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기즐원 1학년 첫주 보내기 ㅎㅎㅎㅎ(첫만남 프로젝트)
6학년 담임 전문(?)인 기즐원 쩡쌤인 저는 올해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1학년 담임. 학기초에 세웠던 계획도, 올해 프로젝트 학습계획도, 모두 개나 줘버리고 ㅎㅎㅎㅎ 1학년과 생존속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저의 말투는 다분히 다정스럽지도 자상하지도 않고, 논리에 근거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여러분' 대신 '우리 친구들'이라는 말로 바뀌게 되었지요.
2월 업무분장과 학년발표가 나면서 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1학년 첫만남 프로젝트~!
그 계획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전준비할 것
이제 본격적인 학급준비~~! 힘내고, 말투도 좀 고치고, 학급도 좀 바꾸고.... 모든 학습준비물은 새 것으로 미리 세팅해놓고, 아이들을 맞이합니다. 하는김에 교사책상도 모두 위치까지 바꿔서 정리했어요.ㅎㅎㅎ
드디어 첫만남의 날.... 제 블로그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ㅎㅎㅎㅎ
3.2 한전기즐원 1일차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설레여서 일까 아님 긴장되어서 그럴까? 새벽 5시부터 떠졌다 감았다를 반복. 6시 30분에 아예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샤워로 긴장을 좀 풀어주고, 아침을 먹었습니다.
현이와 오랜만에 가는 출근길. 함께 출근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교무실에 들르지 않고 교실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불을 켜고, 바닥 온돌을 켜고, 컴퓨터를 켜서 음악을 틀었습니다. 포트에 물을 끓이면서 시작하는 하루. 오늘 처음 만나는 아이를 생각하면서 기대가 가득합니다.
접시에 냅킨을 깔고, 어제 사온 쿠키와 빵을 하나씩 세팅하고, 유자차를 머그컵에 하나씩 담아 냅킨을 덮어두면서 오늘 세팅을 마쳤습니다.
9시에 시업식을 시작으로 담임소개가 이어졌습니다. 6학년이 아닌 1학년 담임으로 소개되면서 우리 학교 아이들도 조금은 멘붕인듯. 저도 익숙치 않은 상황입니다. 담임소개만 간단히 하고는 바로 교실에 들어서니 잠시 후에 한 아이와 어머니가 들어오십니다. 첫번째 아이 소연이. 의자에 앉히고 간단히 눈맞춤을 하고는 따뜻한 유자차를 한 잔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야기. 그림책 이야기로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울 줄 알았던 대화가 그래도 술술~~! 그냥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 대화의 수준도 낮아졌습니다.ㅎㅎㅎㅎ 두번째 아이 수련이...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가 같이 오셨네요. 한살 어린 조기입학 학생이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똘똘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드디어 시작된 입학식. 10명의 의젓한 아이들 모습이 그래도 유치원 아이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위안,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느끼는 아이와의 거리. 이 거리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입학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자차를 먹고 싶은 아이에게 한잔씩 타 주고, 쿠키와 빵을 먹도록 했습니다. 본격적인 첫만남을 시작하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싶은 아이들이 있어서 화장실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화장실 사용법을 가르치지 않아서 조금은 당황되기도 합니다. 이래서 1학년 담임선생님임을 또 한 번 실감했습니다. 내일 1교시에 화장실 사용법 가르칩니다.ㅎㅎㅎㅎ
본격적인 첫만남, 모두들 원으로 동그랗게 앉았습니다.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브레인스토밍. 좋아하는 것에서 난이도를 더 낮춰서 좋아하는 과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목소리가 작은 아이도 점점 밝아지고 커다랗게 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자기 이름 이야기하기. 돌아가면서 자기이름을 이야기하게 하였습니다. 이젠 곧잘 합니다. 다음은 그것을 이어서 서로 친구끼리 인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과일을 이야기하고, 자기 이름을 이야기하게 하였습니다. 5명의 친구를 만난 아이는 저와 인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그러나 금새 밝아진 모습이 보이네요.ㅎㅎㅎ 아이들과 모두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제 점심시간. 우리 학교는 부모님과 함께 첫날은 급식을 먹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먹으니 급식지도는 쉽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먹는 것으로 하고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ㅎㅎㅎㅎ
하교후에 부모님에게 바로 밴드 문자를 보냈습니다. 9분의 부모님께서 바로 가입. 역시 1학년 부모님들의 교육열은 대단합니다.ㅎㅎㅎㅎㅎ 오늘 입학식 및 가족사진을 바로 밴드에 올려드리고, 가입승인도 바로 해 드렸습니다. 부모님의 반응이 폭발적입니다.ㅎㅎㅎㅎ 하나 하나 답글 달아드리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몰랐네요.ㅎㅎㅎㅎ
첫날,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그리고 하나하나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 진행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ㅎㅎㅎㅎ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2016 한전 기즐원 1학년 ~~!
3.3 한전기즐원 2일차
아침에 아이들 보다 일찍 도착해야 하기에 서둘러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놓고, 따뜻한 차를 끓이기 위해 포트에 물을 받아 끓이고 음악을 틀었더니 바로 아이가 도착했네요.ㅎㅎㅎ 눈맞춤 인사를 하고는 차를 끓였습니다. 어제 유자차를 잘 먹지 않아서 돌배차로 바꿨는데,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ㅠ.ㅠ
아침활동으로 어제 입학소감을 이야기했더니 돌아가면서 재밌었다는 비슷한 대답들. ㅎㅎㅎㅎ 그래도 좋은 대답을 들으니 기분은 좋습니다. 아침활동으로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제목은 '점'. 아이들에게 그 다음 이어질 내용을 예상하는 질문을 하면서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 딴짓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참을 수는 있습니다.ㅎㅎㅎㅎㅎ
첫번째 시간은 학급일과를 계획했습니다. 화장실 사용하기. 글씨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그림으로 설명했습니다. 아이들과 화장실을 사용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화장실 사용하는 방법을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설 설명하고, 직접 화장실을 가서 지도했습니다. 설명이 길면 아이들은 듣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사는 설명을 하려하고요. 딜레마죠... 최대한 적게 하고 반복해서 답하게 했습니다. 손씻기 지도까지는 어려웠고, 우선은 생존인 화장실문제는 성공~~!
다음 시간은 티셔츠 꾸미기 활동입니다. PDC의 활동인 티셔츠만들기. 꾸미기에 치중해서 한시간동안 꾸미기를 했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티셔츠를 나눠주고, 거기에 이름을 쓰게 했고, 이름을 쓴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 과일 등등을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게 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많이 창의적이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다양한 음식과 과일을 그립니다. 나름대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티셔츠꾸미기 활동은 한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3교시에 드디어 티셔츠나눔활동을 하였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가 서툽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경청의 방법을 이야기하다 우선은 포기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욕심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티셔츠에 있는 내용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눔을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만남 2일차에 티셔츠만들기 활동을 시도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ㅎㅎㅎㅎ
4교시에는 급식소 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급식소에 가는 일정을 순서대로 그림을 그려 나타내주었고, 급식소에 가서 조리사님과 영양선생님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식판을 받아서 밥을 받는 방법, 자리에 앉는 방법, 잔반처리 방법까지 직접 롤플레잉해보았습니다.
3.4 한전기즐원 3일차
오늘 아침활동으로 어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제 느낌과 오늘 아침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학기초라 말하는 것이 서툴러서 아이들은 그냥 좋다. 재미있다고 일관...ㅎㅎㅎㅎ
아침에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오늘 그림책은 '씨름'입니다. 실감나게 읽어주려고 추임새도 집어넣고... 아무래도 뒤에 참관하는 분들이 있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추임새입니다.ㅎㅎㅎㅎ
오늘 첫시간은 원만들기를 하였습니다. 현재는 원으로 앉아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네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원으로 앉고, 다시 모둠으로 앉는 것을 연습했습니다. 줄을 잘 맞출 필요도 없기에 아이들은 그래도 신속하게 옮깁니다. 1학년은 이 정도면 감지덕지입니다.ㅎㅎㅎ
첫번째 시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종이를 주고, 교실 그리기를 하였습니다. 거기에 시간개념이 없는 아이들이라 긴 바늘이 10이 될 때까지 하기로 정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지나친 관심끌기 중이라 틀렸다고 엄청 바꿔갑니다.ㅎㅎㅎㅎ 아이들이 제대로 그릴 때까지 그냥 기다려줬습니다. 묘사하여 그리는 아이, 자기 맘대로 그리는 아이, 주제와 상관없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 등 뭐 모두 받아들여주었습니다. 일찍 그린 아이때문에 빨리 그린 친구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림그리기 이후에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내가 그린 그림은~~~ 입니다.'로 발표하도록 하였습니다. 수줍어서 못 하는 아이도 있고, 그림을 이상하게 그렸다고 발표를 못 하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고. 아무래도 모두다 수용해 주는 것이 지금은 상책이라 생각이 듭니다.ㅎㅎㅎ
중간놀이가 끝나고 바로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오늘은 학교 밖에서 활동을 계획했습니다. 먼저 텃밭에서 토끼를 보러 갔습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토끼의 움직임은 없고, 바닥은 질척... 잠시 보고는 다목적실 앞으로 향했습니다. 다목적실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했습니다.
다음은 주차장에서 가위바위보 놀이~~! 알, 병아리, 닭으로 이어지는 가위바위보. 1학년은 1학년이네요. 정말 재미있어 합니다. 아직까지는 규칙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아이들. 그냥 휩쓸려서 모두 닭이 되고, 져도 닭이 되고, 이겨도 닭이 되고.. ㅎㅎㅎㅎ
아이들 프로필 사진 촬영도 했습니다. 학급 홈페이지 게시용으로 프로필 사진 촬영도 하고, 아이들 단체사진도 찍었습니다.ㅎㅎㅎ
3교시에는 3학년 친구들과 함께 짝을 지어서 학교 교내를 돌아다녔습니다. 3년째 생활하는 형들에게 학교를 소개받는 활동으로 사전에 3학년 선생님과 계획을 간단히 공유해서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학교의 곳곳을 소개받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형들, 처음 만나는 동생들이라 서로 서툴었지만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꿈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들과 꿈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꿈이 바로 장래희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원이라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서 소원이야기로 풀어나갔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장래희망을 이야기할 때, 직업을 이야기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항아리를 주고,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도록 하였습니다. 나중에 이것은 부모님과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볼 생각입니다.
신규교사의 마음으로 지낸 지난 3일. 1학년 친구들과 함께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를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이 아이들을 학교에 적응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난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지난 3일간의 첫만남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학교가 온전히 따뜻한 공간이며, 그 공간 안에서 존중하고 배려를 배울 수 있는 터를 닦는 작업들의 연속이었고, 금요일 마지막의 꿈항아리를 통해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갖는 아이를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좌충우돌 한전기즐원 우리반의 소식은 계속됩니다.ㅎㅎㅎㅎ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