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감이 있는 교실 -3. 잔소리가 없는 교실
교실에서 선생님은 어떤 존재일까요?
선생님은 교실에서 ‘신’ 과 같습니다.
모든 교실의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의 행동을 만들어주고 어떤 행동을 하거나 또는 하지 않도록 정리해 줍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선생님의 말 하나 하나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좋아서 계속 긍정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피하기 위해 긍정적인 행동을 하거나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피드백들로 인해서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생겨납니다.
1. 교실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잔소리
<상황 1: 청소시간>
선생님 : 지금부터 교실을 청소해주세요.
<10초 후 교실 뒤쪽에서 바닥을 청소하는 학생을 보며>
선생님 : 거기 뒤쪽부터 청소를 하면 어떻해요 청소는 앞에서 부터 하는거지
학생1: 뒤에서 청소해서 앞에 애들 청소하는 애들하고 모으려고 했는데요
선생님 : 청소는 앞에서부터 쓸어서 뒤로 가져가서 뒤에서 마무래해야 하는거예요
학생2: (얼굴을 찌푸리며 마지못해) 네~~~~~~
<상황2: 모둠활동 시간>
선생님 : 오늘 미션은 이 학습지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님이란 무엇인가를 채우주는 미션이예요. 잘 해보기를 바랄게요.
<1분후 교과서의 사진을 가위로 자르는 학생을 보며>
선생님 : 누가 교과서를 가위로 자르라고 했죠?
학생1 : 선생님 이 부분을 왠지 가위로 잘라서 나누어보면 더 좋을것 같아서요
선생님 : 교과서는 가위로 자르는 것이 아니예요 당장 그만 두어요.
학생2 : 선생님 이 프린터 써도 될까요?
선생님 : 누가 프린터를 함부로 써도 된다고 했죠? 자리로 돌아가세요.
학생 1,2 : (투덜거리며) ………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원인은 다르지만 학생들은 결국 두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1. 선생님의 말을 따른다.
2.선생님의 말을 거부한다.
그런데 이 두 선택중 어느 하나를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1번의 선택을 한 학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결정을 다른 주변의 억압에 의해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통제감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주지 않고, 그 말에 대한 반감을 속으로 갖게 됩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반작용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지속될 경우는 2번의 행동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선생님의 말을 따르는 학생이 될 수도 있는데
이런 학생들은 무조건 상대의 말을 수용하고 따르는 수동적인 사람으로 커 갈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이 많은 교실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상황3: 점심시간>
학생1 : 선생님 화장실 다녀와도 될까요?
선생님 : 그래요 다녀와요
학생2: 선생님 운동장에서 놀아도 되요?
선생님 : 그래요 운동장에서 놀고 와요
학생3: 선생님 상담실에서 놀아도 될까요?
선생님 : 그래요 상담실에서 놀고 와요
학생4: 선생님 공놀이 해도 되요?
선생님 : 아 그런건 좀 알아서해요 안물어도봐도 되요
학생4 : …. 맨날 하기전에 물어보고 하라면서요?
무엇이든 자신의 결정을 선생님에게 미루는 교실에서 1년을 보낸 학생들이
어떤 배움을 느끼게 될까요?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학생이라고 좋게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런 것은 학생들의 자주적 삶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2번의 상황은 자신의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생님을 가상의 ‘적’ 으로 인식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 자신을 “선생님을 이긴 영웅” 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학급에서도 이 학생이 선생님에게 이기는 것을 보면서 선생님을 학급에서 가상의 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이 교실에서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교실은 결국 무너진 교실이 됩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까닭은 학생들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생님이 자신도 모르게 원인제공을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의 잔소리’ 입니다.
2. 잔소리가 없는 교실
1번 상황에서 선생님의 잔소리는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앞에서 청소해오던 학생들의 먼지와 쓰레기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청소의 방향이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지점에서 본다면 선생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원인은
선생님이 말한 것이 옳다 그르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말한 타이밍에 있습니다.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고자 미션을 주고 나면
학생은 그 나름대로 이 상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그림을 그리게 됩니다.
그렇게 학생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나서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선생님이 학생의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를 하면
학생은 선생님의 말이 옳다 그르다를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의 생각이 부정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후에 하는 모든 말들은 학생에게 잔소리로 들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생님이 학생의 통제감을 건드리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타이밍이 있다면
그 타이밍은 학생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바로 전입니다.
처음에 청소를 시작하기 바로 전에 선생님이
“단 청소를 할 때 앞에서 부터 뒤의 방향으로 해 주세요. 그래야 교실을 조금 더 깨끗하게 할 수 있어요.”
라고 했다면 학생들과 지금과 같은 실랑이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청소전에 그런 말을 해줘야 하는데 선생님이 그걸 잊어버려서 못했다면
적어도 청소중에는 학생들의 행동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를 하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의 규칙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모둠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프린터 상황은 선생님이 제공해 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 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선생님이 활동 전 명확하게 학생들이 해야 할 것 또는 하면 안될 것을 이야기해주고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을 제시해 주었다면
이런 대화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상황은 이런 식으로 구성이 되었어야 합니다.
선생님 : 오늘 미션은 이 학습지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님이란 무엇인가를 채우주는 미션이예요. 선생님은 오늘 여러분이 필요하다면 교실 뒤편에 있는 가위와 풀, 그리고 색연필을 제공해 줄게요. 잘 해보기를 바랄게요.
<1분후 교과서의 사진을 가위로 자르는 학생을 보며>
선생님 : 교과서를 왜 가위로 자르고 있나요?
학생1 : 선생님 이 부분을 왠지 가위로 잘라서 나누어보면 더 좋을것 같아서요
선생님 : 그래요 선생님이 한번 기대해 볼게요. 그래도 교과서는 소중히 다뤄야 하니
꼭 필요한 부분만 잘라서 쓰기를 바랄게요.
학생2 : 선생님 이 프린터 써도 될까요?
선생님 : 선생님이 오늘은 처음에 이야기 한 것 처럼 가위와 풀 색연필만 제공해 줄거예요.
다음번에 다른 미션때는 선생님이 한번 준비 해 볼게요.
학생 1,2 :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선생님의 명확한 이야기를 해 주되
학생들이 직접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학생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면
선생님의 잔소리가 사라지면서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행복한 교실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