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우리의 목은 소중하니까!
저는 10년이 넘게 성대결절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너는 쉰 목소리라고 하는데 나는 너의 안 쉰 목소리를 들어본적이 없어”라고 말하는데 저도 이제 제 목소리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노래는 부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확실합니다.(고음불가가 따로 없습니다.) 교사가 된 뒤부터는 이비인후과 방문을 달고 사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성대결절이 만성(?)이 되면서 각종 목에 좋은 방법이란 방법은 해보고 이제 어느 정도 내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서 교사라는 직업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성대결절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간단한 인터넷 검색과 제 경험을 토대로 쓰는 이야기이니 가볍게 참고만 하시고 각자 알고 계시는 성대 보호 방법을 이야기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저에게 도움을 주세요~)
성대결절은 지속적인 목소리 남용이나 무리한 발성에 의해 발생하는 성대의 양성점막 질환입니다.(네이버 의학정보) 성대를 살펴보면 V자 모양이 되는데 이 V자 안쪽에 혹(굳은살) 같은 것이 생기면 성대결절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저는 성대 양쪽이 뽈록하게 부어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낼 때 성대가 V모양에서 I모양으로 예쁘게 모여 떨려야 하는데 혹 때문에 모이지 못해서 쉰 목소리 같은 것이 납니다.
기본적으로는 목소리 남용이나 무리한 발성이라고 하지만 피로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되면 목을 많이 쓰는 직업 특성상 목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가 가장 목 상태가 안 좋았을 때에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고, 그 때는 역류성 식도염도 생겨서 목을 많이 안 썼음에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비인후과를 가면 선생님이 말씀하십니다.
선생님: “목을 쓰지 마세요.”
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목을 많이 쓰시는 직업이예요?”
나: “네! 하하하하하하하하”
선생님: “네.......많이 쓰지 마세요.”
나: ㅜㅜ
성대결절의 제일 좋은 치료법은 목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 말도 안해야 하는 것이죠.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절대! NEVER!
하지만 어디 말 한마디 안하고 우리가 살 수 있을까요. 거기다 교사라는 직업이라면 더더욱 말이죠.
성대결절의 경우 수술적 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하게 됩니다. 수술을 하게 되면 최소 1개월은 소리를 낼 수 없고(대략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수술을 했다고 해서 증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성대 사용에 따라 다시 성대결절이 생길 수도 있고 수술 부위에 성대 마찰로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 겁 많은 저는 보존적 치료(음성 휴식이나 음성치료 등) 중심으로 목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한의원에서 한방 치료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목을 잘 쓰거나 안 쓰는 것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주로 쓰고 있는 생활 속 목 관리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따뜻하게!
목 주변은 항상 따뜻하게 유지시켜 주셔야 합니다.
스카프나 목도리 등으로 목이 찬 상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목 상태가 정말 안 좋을 때는 한 여름에 민소매에 반바지 입고 스카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은 폴라티를 입는 경우가 아니면 거의 드러내져 있는 부분이니 스카프 등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저도 답답해서 무언가 걸치는 것이 싫은 사람이었는데 익숙해지니 허전한 목이 이상해서 스카프를 항상 챙겨 다니게 되더라구요.
잠을 잘 때에는 손수건으로 목을 감싸줍니다.
2. 풀어주자.
목을 푸는 방법은 발성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복식호흡을 해라, 목으로 쎈 소리를 내지 말아라, 속삭이는 것이 더 안 좋다, 헛기침을 하지 말아라 등이 기본적 으로 병원 등에서 안내해 주는 내용입니다. 제대로 배우려면 전문 병원의 음성클리닉을 주기적으로 다니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성실하게 다닐 자신이 없어 못다니고 있습니다.)
가볍게 목을 푸는 방법에는 립버블과 성대 마사지를 합니다. 립버블은 입술을 푸르르 떨어주는 것입니다.(검색을 했더니 왠 아이돌이 잔뜩!) 립버블을 할 때 짧은 동요를 부르면서 하는 방법으로 의사선생님이 추천을 하시더라구요. 저는 ‘학교종이’를 한숨에 다하는 것이 목표인데 쉽지 않네요. 성대 마사지는 성대 부분을 손으로 잡고 가볍게 마사지를 해주는 것인데 얼마 전에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씨가 성대결절로 병원을 방문했을 때 성대 마사지를 보여주더라구요. 인터넷에서 성대마사지를 검색하면 관련 방송영상 따위가 잔뜩 나옵니다.
3. 촉촉하게
물은 정말 많이 마셔야 합니다. 당연히 목을 건조하게 만드는 흡연, 커피는 많이 삼가셔야 합니다. 저는 하루 2L를 목표로 마시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500ml, 11시쯤에 500ml, 4시쯤 500ml, 나머지 500ml를 틈틈이 마시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한창 치료 받을 때에는 거의 실천했는데 학교에서 정신없이 살다보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서 물 한모금도 못 마시기도 합니다. 수업을 하실 때에도 물 한 병 떠 놓으시고 틈틈이 마시면서 수업을 하시면 수업의 여유도 찾고, 점점 빨라지고 커지는 목소리도 조절하실 수 있습니다. 목을 촉촉하게 한다고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순수한 물! 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너무 찬 물과 뜨거운 물도 성대 보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며, 사탕도 목을 촉촉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4. 목에 좋은 음식은?
목에 좋은 음식으로는 배, 도라지, 꿀 등이 있는데 배즙은 맛있고 구입하기가 쉽습니다. 검색하면 배도라지즙으로 많이 나오는데 도라지 비율을 보고 고르시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도라지청이 무난하게 먹을 수는 있는데 따뜻한 물에 타먹는 것보다 도라지청 한 숟갈을 푹 떠서 녹여 먹듯이 먹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은 도라지가루를 꿀과 따뜻한 물에 타서 먹습니다. 목이 유난히 잠기고 안 좋을 때 아침에는 도라지차 한잔을 마시면서 수업을 시작합니다. 요즘은 프로폴리스 제품들도 좋다고 해서 스프레이나 사탕 등을 먹기도 합니다.
이런 음식들은 약은 아니라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먹으며 목을 강하게 만들어 줄거라 믿으며 오늘도 목에 좋다는 것을 하나씩 써보고 있습니다.
5. 마이크 사용이 죄는 아니다.
교실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면 뭔가 안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고 스피커로 들리는 목소리가 거슬려서 꺼리시는 분이 많습니다. 저 또한 내가 목소리가 안 나오는 것이 아닌데 마이크를 쓰는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해서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왠지 마이크를 쓰면 참교사가 아닌 것 같고 피토하며 열강을 해주어야 내가 열정적인 좋은 교사일 것 같은 착각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점점 굵어지는 목소리,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보다는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학생들에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목소리가 아예 안 나와서 수업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이 더 안 좋을 것입니다.
저도 주로 육성으로 수업을 하지만 말을 많이 할 것 같은 날, 5,6교시, 목 상태가 안 좋은 날에는 마이크를 사용합니다.
그럼 어떤 마이크를 사용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비싼 마이크(?)가 음질이 좋아 듣기에도 편합니다. 출력이 어떻고 등등이 있지만 저는 그런 쪽은 잘 몰라서 비슷한 질환을 앓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아 제법 큰 돈을 들여 샀습니다.
단 마이크를 사용하실 때는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 귀에 잘 들릴 만큼 볼륨을 키워 놓으면 주변 다른 반에게 피해가 갑니다. 그래서 스피커와 마이크가 분리되어있는 제품을 쓰는데 스피커는 교실 뒤편에 놓아 앞쪽의 아이들은 저의 육성을 듣고 뒤쪽에 있는 아이들은 스피커 소리로 제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의 음량으로 씁니다. 그러면 목을 무리해서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정도 음량은 아주 큰 것은 아니라 옆 반에 큰 피해를 입히진 않습니다.
우리가 하루 이틀 교사하다가 끝낼 것이 아니니 마이크 사용에 너무 죄의식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대결절과 함께 환절기, 피곤할 때 편도염, 후두염이 친구처럼 따라옵니다. 침 삼키기가 힘들고 목이 까끌까끌하고 목이 갑자기 쉬어버린다면 염증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럴 때 그냥 참고 기다린다고 잘 낫지 않습니다. 빨리 병원 가서 진료 받고 약을 먹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처방해주는 것을 보면 가글을 꼭 같이 줍니다. 가글도 목 건강에 도움을 주는가 봅니다.
요즘은 아프면 목부터 증상이 옵니다. 아무리 목을 안 쓰려고 해도 쓸 수 밖에 없는 직업이고 말을 하지 않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지만 아무리 열심히 관리해도 피곤하면, 스트레스 받으면, 많이 말을 하면 나을 수 없는 부위가 성대입니다. 항상 우리 마음 다스려가며 즐겁게 힘들이지 않으며 학교 생활 해보아요~