사라져버렸죠. 그래서 THE BEST가 되었습니다. 제가 갑자기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린다면 '헤어졌구나.' 하시면 됩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나이인만큼 헤어지지 않고 백년해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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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째! 요가 자격증 딴 일입니다. 미얀마에서 선셋요가에 미쳐가지고 한국에 와서 200만원 내고 자격증을 따버렸죠. 요가를 제대로 배우고 나니 혼자 수련하기도 좋고 요가나눔도 꾸준히 해서 기부도 15만원이나 하고 허리 막 꺾고 골반 막 열어버리고 저도 저한테 반했습니다. 요가가 헝그리정신이 있어서 매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수련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풍경 이쁘고 날씨 좋으면 하늘을 이불 삼아 수련을 합니다. 정말 황홀해요. 올 한 해 요가는 저한테 정말 큰 행복이었고 평온이었어요. 요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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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째! 아이들 운이 좋았습니다. 귀여운 1학년인데 솔직히 3,4월에는 깨물어버리고 싶었는데 그 이후로는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습니다. 저랑 죽이 잘 맞아서 말도 잘 듣고 애교도 많고 가끔 선 넘을 때 제가 조금만 으르렁거리면 알아서 자제해줍니다. 부모님들도 참 좋으셔서 학급 운영에 가타부타 말씀 없으시고 협조도 잘 해주시고 예의도 잘 지켜주십니다. 교원능력개발 학부모평가는 5점 만점이라 기분이 좋았습니다(어이없게 깎으시는 분들 있으면 괜히 기분 찝찝하고 안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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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 좋은 일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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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 가지까지는 생각이 안 나고 한 개 정도 생각이 나서 적어볼게요. 제가 서울 파견을 왔는데, 원래 살던 집에서 윗 집에서 누수가 되서 집이 워터파크가 되었어요. 그래서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이사를 해야했고, 갑자기 이사 비용도 들고 보증금도 마련하고 짐 싸느라 허리가 뽀사질 것 같고 엄청 심난했어요. 짐 싸다 서러워서 눈물도 나오고, 서울 집 값 짜증나서 눈물나고 그랬죠. 뭐 지금은 이사한 집이 아주 맘에 쏙 들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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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안 좋은 일 6가지, 좋은 일 2가지 정도 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올 해는 수확이 좋네요. 적으려고 보니 좋은 일들은 마구 떠오르는 데 안 좋은 일은 별로 생각이 안 나니 말이에요. 30만원 환급 받는 기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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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 올 한 해 살아내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인디스쿨 보면 슬픈 일, 억울한 일, 들이받고 싶은 일 겪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교직이 참 거칠고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아이들을 가르쳐내신 선생님들은 누구보다도 박수 받아야 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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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어버리고 싶은 아이들 만나신 분들은 고지가 코 앞이고 액땜 제대로 했으니 내년엔 판 뒤집힐 일만 남았고,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들이랑 꼼냥꼼냥 행복한 시간 보내시는 분들은 올 해의 좋은 기운으로 내년에도 또 좋은 아이들 만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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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송년회 때 술 많이 드시고요. 체온 높이는 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