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하는 싫은 소리는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0.
나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착한 사람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부탁도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더라도 왠만하면 잘 받아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씩 제가 생각하는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때도 몇번은 참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참아도 한계가 있다고 느낄 때
제 생각을 100%전달하지는 않지만 조금 에둘러서 제 마음을 표현합니다.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왠만한건 적당히 받아주다가 정말 아니다 싶을때만 조금 조곤조곤하게 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먹히지 않습니다.
평소에 센 사람으로 인식되는 A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잘 들었을 것이면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100% 말하지도 못했는데, 제가 제 불만을 이야기했다는 것 만으로
상대방이 오히려 더 기분나빠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생에게 C선생님이 따로 남겨서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때가 많습니다.
기분 나쁜 것을 풀지도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과의 거리가 더 멀어져가는 것을 보면서
C선생님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1. 깨진 유리창의 법칙과 파울선긋기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범죄지대에 보닛을 열어 놓은차를 방치해 둘 때
유리창 하나에 금이 가있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이 쉽게 차를 더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오히려 사소한 것에 집중하면서 작은 허점을 주지 않는 것이 큰 사고를 막는 길이라고 합니다.
축구와 농구와 같은 스포츠게임을 할 때는 심판이 있습니다.
심판은 선수들이 하는 행동이 파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할 때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파울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내가 하는 행동이 파울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심판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파울을 강하게 부는 심판은 파울이라고 하지만, 경기진행을 중요시여기는 심판은 파울을 불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심판의 파울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사소한 파울을 살짝 살짝씩 해보고는 합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변덕규가 했던 것과 같습니다.
위의 두 상황은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것과 오늘 이야기가 어떤 관계가 있어?
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이 상황들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사람의 관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2.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위의 그림에서 변덕규가 일부러 살짝 부딪쳐본것은 파울선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내가 게임에서 어느정도까지 수비를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살짝 파울을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정도까지 수비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다른 사람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으면 처음에는 조심조심하다가도 언젠가 한 번은 부딪칠 일이 있습니다.
이렇게 부딪치고 나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방과의 파울라인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 이후는 파울선을 넘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게 됩니다.
C선생님이 참다가 나중에 터뜨린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이 상황과 어느정도 비슷한 이유로 발생합니다.
그동안 두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합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파울라인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속상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내 기분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계에 대한 규칙을 재정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됩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이런 것도 잘 받아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애초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때문입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작은 흠집이 결국 전체를 완전히 망가뜨리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작은 흠집'을 내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세상에 후퇴란 없다는 말처럼
지금과 같은 관계가 더 심화되면 심화되지 스스로 깨우쳐서 지금보다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조심히 대하는 관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되면 두 사람과의 관계가 파울라인처럼 정립되면서
수평적 관계에서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일방적으로 누르는 수직적 관계로 변하게 됩니다.
#4. 미움받을 용기
우리에겐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못하면서까지 만나는 관계는 결국 다양한 이유로 나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미움받을 용기 책에서도 잘 알 수 있듯
두 사람의 관계가 명확한 합의로 도출해 가는 과정이고, 이것이 잘 형성되어야 오랜동안 관계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연애를 할 때는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하다가, 결혼을 한다고 사람이 변했다고 느끼면서
연애를 정말 오래했는데, 결혼하자마자 이혼하는 경우는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양보하지말고 내 의견을 100% 이야기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내가 100%원하는 것을 할 수 없듯 상대방도 100%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 의견만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합리적이고 행복하게 선을 긋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정립해가면서 서로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것
착한 딜레마를 가진 C선생님에게 가장 필요한 사회적 스킬입니다.
다음주에는 C선생님에게는 어떤 스킬이 필요한지를 한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