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 두려운 C선생님에게
#0.
C선생님은 초임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그렇다고 경력교사라고 하기도 부족한 점이 있는 5년차 교사입니다.
이 선생님이 5년동안 가장 많이 바뀐점은 하나의 격언(?)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라는 말입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면서 피곤하게 살아가는 것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없이 지금의 내 모습만 유지해도 주위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것을 하게되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렇게 어려움을 느껴가며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실패를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하던대로 진행하면 큰 성공은 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실패를 할 위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살다보니 학교 생활이 처음보다 조금 편해지기는 했는데
이렇게 살다보니 '이렇게 하면 교사로 내가 평생 살 수 있을까?'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1.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제가 교직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 중 하나입니다.
저는 올해 13년차 교사입니다만 처음부터 범상치는 않았나봅니다.
제가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해 준 말이 있는데요. 그것은 제가 '특이한 교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패드 처음나왔을 때부터 그걸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서였는지
(지금은 그닥 이상한 장면은 아니지만, 그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전이니까요)
아이들과 라면파티나 요리를 많이해서였는지
교실에서 아이들과 같이 놀기를 즐겨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물놀이나 댄스 동아리를 만들어서 수업 이상으로 열심히 했기때문이었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을 결혼하고 지역을 옮기기까지 7년동안 튀지 마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해도 되는지를 꼭 물어보고 해야 하고
너가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그 활동이 가능한지를 다른 선생님들에게 한번쯤은 이야기 해보고 해야 한다.
더 심한 경우에는 '너만 교사냐?'라는 말까지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모난 외톨이는 점점 둥근 원이 되어갔습니다.
둥근 원이 되어가면서 그전에는 동료선생님들과 정말 많이 부딪치는 일이 많았는데
그것이 없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더군요.
어짜피 둥글게 변한다고 해도 사람의 천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교사를 버리지는 않을 정도의 선은 유지 할 수 있었습니다.
#2. 새장에 갖힌 새
제가 새장에 갖힌 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결혼을 하고 나서 지역을 옮긴 이후였습니다.
제가 옮긴 학교는 전교생이 100명인 작은 학교입니다.
다른 학년은 한 반씩이었는데 저희학년만 두개 반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반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덜한데 두개의 반이다보니
비교가 정말 너무나도 많이 되더군요.
그런데 옆반 선생님은 제가 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선생님이었습니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학교를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아이들을 키워내는 교실은 아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교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제가 10년동안 배운 것은 '가만히 있으며 다툼을 줄여가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가 그동안 배운 것은 부질없는 것이었다며
새장 속에 들어간 새를 마구잡이로 흔들어대는 옆반선생님을 보며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저 교실은 좋은 교실이 될 수 없다.'라고 제 스스로를 합리화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스스로 더 새장 속으로 들어가다보니
결국 저는 행복한 교사가 되지 못하고, 제가 행복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반 모두를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3. 실패를 위한 도전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살아가고, 아이들의 성공을 위해 가르칩니다.
13+9 = 21을 알기 위하여
어떻게 하면 받아올림이 되는지를 마치 네비게이션이 길을 알려주듯 학생들에게 지도합니다.
그런데 13+9=21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최단경로는 받아올림을 통한 세로셈이 맞지만
그것만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다보면 그것이 아닌 수 많은 경로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살아가야 함은 맞지만
항상 성공만 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배우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목표로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13+9=21이라는 것을 빨리 풀어내는 사람보다
13+9=21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실패를 해보고, 그것이 실패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유능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우리의 실패에 무척이나 인색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실패에 인색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전을 진심으로 격려해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 사람의 도전이 실패하면 '거봐. 내가 뭐랬어. 그거 안 된다고 했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그 사람의 도전이 성공하면 그 사람의 성공을 칭찬해 주기 보다, 흠을 잡고 깎아내리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도전을 즐기는 옆반선생님에게 느꼈던 감정은 질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는 새장속에 들어갔는데, 새장밖에서 날아다니는 새를 보니
제 행동이 맞다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그 새가 잘못되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이 말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은 것은 바로 이 이유가 아닐까요.
#3. 잘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도전하기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라! 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100명 중에서 결승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친구는 1명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99명은 그 1명의 들러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100명 중에 1명이 되지는 못합니다. 아마 어떤 도전을 해도 99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떻게 하면 1등이 될 수 있을까를 목표로 도전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지더라도 잘 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도전해 봄이 필요합니다.
성공이 목표인 도전은 다시 말해서 결과에 내 행동이 좌우하게 되고
성공하지 못한 도전은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잘 지는 법을 배우기 위한 도전은 다릅니다.
내가 질때는 지더라도 실패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목표가 달성되기 때문에
100명 모두가 실현할 수 있는 도전이 됩니다.
혹시 운이 좋아서 성공하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갇힌 새장 속에 뛰쳐나오기 위해 발버둥쳤던 1년동안 겪었던 수 많은 실패와 좌절은
제 스스로가 나약해지거나 어려움을 느낄 때 나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그 실패가 있었기에 더욱 스스로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4. 도전을 두려워하는 C선생님에게
'어짜피 시도해도 안될거야.'
시도해도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첫단추를 잘못 꿰는 사람은 결코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없습니다.
일의 자리 받아올림을 잘못한 학생은 정답을 절대로 맞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안입었는지는 옷을 끝까지 입어봐야만 알 수 있고,
어느 단추를 잘못 꿰었는지를 돌아봐야만 내 잘못이 어디인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혼자 가는 사람은 빨리 가지만, 함께 가는 사람은 멀리 간다.
이 말처럼 혼자서 무엇을 하는 사람보다는 함께 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더 쉽게 걸음을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말은 나와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다는 말이지
남에게 나 자신을 맞추라는 말은 아닙니다.
인생에서 실수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자주적인 사람이 아닌 순종적인 사람이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내 길을 걷는 사람은 이 길이 바른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나중에서야 알 수 있으므로
잘못된 길을 경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남이 정해준 바른 길만 걷는 사람과 내가 가는 길을 걷는 사람 중 후자가 행복한 것은 당연합니다.
내 길은 '나만이 걸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우리는 도전의 결과에 가치를 두기보다 도전 자체를 목표로 도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전하기를 두려워하는 C선생님은 도전하기를 한 번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도전만 하면 성공. 얼마나 쉽고 간결한가요?
p.s : 이 글로 에듀콜라에서 제가 쓴 글이 100개가 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글을 놓지 않도록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제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