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은 무죄
#0.
C선생님은 방학때 여행가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방학이 되기를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가 여행일 정도로 여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매 학기마다 한 번은 국내 또는 해외 어디라도 한 번은 가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가서 내가 즐기고 있음을 SNS에 한번쯤은 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어느샌가부터 SNS에 그것을 올리는 것을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선생님 사이에서도 조금씩 그것을 자제하자는 글이 생겨났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C선생님은 방학때 가는 여행이 나쁜 것이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건가?
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1. 우리는 여행을 왜 갈까요?
사람들이 이유없이 하는 행동은 숨쉬기같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는 행동 뿐입니다.
대부분의 내가 하는 행동은 무언가의 이유 또는 필요로 인해 이루어집니다.
C선생님이 여행을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것은 C선생님이 무언가의 이유로 또는 무언가를 채우는 방법이 여행일 것입니다.
여행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네이버 국어사전)
여행은 내가 평소 생활하지 않는 곳에서 내가 평소 경험하지 못하던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목적은 내가 평소 하지 않는 무언가의 특별한 것을 경험하기 위함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령령님의 여행동기, 선택속성과 해외여행지에 관한 연구 ; 2015>에 따르면
여행을 왜가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다음의 5가지가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설문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달라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적인 부분이 하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여행으로 우리가 채우고자 하는 것입니다.
#2. 매슬로우의 욕구이론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은 욕구 위계설 또는 욕구 5,7단계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우고 있는데요.
제가 감히 욕구이론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사람은 결핍된 욕구를 단계별로 채워나갈 때 행복을 향해 출발 할 수 있다.'로 정리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가장 하위단계인 생리적욕구부터 위로 단계별로 채울 수 있습니다.
여행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내가 갖고 있는 욕구를
여행이라는 방법으로 채워준다는 말과 같습니다.
여행이 채워줄 수 있는 욕구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행의 방법, 목적은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한다. 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통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통제감이란 나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느끼는 감정을 말합니다.
내가 할 수 있음을 알고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감정이 자존감이라고 볼때
통제감을 높이는 것은 욕구이론의 4단계인 자존의 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통제감이 높은 사람은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만족을 하고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자존의 욕구는 성장 시킬 수 있는 성장욕구가 아닌
결핍되면 채워주어야 하는 결핍욕구입니다.
다시 말해 통제감이 부족한 즉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통제하거나 소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자존의 욕구는 4단계의 욕구인 만큼
이 욕구를 채우기 앞서 우리가 채워야 하는 수많은 다른 무언가를 먼저 채우게 됩니다.
그래서 이 욕구를 채우는 시기는 그만큼 뒤로 미루게 됩니다.
사람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우리는 선생님이니만큼 방학이라는 교집합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겠지만 교사가 유독 더 눈에 띄는 것은 이 교집합 때문일 것입니다.
#3. 여행과 자존감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 자존의 욕구를 채우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다른 무언가에게 통제력을 행사하면서
내게 부족한 자존감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하는 행동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폭식' 과 '과소비'를 들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먹는 행위 또는 무언가를 사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유는
먹는 행위 또는 구매하는 행위를 통해 내 통제력을 행사함으로써
내 부족한 통제감을 채워가기 위함입니다.
여행이 통제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여행지 선정 - 내가 결정합니다.
2. 여행지에서 하는 것 - 내가 결정합니다.
3. 여행지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낄 것인가 - 내가 결정합니다.
여행은 내가 경험하고 싶은 것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을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든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여행을 떠나면 우리는 소득을 얻는 행위는 하지 않는 반면
모든 것을 소비를 통해 진행합니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 과소비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줄로 요약하면 여행은 사람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왜 하필 여행일까요?
앞에서 저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왜 선생님들은 다른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을텐데
'여행'을 꼭 하고 싶은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두가지 입니다.
1. 일탈 -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와 만나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갖지 못한것을 동경합니다.
지금의 현실에 100% 만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일탈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일탈은 내게 소중한 사이다가 될 것입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데는 여행만한 것이 없지요.
2.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잘 모른다는데 있습니다.
'선생님은 취미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이것을 하기를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의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습니다.
이것은 선생님이 그동안 모범생으로 자라온 것도 어느정도 이유가 될 것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바르고 올바르게 자라온 선생님들이 선생님이 되고 나서도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보다 하루하루를 버티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먹고싶나요?' 또는 '이곳에서 무엇을 경험해보고 싶나요?'라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답을 찾기가 매우 쉽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여행을 떠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 아닐까요?
#5. 당신의 여행은 무죄
여행을 가는 것이 이상하고 나쁜일인것 같이 비춰지는 현실은
사회가 너무 답답하게 진행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방학이라는 여유가 있는
선생님들에 대한 부러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놀러간다로 인식하는 것 또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처럼
내가 내 부족한 자존감을 채워주는 것은 나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선생님의 여행 또한 선생님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이 행복하다.
이 단순한 명제에 여행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부족한 통제감을 여행이 아닌 학생들로부터 채우고자 한다면
그 선생님이 더욱 위험한 선생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삼단논법에 의거하여 그러므로 선생님의 여행은 아이들의 행복에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의 여행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들을 위한 작은 (큰) 투자입니다.
좋은 경험하고 많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오실 선생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