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대BK-3] 감상이 살아있는 기행문
#1. 2016년의 BK
2016년 저는 9월 5학년 아이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났습니다.
서울의 학교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겠지만 시골의 아이들은 서울로 가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여행이 됩니다.
그래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2박 3일동안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학여행이라는 좋은 기행문 재료가 있어서 수학여행을 다녀온 다음 기행문을 쓰면 좋겠다 싶어서
수학여행에서 최대한 여정과 견문을 채워서 학교로 돌아온 다음 감상을 채우고자 했습니다.
여행 전(여정) - 우리가 여행중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여행 중(견문) - 인터넷으로 찾아본 것이 실제로 있는지 찾아보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여행 후(감상) - 내가 찍은 사진 중 필요한 것을 출력하고 수학여행 신문으로 만들어 본다.
이렇게 일련의 프로젝트로 진행을 하면서 나름대로 뿌듯하게 진행을 했었습니다.
아이들이 다음처럼 정말 자세하게 우리가 체험한 곳에 대해서 자세하게 정리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고 그곳을 자세하게 정리한다는 것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렇게 2018년이 되고 새로운 아이들과 기행문 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 학교는 9월에 수학여행을 가지 않아서 이런 과정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면서 예전의 글을 자세하게 돌아보면서
한 가지 부족한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글에서 '나만의 느낀점'이 많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정과 견문은 잘 드러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감상은 많이 없어서
말 그대로 정보 전달의 기능에 충실한 '신문'에 가깝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정과 견문은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하더라도
감상이 살아있는 기행문을 쓰고자 했습니다.
#2. 기행문에서 감상이 왜 없을까?
아이들이 기행문에서 감상을 잘 나타내지 못하는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것은 바로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본적이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잘사는 집이 많아지면서 단순하게 여기저기를 다녀오는 경험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여행은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부모님이 가자고 하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핸드폰만 본다고 걱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우주에 간다고 한들 느낀점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래서 기행문을 쓰는 그 시작점은 내가 직접 떠나는 여행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동네견문록 프로젝트
올해는 아이들과 멀리떠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때는 한 학년이 한반이라 제마음대로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도 가능했지만
올해는 8개반이 함께 움직이는 터라
아무리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동네견문록 프로젝트입니다.
1- 모둠별로 어디를 여행할지 결정한다.
- 조건 : 어느 곳이든 다 좋지만,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선정한다.
2- 여정 정하기 :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지를 정리한다.
3- 동네여행(견문) : 모둠별로 선정한 여행지로 미니 여행을 다녀온다.
- 여행 인터뷰, 여행 내용 등을 촬영하여 동영상으로 기록한다.
4- 결정적 장면 글쓰기(감상)
- 동영상을 함께 보고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캡쳐한다.
- 왜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를 기행문으로 정리한다.
이렇게 진행한 결과 아이들의 글이 위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조사할 수 있는 내용들이 2년전보다는 부족하기도 하고
평소에 가지 못한 곳이 아니라 흔히 갈 수 있는 곳을 여행했기 때문에
글의 자세함에서는 2년전보다는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 장면을 선정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내 느낌이 최대한 드러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나만이 갖고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내주는것
그것이 참 쉽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그것을 수업시간에 툭툭 던져주면서 꺼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