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졸업식 성찰하기
학급졸업식을 하게 됐던 이유 등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적었으니, 오늘은 실제로 학급 졸업식 후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일단, 졸업식 당일 우리 학급의 타임라인..
8:50분까지 아이들 등교..
9시부터 종업식(학교에서 준비한 10여분 정도의 교장선생님 이야기 등이 담긴 영상 시청)
9시 15분 정도부터 사전에 조사했던 졸업기념 학급 설문조사 결과 발표
모둠별로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골라냈던 6개의 질문(총 5개 모둠 30개의 질문)들 중에서 내가 다시 한 번 추려서 최종 6개를 선정했었고, 졸업 전에 구글설문지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당일에 구글슬라이드 자료로 간단히 꾸며서 발표를 했다.
그냥 발표하면 재미없으니, 레크레이션처럼 예상 1위 맞추기, 중간 중간 3위 혹은 4위 등 맞춰보기 형태로 활동을 했는데, 아이들도 재미있어 했고, 선택의 이유를 살펴보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설문결과 발표 활동을 하던 중에 9:30분이 조금 지났을 때 예정대로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이 학급에 오셨다. 학급별로 아이들에게 졸업장과 전인상을 수여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때가 특히 좋았다. 보통 시청각실 등에서 다 같이 모여서 수여할 때는 좀 빠르게 이름 정도 불러주고 상장 받은 후 지나가야 했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아이 한 명 한 명 눈 마주쳐 주시고, 전인상장명을 알려주실 때 아이들이 꽤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상장 받으면서 방방 뛰고~.
자기들 특징에 맞는 상 이름이 나오니 상장을 담임선생님인 내가 만든게 아니냐고 묻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상 받을 때에도 호응을 매우 잘 해줬다. 전체가 받을 때 형식적으로 치게 되는 박수와는 다른 느낌이랄까.
그렇게 교장, 교감선생님이 함께 해주신 졸업장 및 전인상 수여가 마무리 된 후 설문조사 결과 발표 활동을 이어가며 하다보니 어느 덧 시간은 10시 가량.. 마지막 다모임 활동에 들어가기 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졸업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그럴 듯한 BGM을 준비해두긴 했는데, 쉬는 시간에 플레이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즐겁게 마지막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그냥 오늘은 이런 분위기로 마무리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신나는 음악을 틀어버렸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이제 마지막 학급 다모임 시작.. 무작위로 한명씩 돌아가며 졸업 소감이나 친구나 선생님에게 마지막으로 건네고 싶은 이야기 등을 하도록 약속하고 한 명씩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나는 그 이야기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말해주고 그 친구가 선생님에겐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한 명 한 명 언급해주며 다모임을 진행했다.
사실 학급 다모임을 마지막에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과 더불어 그 학생을 선생님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등을 말해줌으로써 선생님이 각자의 아이를 관심갖고 바라보고 있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언젠가 힘이 든 순간에.. 문득 "아, 6학년 선생님이 그렇게 날 생각해주고 있었지.."라고 떠올렸으면 했달까..
실제로 몇 해전 부터 6학년을 맡으면 졸업캠프를 진행하면서 이렇게 한 명씩 대화하고 이야기 해주곤 했는데, 몇몇 아이들에겐 그런 나의 말이 힘이 되거나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해주기도 했었다.
이렇게 하다보니 어느덧 10:50분을 향해가는 시간.. 졸업식 예정 마무리 시간은 10:45분이었는데 좀 지나버렸다. 그래도 예정된 마지막 활동인 단체 사진 촬영.. 졸업이라고 마지막 사진은 미러리스 카메라로 타이머 세팅해서 찰칵.. 이렇게 우리의 모든 교실 활동을 마무리 하고 다 같이 박수 치며 마무리를 하려고 할 때, 아이들이 깜짝 선물로 준비한 각 아이들의 메시지 모음집(?)을 받게 됐다.
아이들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교사는 아닌지라 이런 이벤트는 기대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아이들의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으니 이런 저런 것들을 나눠주는 졸업식에서 주고 받는 졸업식이 된 것 같다.
깜짝 이벤트와 함께 교실에서의 모든 활동을 끝내고, 아이들의 짐을 다 같이 정리한 후, 같이 본관 1층으로 내려왔다. 이 아이들이 1학년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 앞까지 바래다 주셨듯이, 이번엔 초등학교의 마지막 날 하교를 나와 함께 다 같이 현관 앞까지 가고 싶었다.
그리고, 한 명씩 현관 밖으로 배웅을 하면서 가볍게 포옹하며 격려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토닥토닥~. 잘 지내렴~ 잘 할거야~, 믿고 있어~, 고마워 등등..
가벼운 포옹속에서 아이들이 참 많이 자랐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사실에 뭉클함을 느꼈다. 함께 보낸 1년 사이에 이렇게 자랐구나 라는 생각과 더 많은걸 겪으며 자라나겠구나 하는 기대 속에서 다소의 걱정과 기대, 믿음 등이 교차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의 1년은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