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바라는 학급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3월과 비교해 돌아보는 4월 중간점검]
이제 곧 있으면 5월..
1학기의 절반에 다가서는 요즘이 되면서 학기초에 내가 바라던 우리 학급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교사 생활을 해온 만큼 자연스레 매년 학기초 바라던 학급의 모습들은 조금씩 변주되어왔습니다.
솔직히 아주 오래전 학급에서 추구했던 목표나 비전 등은 잘 떠오르지 않고, 실제로 그런 것을 가지고있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냥 단순하게 잘 가르치고, 사이좋게 지내도록 하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냥 뭣모르고 나름 열심히 했던 시기랄까요.
그러던 중, 정유진 선생님(당시엔 지니샘이었던 것 같은데..^^)의 연수를 들으며 학급에서 추구하는 비전이나 목표 등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학급운영을 좀 더 구조화하고 틀을 잡아가면서 바라던 학급의 모습이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 어린이’였습니다. 그 때 부터 하늘, 땅, 우리라는 단어를 조합해서 온세상에서 함께 꿈꾸며 살아간다는 의미로 ‘온누리’를 학급 이름으로 사용해오고 있네요. 주변에 온누리 약국이 너무 많아서 좀 흔한 느낌이지만, 때론 서로 다른 학교에서 가르쳤던 온누리 제자들이 중학교에서 서로 우연히 만나는 모습을 보면 좀 뿌듯하기도 하네요.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이라는 표현에는 허승환 선생님의 교육놀이 강의를 1정에서 들었던 영향도 컸었습니다. 당시 교육놀이 연수를 해주시면서 인상깊게 남았던 것이 놀이를 하면서 누군가 1명의 학생이라도 불편하면 안된다는 말씀이었는데, 놀이 활동 보다도 그 한 마디의 말씀이 마음에 남었었기 때문이죠.
2015년 즈음부터는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교실’을 학급비전으로 세워서 학생들과 함께 추구해왔습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지만,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이 그리고 학생들 간에도 마주 하는 가장 많은 시간은 수업이기에 수업안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서 함께 가르치며 배우는 것을 통해 단순히 학습만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익혀나가길 바래왔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거꾸로교실’을 통해서 제가 느낀 바가 있었기에 그랬던 면도 있네요.
그러던 중에 교사로서 왠지 모르게 별다른 일이 없는데도 슬럼프에 좀 빠졌던 시기가 18년도 즈음이었습니다. 교사 생활 18년만에 업무나 학년, 학교, 가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처지는 저 자신을 발견했었기에 이 과정을 이겨내는(?)것도 쉽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 때 왜 그렇게 가라앉았던 걸까에 대한 답을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찌 어찌 그 시기를 지나면서 제가 찾았던 답은 ‘재미’였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달까요. 지금은 잘 생각도 나지 않지만, 그냥 어느날 갑자기 ‘재미’있게 살자라고 생각하고, 그 뒤에 나름 그 힘든 순간을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재미있게 살고 싶은 생각이 큽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당시에 의도하지 않았던 셋째도 생기고, 구글교육자 자격(GCT, GCE)도 보유하게 되고, 애플우수교사(ADE)도 하면서 해외에도 나가보고, 검정교과서 집필 등 교사로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새로운 전환을 맞이 하면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네요.
그당시부터 학급에서도 학생들이 재미를 찾아가길 바라고 관련된 이야기나 활동을 하곤 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해보게끔 하는 자율 프로젝트시간을 통해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학교 교육 시간에 해보면서 배우거나 성취하는 재미를 찾아가게끔 했었죠. 나중에 결과 발표 시간을 보면 그림전을 펼치는 친구도 있었고, 앱을 이용해 간단하게 게임을 만들어서 시범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년부터 맞이한 코로나.. 전 그 중간에 육아휴직을 잠시 했었는데, 그 후에 맞이한 최근 2년정도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학습면 뿐 아니라, 고학년임에도 중학년의 학생들 처럼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에서 부딪치거나 자기 이해가 현저히 낮은 모습들을 보면서 학생지도면에서 제 스스로도 많이 헛발질을 하고 헤맸던 것 같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학급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를 겪고 느끼면서 올해는 오랜만에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바라는 학급의 모습을 이전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말해주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함께 꿈꾸며 성장하는 어린이’ →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교실’ → ‘재미’에서 올해 제가 학생들에게 소개했던 바라는 학급의 모습은 ‘자율, 존중, 책임‘이었습니다.
자율이란 무엇일까? 존중이란 무엇일까? 책임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선생님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우리 학급에서 어떻게 적용이되고 보여지면 좋을지를 학급세우기 기간 동안 나누었습니다. 원래는 버츄카드(미덕)를 가지고 다양하게 학급에 적용해가며 활동을 해나갈까 고민하다가, 지난 몇년 동안 우리 학급에서 학생들과 내가 가장힘들어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고, 이 부분을 우리가 서로 갖춰가고 그에 맞게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고민한 끝에 저 3가지를 추구하는 가치로써 선정하게 되었죠.
그리고, 새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각각의 측면에서 자신은 어떠했는지를 돌아보거나 다모임 때 혹은 문제가 생겼을 때 저 3개의 측면 중 어디에서 부족했을지를 떠올리며 학생들과 생활해가고있습니다.
학급에서 보낸 시간이 이제 두달이 되어가니 자율이라던지 책임 등은 이전에 비해서 학급 생활 측면에서는 자리잡혀가는 부분이 많은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존중’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이 있네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경우는 물론이고, 저희 학급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힘든 학생들도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학급에서 우리가 바라는 모습을 이렇게 학기 초부터 구체화 시키고 중간 중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가면서 우리 학급 운영의 북극성이 되어주는 듯 해서 저 역시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가며 학생들과 걸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바라는 학급의 모습은 어떠하신가요? 그리고, 3월초에 학생들과 처음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기와 비교했을 때 학생들과 그 모습을 얼마나 함께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렇고, 선생님들의 교실이 3월의 새로운 시작을 많은 희망과 바램을 가지고 준비하셨을 그 시간을 잊지않고, 계속해서 그 모습을 학생들과 함께 이뤄가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