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사색#5. 여름방학, 겨울방학.. 언제가 좋으세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중 언제가 좋은가?
난 겨울방학이 좋다. 여름방학은 2학기를 버텨낼 에너지를 얻는 것에 주력하는 느낌이라면, 겨울방학은 재충전과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마주하는 새 학년, 새 학기를 떠올리면서 올해는 더 잘해야지, 아이들과 더 즐겁게 보내야지 등등의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며 준비를 하게 된 달까. 사실 1월1일 보단 이렇게 2월이 나에겐 계획을 설계하고 마인드셋을 새로 하게 되는 시기여서 더욱 그런가 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작년 혹은 몇 해 전에 내가 포스팅 한 글들을 다시 보게 될 때가 있는데, 보고 나니 매년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글 안에서 느껴지는 새 시작에 대한 설렘, 혹은 막연하지만 무언가 새롭게 더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공부,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나 자신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기는 모습 들이 교사로서의 내 삶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었다. 물론, 원치 않은 학년이나 업무로 인한 좌절도 있겠지만, 2월 만큼은 좌절 보단 그걸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페이스북의 그 글과 사진들을 보지 않더라도, 매년 비슷했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당 글들을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진다. 마치 우연히 꺼내 본 몇 년 전의 여행 사진을 통해 다시 그 여행지로 간 듯한 느낌이 들 듯이, 좀 더 생생하게 이전의 겨울방학.. 좀 더 정확히는 2월을 떠올리게 된다.
올해는 아직 어떤 학년을 할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3년동안 지금의 학교에서 6학년을 맡고, 매 해 동학년 선생님들과 교육과정을 작성하고, 작년엔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6과 부장으로서의 준비도 한창 바쁘게 했던 시기였는데, 4년 차인 올해는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 이렇게 된 까닭은 다른 것 보다 2학기에 육아휴직을 생각하고 있어서 6과부장을 내려놓게 된 것이 가장 컸는데, 그 때문에 몇 학년을 하게 될지, 또는 담임 교사를 하게 될지(전담 인원수 때문에 담임을 할 듯 하지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오랜만에 무엇이 나에게 주어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설레임을 좀 더 크게 느끼는 중이다. 최소한 학년부장에 대한 책임감은 없는데다가, 오랜만에 6학년이 아닌 다른 학년을 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인 듯 하다. 6학년을 또 해도 좋긴한데, 마지막 담임교사가 반년만 하고 바뀐다는게 아이들에겐 좀 미안해서인지 다른 학년을 머릿 속에 두게 된다.
지난 2학기를 1월에 마무리 해서, 1월 중순부터 2월 초인 지금까지 나의 겨울방학은 꽤나 만족도가 높다. 방학 첫 주에 둘째 아이부터 시작해서, 셋째, 와이프, 첫째 아이 까지 휩쓸고 간 연쇄독감 사건(아이러니하게도 예방접종 안 했던 나만 살아남았다.)을 제외하면, 잘 쉬고 있다.
5개월이 갓 넘은 셋째 때문에 어디 여행도 못가고, 가까운 외출을 나가는데에도 큰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주로 집안 생활이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다른 쪽에 힘을 들이기 보단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나 자신을 채워 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동안은 학교일을 잊고 지내다가 2월이 되면서는 교사로서의 2020년을 어떻게 꾸려갈지 마인드맵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마치 2월부터는 전지훈련 같은 느낌이다. 날이 포근한 나라에 가서 하는 전지훈련은 아니더라도, 좀 더 의미있는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