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더를 위한 변명 -완-] 셀리히만 실험과 프리라이더
프리라이더를 위한 변명 5번째 이야기입니다.
저는 학생 스스로가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이 프리라이더가 되는 가장 기저에는 '무기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기는 무기력한 학생들이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장 잘 쓰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학생이 되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무기력한 학생들이 모든 면에서 무기력하지 않다는 데서 원인은 학생 자신에게 있을 수도 있지만
환경이 학생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점이 학습된 무기력의 시작점입니다.
1. 셀리히만 실험
학습된 무기력이란 계속된 좌절로 인해 무기력이 학습되는 것을 말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에 대표적인 예로 셀리히만 실험이 있습니다.
셀리히만 실험은 쥐에 관련된 실험인데요.
쥐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서 1차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세 집단의 쥐 중에서 1번째, 2번째 집단의 쥐에는 전기충격을 주고, 3번째 집단의 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번째와 2번째 집단의 쥐에는 결정적인 차이를 하나 두었습니다.
1번째 쥐에는 코에 스위치를 두어 코를 벽에 부딛치면 전기를 끌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2번째 집단의 쥐는 아무런 해제 방법을 만들어주지 않고 그냥 전기를 맞게만 했습니다.
그래서 1번째 쥐들이 스위치를 찾아서 전기를 끄고, 2집단의 쥐들이 몸부림치다가
그만 포기하고 가만히 있을 때 까지 실험은 진행되었습니다.
다음날 두번째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두번째 진행은 세 집단 모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세 집단 모두가 중앙분리대를 넘으면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두번째 실험을 한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1집단과 3집단의 쥐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중앙분리대를 넘었지만
2집단의 쥐들은 중앙분리대를 넘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묵묵히 전기를 맞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지켜보면서 사람들은 무기력이 환경으로 인한 거부와 좌절로 더욱 크게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학습된 무기력
이 쥐들이 처음부터 무기력한 쥐들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쥐들을 무기력하게 만든것은 환경입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협만화인 열혈강호의 한 장면 중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셀리히만 실험에서 2집단이 두번째 실험에서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1차 실험에서 전기충격을 멈춘 때가
'모든 쥐가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좌절한 채 가만히 있을 때' 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차실험때도 '어짜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하며
전기 충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무기력해 보이는 사람들을 잘 보면 그 사람들이 모든 곳에서 무기력해 하지는 않습니다.
교실에서 보면 수업시간에 무기력해 보이는 학생이 쉬는 시간에 정말 열심히 뛰어노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 수업시간에 무기력해지는 학생들도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프리라이더를 뛰어넘기 - 작은 성공의 습관
교실에서 프리라이더를 잘 보면 그 학생들이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실패'로 인해 누군가에게 좌절을 겪게 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입니다.
그러므로 교실에서 프리라이더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공의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서 큰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보는 성공에 대한 이미지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성공이란 이름으로 구글링을 한 결과 보이는 이미지들은 공통적으로
성공은 '멋진것'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내가 프리라이더가 되는 이유는 '이렇게 멋진 것을 내가 과연 해 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자랑을 하나 하자면 몇년 전에 연구대회에서 전국 2등(국무총리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정말 엄청나게 많이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상은 정말 운이 좋아서 받은 것이지, 제 실력이 이렇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내가 잘 하면 '국무총리 상을 받은 사람이라서 저정도는 당연한 것이지' 할 것 같고
내가 못하면 '국무총리 상을 받은 사람이 이것도 못해?'라고 할 것 같아서
그 다음에는 쉽게 연구대회를 시작하지 못하겠더군요.
이것을 보아도 내 능력과 노력에 비해 큰 성공은 하기도 어렵지만 큰 결과를 얻는다고 해도
그것이 행복을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저는 그래서 프리라이더를 넘기 위해서는 성공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공의 횟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박사논문을 지금 당장 쓰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글은 하나정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늘려오면서 지금은 약 800개의 글이 모였습니다.
우리반 학생들도 큰 배움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각자의 작은 경험 하나정도는 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귀찮아서 또는 하기 싫어서 안하는 학생은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무서워서 시도조차 못하는 학생은 없는 교실
그것이 제가 꿈꾸는 쉬운 교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