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감이 있는 교실 - 4. 스트라이크존 : 왜 친절한 선생님의 교실이 더 문제가 될까?
1. 착한 선생님의 딜레마
상황 1 : 교실에서
학생1 : 선생님! 저 이거 안할래요. 힘들어요.
선생님 : 그러지말고 이거 같이 해보지 그러니? 함께 해보면 의미가 있을거야.
학생1 : 선생님 싫다니까요? 왜 이걸 내가 해야 하는데요
선생님 : (한숨을 쉬며) 친구들을 도와주는게 뭐가 그리 나쁜거니?
학생1 : 아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안해요. 알았죠?
상황2: 전담수업시간에
학생2: 선생님 할말있어요. 왜 내가 잘못했다고 우리 담임선생님한테 일렀어요? 치사하게
전담선생님 : 선생님이 분명히 너가 잘못하면 담임선생님한테 이야기 한다고 했잖니?
학생2: 그래서 우리 담임선생님한테 혼났잖아요. 선생님이 책임질거예요?
전담선생님 : 담임선생님한테 혼나는건 안되고 나한테 이야기 듣는건 안되는거니?
학생2: 아 몰라요. 아무튼 선생님이 나쁜거예요.
이 두 상황은 많은 선생님들이 흔히 겪는 문제중 하나입니다.
선생님의 통제력이 학생들에게 미치지 못할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런 상황을 맞이하는 선생님은 소위 말하는 ‘착한 선생님’이라는 것입니다.
폭군 또는 악마라고 불리우는 선생님은 이런 상황을 잘 맞지 않습니다.
정말 강력한 카리스마로 이런 상황이 맞이하기 전에 아이들을 완전히 휘어잡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라고 대응하고는 합니다.
“3월에 그냥 확 잡아놓으면 1년이 편해.”
“10번 잘해주다가 한번 잘못하는 선생님은 욕을 먹지만 10번 막하다가 1번 잘해주면 그 선생님은 영웅이 되는거지.”
그래서 3월에 많은 선생님들은 딜레마를 겪게 됩니다.
선생님이 교실의 대통령이라고 볼 때 국민(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싶어함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누구도 교실에서 악역을 맡고 싶은 선생님은 없습니다.
하지만 악역이 되지 않으면 교실이 난장판(?)이 될까봐 겁이나고
그래서 위선이 아닌 위악(악한척하는)을 보이는 선생님이 되어야 하나 하는 딜레마입니다.
2. 번개와 사람의 거리
산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그러면 안되겠지만요)
산에 불이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산에 불을 끌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볼 것입니다.
그런데 원인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릅니다.
원인 1 : 갑자기 산에 번개가 쳐서 벼락을 맞은 나무가 타버려서 불이 났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슬퍼할 것입니다.
원인 2 : 어떤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그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려서 불이 났습니다.
->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에게 진심으로 화를 내고 분노할 것입니다.
분명히 불이 난 결과는 같습니다만 그 원인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지게 됩니다.
번개가 원인일때 사람들은 번개에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분노할 수는 있지만 번개에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번개가 치는 것은 자연재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실수로 불이나면 사람들은 불을 낸 사람에게 분노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DC를 비롯한 많은 요즘 행복한 교수법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원칙의 가장 중요한 기저에는 ‘합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을 중요한 1순위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 보도록 해 봅시다.
사람들은 왜 빨간불에 멈추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까요?
빨간불에는 멈추라는 것에 대해 나는 합의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요
그런데 사람들은 빨간불에 당연히 멈추고, 파란불에 이동을 합니다.
그건 빨간불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그 상황을 그냥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빨간불에 분노한다면
파란불이 될 상황인데 누군가가 그 불을 빨간불로 바꿨을때일 것입니다.
요컨대, 사람들이 지키는 규칙을 인정하는데
모든 사람들의 합의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3. 합리적인 스트라이크존 만들기
야구를 할 때 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집니다.
스트라이크존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적어도 투수들이 만들지는 않았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투수들은 그 스트라이크존에 맞추어 공을 던집니다.
그 스트라이크존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원칙이므로
대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투수가 스트라이크존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 경우는 아래의 경우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스트라이크존이 투수가 알고 있는 것보다 좁거나 넓게 형성되어 있다.
2. 심판이 똑같은 위치에 공을 던져도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을 자기 마음대로 한다.
3. 갑자기 스트라이크존을 심판 마음대로 바꾼다.
4. 투수가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스트라이크존을 너무 좁힌다.
5. 스트라이크존이 애초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 세 가지 경우에 투수는 심판에게 항의를 할 것입니다.
이 야구의 상황을 교실로 가져와 봅시다.
그러면 투수는 학생으로, 심판은 선생님이 될 것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은 교실의 다양한 규칙들이 될 것입니다.
교실의 상황이 문제가 된다면 그 문제는 앞에서 말한 스트라이크존의 문제와 맞출 수 있습니다.
1. 교실의 규칙이 학생들이 생각한 규칙보다 빡빡하거나 느슨하다.
2. 똑같이 행동했는데 어느때는 통과가 되지만 어느때는 혼이 난다.
3. 갑자기 선생님 마음대로 규칙을 바꾼다.
4. 학생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답답한 규칙을 명시한다.
5. 교실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 학생들이 모른다.
교실의 규칙을 잘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 규칙이 어떻냐에 따라 모든이의 행동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규칙을 모두가 ‘알고있는가?’입니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교실의 규칙을 만들고 알려줌으로써
다양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그 지침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학생들이 ‘거부당했다.’는 느낌을 적게 받으면서
조금 더 많은 합의점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4. 진정한 친절한 선생님이란
투수가 갑자기 손가락을 다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을 던졌습니다.
그렇지만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습니다.
그러면 이 공은 스트라이크일까요 볼일까요?
당연히 이 공은 볼입니다.
심판이 투수에게 감동해서 스트라이크라고 한다면 그 야구경기는 난장판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이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편과 우리편 모두에게 합의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리는 없겠지만 모두가 이 상황을 합의한다면
다음의 같은 상황에서 이 공은 또 스트라이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경기가 될 수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청소해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소변이 너무 급해서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의 재량으로 “다녀와요.”라고 말한다고 합시다.
그러면 바로 이런 말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왜 저아이만 되는거죠?”
이 학생이 화장실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 모두가 합의를 해 주어야만 그 상황에서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규칙은 다른 규칙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을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선생님은 모든 상황에 흔들리는 선생님이 아닙니다.
교실에서 합의된 또는 지정된 원칙이 있다면 그 원칙이 학생들에게 이리저리 흔들릴때
그 교실에서 선생님의 존재는 점점 작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해 주되,
그 상황에서 분명한 원칙이 있음을 일깨워주는 선생님이
진정한 친절한 선생님입니다.
한번의 흔들림이 결국 그 교실의 모든 구성원들을 힘들게 만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진정 친절해지고 싶다면 먼저 원칙과 소신이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합니다.
5. 넓지만 확실한 스트라이크존 만들기
앞의 신호등 상황으로 돌아가봅시다.
사람들은 왜 빨간불에 멈추어 선다는 것에 동의할까요?
그것은 '내가 빨간불에 멈추어 서는 것이 나의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규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 나의 이익을 보장한다고 느끼는 것이
규칙을 지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규칙에 대해 문제를 삼을 때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바보같다'고 느낄때입니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영리해보이고 조금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간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
그 사회는 무정부상태가 됩니다.
교실의 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이 제시하는 규칙이 학생들에게 닿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규칙을 지키는 것이 학생들의 생활과 안전 그리고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쌓은 신뢰가 교실의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통제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