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보던 선생님을 변화시킨 세 번째 힘! 잘 가르치시나요? 정말?
궁서쿨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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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2 11:17
지난 글을 통해 저를 변화시켰던 동료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엔 저를 변화시켰던 세 번째 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선생님은 잘 가르치시나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난 잘 가르쳐’라고 대답할 수 있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요? 전 사실 이 질문에 제 스스로는 잘 가르친다고 나름의 자부를 해왔었습니다. 교과서만 보던 그 시절에 말이죠.
잘 가르친다고, 최소한 평균 이상은 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의 저를 되돌아보면, 수업의 중심엔 제가 있었습니다. 학년에서 대표 수업을 하거나, 주변 지역 학교들과의 공개수업에서 수업을 보여주는 일이 비교적 잦았던 편이었고, 그래서 1년에 세안을 1~2번씩은 작성했었습니다.
세안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전 지도안에 가득 차있는교사의 발문과 예상되는 학생들의 반응이 떠오릅니다. 아주 세세하게 수업의 흐름을 정해놓고, 학생들의 예상 반응을 다양하게 설정해놓으면서 머릿속에서 수업을 여러 번 시뮬레이션 해봤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지도안을 살펴보지 않고도 자연스레 하나의 수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갈 정도로 숙달이 된 후에 실제 수업을 실시하면 언제나 대부분 결과는 좋았었고 그것을 통해서 나름의 만족감도 느꼈던 때였습니다. 교과서만 본다는 건, 그만큼 지도서를 살펴보고 수업을 설계하면서 교사의 의도대로 수업을 끌고 가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는 거였죠.
그랬던 저에게 큰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려라’였죠. 최근에는 학생 중심, 배움 중심수업 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완전히 이루어진 시기여서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 일 수 있지만, 14년, 15년 정도에 들었던 그리고 나의 행동을 변화시켰던 그 말이 주는 울림은 컸습니다.
교사는 열심히 가르쳤는데, 학생들이 다 수학을 잘 하고, 리코더를 잘 불고, 논설문을 잘 쓰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잘. 아시죠? :-) 그리고, 저 역시도 스스로 뭔가에 빠져들어서 할 때 가장 많이 배워나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잘 가르치려는 생각보다는 배우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잘 배울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거죠.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 교사가 먼저 해야 될 건 무엇일까요? 바로 학생에게 맡겨보려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교사가 신나서 조선의 개국과 이방원의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놓아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지루해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그 시대의 역사 이야기를 찾아보고 서로에게 이야기해보라고 해보세요. 그리고, 그걸 가지고 역사 퀴즈를 만들어보라고 한 후에, 같이 풀어보게 해보세요. 교사가 혼자 말하고, 교사가 혼자 역사 퀴즈 pt를 진행하는 것보다 생동감 넘치는 수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예를 들었지만, 시작은 어쨌든 학생이 스스로 배워갈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릴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성공하며, 어떻게 실패하는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교사가 교과서를 바탕으로 수업 전체를 만들어갔던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배움의 과정을 살펴보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더 생동감이 넘치는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지, 가르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누구에게나 적절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지난 글에서 혼자 모든 걸 다 하려는 슈퍼맨이 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다른 의미에서 그 이야기를 다시 하고 싶네요. 혼자서만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학생들도 자기 친구들을 가르쳐줄 수 있고, 심지어는 학생을 통해 우리 교사도 배울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