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공동체 꾸준히 살려보기 #뻘생각_02
하나의 공동체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공동체 초기에 뜨겁게 타오르던 열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러지기 쉽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느 순간 정체되어 자기들끼리만 만족하는 집단 혹은 친목모임이 되버릴 수도 있다.
학교에서는 작은 단위의 전문적학습공동체는 물론이고 좀 더 크게는 혁신학교에서도 이런 비슷한 모습들을 자주 봐왔다. 각종 언론을 통해서 주목을 받았던 혁신학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마을의 진화라는 책을 이야기 하면서 왜 공동체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을 수 있는데, 이 책 속에 담긴, 마을공동체를 형성해가고 지속해가기 위한 노력들을 접하면서 내 주변에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공동체 자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지속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마을의 진화를 다 읽고 나서 떠오른 3가지의 키워드는 공감, 성취감, 다양성이다.
첫째로 공감은 공동체가 접해있는 상황과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기의 문제나 상황으로 받아들여야지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게 된다.
최근에 재밌게 본 넷플릭스의 라스트댄스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마이클 조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그걸 절실히 공감하지 못하는 팀원들을 채찍질하고 담금질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방식을 권장하고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저런 행동이 왜 나름의 정당성을 가지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팀원들 역시 자기 만큼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자신이 바라보는 목표를 같이 보길 바랬을 것이다. 당시의 시카고 불스 농구팀처럼 공동체가 같이 공감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의지를 보인다면 그건 공동체가 지속되고 나아가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공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이클 조던과는 달라야하겠지만 말이다.
둘째로 성취감이다.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어떤 역할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안에서 나의 활동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겉돌지 않고 의무감 뿐만이 아닌 소속감을 가지고 보람을 느끼며 활동할 수 있다. 공감이 함께 시작하기 위한 문을 입장하는 것이라면, 성취감은 그 문 앞에서 더 길고긴 길을 걸어갈 의지를 부여해준다.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편해질 까가 아니라,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성취감이다.
게임을 보더라도, 언젠가부터 도전과제 등이라고 하면서 아주 소소한 성취에 따라 배지을 제공하거나 업적을 부여하는 등 꼭 마지막 보스를 클리어하지 않더라도 과정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계속 느끼도록 자극해주는 과정이 들어있는데, 공동체 안에서도 구성원이 소속감을 느끼고,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라는 성취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이다. 특히나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고 싶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건 누구나 알고 있는 고리타분한 표현이여서 굳이 쓰고 싶지도 않지만, 공동체가 다양성을 잃어버린건 정말 고인 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매번 같은 사람들 만으로는 어쩔 수 없이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이나 또 다른 공동체와의 연대도 필요하고 공동체 안에서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누구 한 명의 능력자에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몇 해 전 부터 활동하고 있는 한 단체에서 초기에 다른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한 명의 슈퍼맨을 추구하지 않아요. 모두가 함께 해요.". 다양성이 보장이 되는 공동체는 갈등들도 더 많이 생겨날 수 있겠지만, 그러면서 면역력이 길러지듯 더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패턴화 된 같은 활동 만을 지속하는 것 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 같은 활동을 더 개선시켜 나가려는 노력 등..
이 모든 것들은 교실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배움의 이유에 대해 공감하고, 배움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을 배워간다면 그 교실은 행복한 교실이라 확신한다.
사라질뻔 했던 일본의 산골 마을이 점점 진화해가는 생생한 사례가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 교실, 우리 학교, 내가 속해있는 여러 공동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정리한 여러 생각들을 해본다.
28쪽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있고 도시 같은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거리가 가꿔워져 교류 기회도 많아졌고, 도쿄 같은 도시에서 살 때보다 신선한 자극을 느끼게 되어 좋았습니다.
37쪽 가미야마의 it기업 유치와 이주 촉진을 담당하는 그린밸리의 모토는 ‘일단 한번 해보시라니까요!이다. 이 말에 힘을 얻어 이주를 결심한 청년들도 많다.
103쪽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것으로 새물결이 일어난다. 그것을 오오미나미는 휴머노믹스라고 부른다.
115쪽 “당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에게 있어 일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122쪽 불가능한 이유를 찾기보다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 그린밸리의 신조입니다.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무튼 해보는 쪽이, 가령 잘되지 않더라도 얻는 것이 큽니다. 그러니까 ‘일단 한번 해봐!’하고 우리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할 생각이었습니다.
137쪽 같은 분야에 고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 가능성이 정말 높습니다. 마을에 무언가를 시작해볼까 생각하게 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시험하게 해준다고 할까요.
‘가미야마는 멈추지 않는다’라는 말이 인상에 남는다. 나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고 누군가가 무엇을 시작하며 끝날 줄을 모른다.
159쪽 오오미나미 자신이 고토 다이치에게 말한 것처럼 설립부터 관여한 주요 멤버는 모두 60대 후반으로 세대교체를 할 나이가 되었다. 독특한 마을 만들기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지역을 나는 여러 곳 알고 있다. 대부분 세대교체에 실패한 사례들이었다.
166쪽 아이디어와 의견을 갑작스럽게 요청할 수는 있어도 당장 논의를 하기는 힘들었다. 우선 논의할 수 있는 ‘머리’를 만들기 위해 강사를 초대해 학습회를 열고 인구감소가 자신의 일이라고 느끼게 하기 위해 닥쳐올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것을 상상해보게 한다.
169쪽 일은 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호기심과 관심, 감정이 조금 둔할 것 같다고 느꼈지요. 하지만 그가 나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모든 시군구가 적은 수의 인원으로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압력 속에서 왜 이일이 필요할까, 실제로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것을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그냥 일하고 있는 상태로 보였어요.
175쪽 나는 관여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해주지 않을까 하는 태도라면 아이디어가 아무리 모인다 해도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는다.
229쪽 지금은 사람 수가 줄고 마을에 집이 몇 채 없어서 놀아줄 친구 없이 집에서 게임만 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부모도 육아 상담이나 도움을 청할 상대가 근처에 없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공동주택의 목적입니다.
254쪽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여 지역에 공헌했다는 성취감을 얻고 배우길 잘했다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57쪽 1년차의 커리귤럼은 ‘관계 만들기’, ‘지역 알기’, ‘지역에 들어가기’, ‘지역에서 배우기’ 등 네 개로 구성되어있다.
262쪽 손자 프로젝트는 학교와 지역을 연결한다. 손자 같은 학생들과 고령자라는 다른 세대를 연결한다. 그런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예상외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산다는 것, 행복은 무엇인가, 일하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 가족의 일, 늙어가는 것, 죽는다는 것... 긴 세월을 살아온 대선배의 한마디는 그들의 인생을 틀림없이 떠받쳐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