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수학여행 #거꾸로교실_수학여행4
수학여행 사전답사를 어떻게 가시나요? 보통은 학년의 교사 중 일부와 학부모 대표 몇 분이 동참해서 가는 경우가 많죠. 이런 수학여행의 답사 역시 교육활동의 일환으로 학생과 함께 가본다면 어떨까요?
0. 사전준비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예산 확보가 필요합니다. 교사는 출장비 등을 통해 사전답사에 대한 비용을 받을 수 있지만, 학생이 답사를 함께 가서(학부모가 가능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식사도 하고, 계획했던 활동을 미리 체험해보는데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산을 미리 확보해둔다면 학생들의 사전답사가 수월해지겠죠.
그럼 이제부터 17년도부터 서울 수학여행을 실시할 때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다녀왔던 이야기를 간단히 풀어보겠습니다.
1. 함께갈 학생 선정하기
사전답사를 함께갈 학생을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산이 충분하고, 선생님이 감당하실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은 학생들과 답사를 가보는 것도 좋겠지만, 아시잖아요?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답사 인솔이 힘들어지는것을.. 전 그래서 4명 정도를 선호합니다. 남학생 2명, 여학생 2명 정도가 제 경험상 좋더라구요. 물론 거기서 더 해서 5~6과 함께 한 적도 있었지만요.
전 이 부분에 관해서는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미리 안내를 해둡니다. 평소에 학급, 학교생활을 잘 해서 친구들에게도 인정받는 학생을 우리의 대표로 선정해서 함께 수학여행 답사를 가겠다고 말이죠.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에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전답사를 가기 1주 정도 전에 답사시기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주고, 학부모님께서 동의하는 경우 그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실시합니다. 지금까지 가정일로 인해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모님들도 다들 좋아하시더군요.
2. 답사 포인트 정하기
학생들과 함께 답사를 가면서 학생의 입장에서 살펴봤으면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 미리 안내를 해줍니다. 숙소가 학생들이 보기엔 어떤지, 우리가 사전에 인터넷 등으로만 살펴보고 정했던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선정하는게 좋을지, 각 장소간에 이동거리나 시간이 괜찮은지 등등.. 관광이 아니라, 우리의 수학여행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미리 점검을 해보는 것이라는 사명감을 부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3. 답사 과정 및 결과 공유하기
사전 답사 이후에 그 결과는 공문으로 작성하여 교사들 사이에서만 공유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지만, 학생과 함께 하는 사전답사에서는 학생들이 찍은 사진 등을 자신들의 채팅방에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우리가 갈 수학여행의 장소를 함께 간접적으로라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4. 답사 후 수학여행 가이드라인 세우기 또는 일정 변경하기
학생과 함께 하는 사전답사가 좋은 것이, 교사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을 통해서 여행 장소에 대한 정보와 주의점 등을 듣는다는 점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얼마나 사람이 많이 붐비고 조심해야 할지, 식당이 어느 정도 크기여서 우리가 시끄럽게 할 때 얼마나 주변에 피해가 될지, 숙소 안에서 방은 어떤지 등등 답사학생들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수학여행에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세우기가 좋습니다.
답사결과 일정 중에 무리한 코스가 있다거나, 우리가 가야할 장소가 그 시간엔 너무 할 것이 없다거나(실제로, 오전 중에 홍대를 가보자고 학생들이 설계를 했다가 사전답사 결과 오전 중에 문을 연 곳이 별로 없어서 정말 할 것이 없다는 의견이 나와 일정이 변경됐었습니다. ), 가보니 다른 더 재밌는 곳을 찾았다던지 등의 이유로 수학여행 코스를 변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에 대한 결정을 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알아볼 수 있고 함께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3년 정도를 이렇게 학생과 함께했던 답사를 해보니, 힘들더군요. (웃음) 그런데, 정말 내실있게 답사가 되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색다른 추억을 만들게 되는 것이 좋았습니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또 다른 학생들과 2차, 3차 답사를 떠나보는 것도 좋죠. 그렇게 여러 차례의 답사를 생각한다면, 1차 답사에서는 필수로 살펴봐야 할 것들 위주로 살펴보고, 그 이후의 답사를 통해서 미진했던 부분을 좀 더 답사해본다면 좋겠죠.
학생과 하는 사전답사가 일반적이긴 힘들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부터도 학생들과 함께 하려는 시도를 해본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