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끼리 눈치 주지 않는 2학기가 되길..
몇 해 전까진 종종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 선생님들을 볼 수 있었다.
"0반 선생님, 수업시간에 꼭 그렇게 해야 해요?"
"동학년에 다른 반이랑 비교되니, 좀 맞추는게 좋지 않을까요?"
나도 이전에 들어본 말이고,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 중에도 저런 비슷한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선생님들의 요지는 대부분 왜 혼자 튀어서 자신들을 노력하지 않는 교사처럼 만드냐는 거다.
물론 1학년 같은 저학년의 경우에는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이다보니 학년 안에서 좀 더 통일성이 갖춰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예외로 하더라도, 교육과정이나 성취기준 등을 무시해가며 너무 튀는 교육 활동을 한 것이 아닌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우리 학급 학생들에게 맞춰서 학습을 재구성하여 열심히 하는 선생님에게 저런 말을 하는 경우라면, 과연 그 말을 하는 선생님들은 정말 노력을 하고 계신지 묻고 싶었다.
묻고 싶었다고 표현한 이유는 개인적으로는 요즘엔 그런 선생님들을 거의 못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격 수업 상황이 되면서 나름 노력하고 뭔가 해보려는 선생님들이 주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애들 사진 찍어서 결과물 올리게 하면 되지 왜 선생님 반만 온라인 협업 도구를 활용해서 학습 활동을 하나요."
"과제물 올리거나 확인하고, 자가진단 등만 잘 확인하지 애들 과제마다 피드백을 달고 그래서 학부모들 사이에 말 나오게 하나요."
"그냥 학년 똑같이 과제 제시하면 되는데, 그 반만 과제활동 다르게 하면 되겠어요."
"굳이 실시간 쌍방향을 혼자서만 해야 겠어요. 우리 다 같이 하지 마요." 등등
1학기 때에는 저런 이야기에 나름 공감을 하고 맞춰가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누구나 준비하지 못한 변화를 맞이했고, 2주 마다 한 번씩 변하는 교육부의 지침과 그로 인해 너무나 많은 변수 속에서 선생님들도 너무 힘드셨을테니, 함께 준비하고 함께 맞춰가는 것도 나름의 일리가 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 여름 방학 이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있는 시점이다.
1학기와는 달리 뻔히 예상되는 2학기의 학교 모습 속에서 1학기 때의 모습을(그 과정이 교사나 학부모, 학생에게 만족도가 높거나 정말 내실이 있었다면 예외겠지만) 그대로 이어가는 것은 무책임 한 것이 아닐까?
영상을 올리거나 링크를 걸고, 과제에 대한 피드백도 없이 그냥 제시하고 끝나는 원격수업은 이제 우리 스스로 보기에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 아닐까?
동학년끼리 과목을 나눠서 각자 연구하여 학습활동을 구성하여 함께 제시하는 것 까진 좋으나, 그 안에서 각 담임들에게 자율적인 재구성을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막는건 너무 꽉 막힌 생각이 아닐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을 어떻게든 학생들과 좀 더 소통해보려는 노력이 아닌 당신 혼자 잘 나서 그런 기능을 쓰냐는 듯 평가하는 건 너무나 무례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원격수업 상황이라 모두 힘드니 이 정도만 하자고 말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이 상황은 한 여름 소나기처럼 잠시 기다린다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요즘에 흔히 쓰는 표현처럼 뉴노멀의 시대가 된 것이고, 이런 상황을 기본 전제로 깔아놓은 상태에서 교육은 어떠해야 하고, 교사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초점은 테크놀러지나 물리적인 환경 조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학생의 배움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고민의 하나의 예로써,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가 아니라, 원격 및 거리두기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과 소통하며 배울 수 있을지를 우선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야 한다.
모든 교사에게 이런 관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무리한 기대와 요구가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소한 그 과정에서 먼저 한 걸음을 내딛으려고 노력하는 주변의 선생님에게 눈치를 주는 행동은 없었으면 한다.
산에서 조난을 당해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있기 보단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할 수 밖에 없을 때 누군가가 먼저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고 길을 닦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거긴 길이 아니라며 제지하거나 왜 혼자 힘 빼냐며 힐난 할 것이 아니라, 그 뒤를 따라 함께 힘을 실어주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